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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에스트로' 외질 몰락, 어쩌다 25인 명단 제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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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에스트로' 외질 몰락, 어쩌다 25인 명단 제외까지...
  • 신동훈 명예기자
  • 승인 2020.10.26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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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신동훈 명예기자] '천재 마에스트로'로 불린 메수트 외질(32·독일)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5인 명단에서 제외됐다. 외질의 몰락 원인은 무엇일까. 아스날의 전술 변화와 외질을 둘러싼 외부적인 상황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외질은 2010년대를 대표한 스타플레이어다. 샬케04, 베르더 브레멘에서 성장한 외질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 활약을 발판 삼아 레알 마드리드에 입성했다. 플레이메이커로서 레알의 부흥기를 이끌었고 특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와 찰떡 호흡을 보였다. 레알에서 159경기에 출전해 27골 80도움을 올린 외질은 2014 브라질 월드컵서 조국 독일의 우승에 일조하며 최고 선수로 등극했다. 

외질의 최대 장점은 완벽한 패스였다. 2선에 위치해 정확한 패스를 전방에 공급하며 상대 수비를 무력화했다. 절정의 볼 컨트롤도 외질을 당대 최고 선수에 오르게 만들었다. 레알에서 뛴 3시즌 간 모두 16도움 이상 기록하며 창의성을 과시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볼 컨트롤에 빌드업 능력을 더해 독보적인 캐릭터를 형성했고 레알과 독일 대표팀 주축으로 활약했다. 

외질은 아스날에서도 최고의 모습을 보였다 [사진=연합뉴스]
외질은 아스날에서도 최고의 모습을 보였다. [사진=연합뉴스]

전성기를 보낸 외질은 또 다른 도전을 위해 2013년 아스날에 입단했다. 당시 외질 이적료는 5000만 유로(667억 원)였는데 당시 아스날 역대 최고 이적료였다. 아르센 벵거 감독이 영입보다 유망주 육성에 초점을 두며 큰 돈을 쓰지 않던 상황이었기에 외질 이적은 더욱 놀라웠다. 외질은 압박 강도가 강한 EPL에서 초반 고전했지만 이내 특유의 플레이메이킹, 기회창출 능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절정은 2015~2016시즌이었다. 외질은 EPL 35경기에서 8골 19도움을 기록했다. 분데스리가, 라리가에 이어 EPL에서 통하는 기량을 갖췄음을 증명했다. 2017~2018시즌 벵거 감독이 아스날 지휘봉을 내려놓은 이후 우나이 에메리 감독 체제에서도 중용됐고 2018년 재계약까지 체결하며 아스날과 인연을 이어갔다. 

외질은 벤치, 명단 제외를 넘어 아예 스쿼드에서 빠지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외질은 벤치, 명단 제외를 넘어 아예 스쿼드에서 빠지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 마에스트로의 몰락

하지만 이후 외질은 급격히 몰락했다. 부상이 겹친 이유도 있었지만 에메리 체제 부진 원흉으로 지목되며 비판 받았다. 활동량과 패스 능력은 여전했지만 떨어진 스피드로 인해 경기 템포를 느리게 만들었고 강팀 혹은 압박이 거센 팀을 상대로 고전하는 일이 잦았다. 출전시간은 점점 줄었고 선발보다 교체로 나오는 빈도가 높아졌다.

미켈 아르테타 감독이 온 뒤 외질은 더욱 기회를 잃고 있다. 아르테타는 부임 초 외질을 주축으로 좋은 결과를 얻기도 했다. 외질을 활용해 공을 점유함으로써 경기를 운영하고자 했지만 아스날 상황에 맞지 않았다. 현대축구 키워드는 '점유'가 아니라 '전환'에 있기 때문이다. 바르셀로나, 리버풀, 맨체스터 시티(맨시티)같은 강팀은 여전히 점유가 바탕이나 이외 팀들은 빠른 전환에 의한 속공으로 경기를 운영하는 추세다. 

아르테타 감독도 이 흐름에 편승했다. 3-4-3 대형을 구축해 수비 안정을 도모했고 좌측에 위치한 키에런 티어니, 피에르 에미릭 오바메양 라인을 이용해 빠른 속공을 펼쳤다. 아스날에 필요한 미드필더는 외질처럼 공격에 집중된 스타일이 아닌 공수 양면으로 지원이 가능한 전천후 미드필더 유형이다. 다니 세바요스와 토마스 파티도 이런 맥락에서 영입됐다. 

외질은 완전히 밀려났다. 좀 더 역동적이고 기동성 넘치는 자원을 원한 아르테타 감독의 눈밖에 났다. 더 이상 아스날에서 외질의 자리는 없었다. 스프린트 횟수가 적고 활용도가 한정적이며 기량도 예전만 못한 외질은 후순위를 넘어 전력 외로 분류됐다. 결국 2020~2021시즌 EPL 25인 명단에 제외되는 굴욕까지 당했다.

외질은 부활의 연주곡을 쓸 수 있을까 [사진=연합뉴스]
외질은 부활의 연주곡을 쓸 수 있을까. [사진=연합뉴스]

◆ 외질의 미래는?

아스날 레전드 폴 머슨은 "아스날은 외질 중심이 아닌 축구로 변모했다. 외질은 그 상황에 대처하지 못했고 적응하지 못했다. 아르테타 선택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편 외질은 개인 SNS를 통해 "2018년 재계약까지 하며 충성도와 애정을 보였다. 꾸준히 스쿼드에 들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EPL 명단에서 제외됐다. 더 이상 아스날을 위해 뛸 수 없다. 이러한 비정한 대우에 대응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를 비롯한 유수 언론은 아스날이 중국 눈치를 보며 외질을 제외했다고 추측한다. 외질은 터키계 독일인으로 이슬람 교인이다. 2019년 외질은 중국이 위구르 자치구에서 무슬림을 학대한 사건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이에 중국 내에서 외질에 대한 여론이 급속히 나빠졌고, 아스날 경기 중계가 불발되기도 했다. 몇몇 매체는 "외질을 제외한 배경에 중국의 부정적 여론도 영향을 미쳤다. 외질도 이를 인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확실한 점은 외질이 현재 '낙동강 오리알'이 됐다는 점이다. 영국 대중지 더선은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DC유나이티드가 외질을 노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외 중동, 중국에서도 거액을 들여 외질을 원하고 있다고 알려진다.

말년이 완전히 꼬인 가운데 마에스트로는 새로운 연주곡을 쓰며 화려하게 부활할 수 있을까. 아니면 이대로 몰락의 길을 걷게 될까.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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