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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우먼 김민경, 전성기를 마주하는 법 [인터뷰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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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우먼 김민경, 전성기를 마주하는 법 [인터뷰Q]
  • 김지원 기자
  • 승인 2020.11.20 0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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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자 Tip!] 체육 대신 제육, 운동 대신 우동을 선택해 태릉이 땅을 치며 안타까워 한다는 '근수저'. 탁월한 운동신경과 타고난 성실함으로 대중을 사로잡으며 개그인생 20년 만에 올 한해 손꼽히는 핫 아이콘으로 떠오른 개그우먼 김민경을 만났다.

[스포츠Q(큐) 김지원 기자] 지난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김민경은 '살이 많이 빠진 것 같다'는 말에 "'운동뚱' 시작하고 9~10kg 정도 빠졌다"고 답했다.

"보시는 분들도 탄력 생기고 타이트해졌다고 하더라고요. 다들 운동하면 많이 먹는다는데 오히려 저는 먹는 양이 줄어든 거 같아요. 평소엔 적게 먹고 촬영할 때 많이 먹거든요. 평소에 식단 따로 하지는 않았는데 운동을 하다보니까 빠지게 된거 같아요."

 

[사진=JDB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JDB엔터테인먼트 제공]

 

'근수저' 김민경의 시작은 지난 1월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 5주년 기념 기자회견이었다. '아령 복불복'을 통해 김준현, 유민상, 문세윤, 김민경 중 운동 첫 주자를 선정하기로 한 이날 김민경은 책상에 단단히 고정해 둔 아령을 '책상 째로' 들어올렸다. '맛있는 녀석들'의 스핀오프 시리즈인 '시켜서 한다 오늘부터 운동뚱'(이하 운동뚱)은 이렇게 시작됐다.

'운동뚱' 시리즈는 맛있는 녀석들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되고 있는 웹 예능이다. 지난해 5월 무렵만 해도 약 56만 명을 기록했던 구독자 수는 '운동뚱', '댄스뚱' 등 자체 웹 콘텐츠의 흥행에 힘입어 지난 8월 100만 구독자를 달성하기도 했다.

1년 전까지는 운동이 싫어서 책상까지 들어올렸던 김민경은 "새 운동 시작할때마다 도망다니고 안 하려고 떼쓰고 했는데 내가 받아들여야될 순간이라는걸 생각하니까 '알겠어요' 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이어 "운동이 매력적인 걸 처음에는 몰랐다. 지나고 보면 촬영할 때만큼은 즐기면서 하게 되는거 같다"면서도 "그래도 개인적으로 하라고 하면 안하고 싶을거 같다"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민경은 '운동뚱'을 시작하면서 헬스부터 필라테스, 종합격투기, 팔씨름에 이어 골프, 축구, 야구 등 구기종목까지 다양한 스포츠를 섭렵하고 있다. 도전하는 종목마다 멘토들의 극찬을 받고 있는 김민경이지만 "쉬운 운동은 하나도 없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쉬웠던 운동이요? 없었던 것 같아요. 근데 모든 운동의 기본은 헬스와 필라테스라는 걸 알게 됐어요. 필라테스를 해 보니까 가장 먼저 해야되는게 필라테스구나 싶었어요. 몸 쓰는 방법을 배우기에 좋은 것 같아요. 가장 힘들었던 운동은 격투기였어요. 잘한다, 잘한다 하니 너무 신나서 무리를 한거죠."

김민경은 이날 '가장 마음에 드는 수식어'를 묻는 질문에 팬들의 댓글을 언급하면서 "운동뚱 댓글은 다 본다. 재밌는 댓글이 많더라. 다른 댓글은 상처가 돼서 잘 안보는데 '민경장군', '운동뚱' 채널은 칭찬하고 같이 힘을 줘서 다 챙겨보고 있다"고 밝혔다.

"요즘 팬 분들 단어 선택이 웬만한 방송인들보다 재밌더라고요. '운동 포기하고 우동을 선택했다', '체육 대신 제육' 등등 너무 많은 수식어가 있지만 '근수저'라는 말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제 이름 앞에 근수저가 호처럼 붙어있는거 같아요."

 

[사진=JDB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JDB엔터테인먼트 제공]

 

# 전성기 맞은 김민경 "가장 달라진 점이요? 수입이죠."

'운동뚱' 시작 후 가장 달라진 점을 묻자 김민경은 "솔직하게 말하면 수입이 많이 늘었다"고 꾸밈없이 말했다. 그는 "엄청 바빠지기도 했다. 광고도 좀 찍고 생활이 많이 바뀐거 같다"면서 "작년엔 지금 모델하는 쇼핑몰 하나만 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그거 포함해서 다섯 개 정도 됐다"고 전했다.

"운동뚱 시작 전에는 주변 사람들에게 밥을 살 때 삼겹살을 '어느 정도만 시켰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한우를 시키고 '편안하게 먹어'하는 느낌?"

김민경은 최근 서울 강남으로 집을 옮기기도 했다. 그는 "로망이 있었다. 대구에서 올라오다보니 '이왕 서울까지 온 거 강남 가서 살아보자'는 꿈을 가지게 되더라. 사실 원래 강남까지 갈 생각은 없었다. 집을 구하다보니 조금 무리해서 가게 된 것"이라며 웃었다. 

"집에 대한 욕심이 좀 있어요. 저는 집에선 아무것도 안하고 싶거든요. 밖에선 계속 치이고 생각도 많이 해야 되잖아요. 집에 원래 TV도 없었어요. 집에서 가만히 눈도 귀도 입도 쉬게 해 주는 게 저만의 힐링 방법이에요."

'맛있는 녀석들' 멤버 김준현, 유민상, 문세윤이 '운동뚱'의 흥행과 김민경의 전성기를 질투하지는 않았냐는 질문에 웃음을 터뜨린 김민경은 "저희는 정말 넷 다 가족같다. 고민 있으면 얘기하고 막히는게 있으면 상담도 하고. 맛있는 녀석들 감독님이 많이 기다려주시고 믿어주시기도 했다"고 답했다.

"감독님이 항상 '너의 때가 올거야'라는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셋 다 서로 광고 얘기하고 그러는데 제가 낄 수 없다고 생각할 때가 있었어요. 그 때 '타이밍은 다 돌아가는 거야, 민경아'라고 하셨거든요. '운동뚱'을 시작하면서 정말 그 '타이밍'이 딱 와서 너무 감사해요. 역시 어른들 말은 잘 들어야된다는 생각이…(웃음)"

더 찍고 싶은 광고가 있냐고 묻자 김민경은 "예전부터 얘기했는데 치킨을 워낙 좋아해서 치킨 광고를 꼭 하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생각보다 음식 광고가 안 들어와요. 운동을 하니 닭가슴살 광고는 어떻냐는 얘기도 많이 들었는데 닭가슴살은 뚱뚱한 사람은 잘 안 쓰더라고요. 홍보해주세요!"

 

[사진=JDB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JDB엔터테인먼트 제공]

 

# 느리지만 꾸준히 달려온 사람이, 전성기를 마주하는 법

김민경은 2001년 11월 서울로 상경해 코미디에 발을 들인 후, 2008년 KBS 23기 공채 코미디언으로 방송에 데뷔했다. 그는 데뷔 당시를 회상하며 "사실은 공채를 안 볼 생각이었다. 떨어질까봐 두려웠다. 2006년에 처음 KBS 시험을 본 후에 두 번 떨어지고, 세 번째 정말 떨어지면 다 포기하고 내려가야겠다는 마음으로 했다"고 밝혔다.

"전유성 선배님 밑에서 공개코미디를 시작했는데 어느날 저한테 '개그맨이 되고 싶니' 물어보셨어요. 제가 너무 숫기가 없어서 제일 먼저 그만 둘줄 아셨대요. 꼭 하고 싶다고 대답하니까 '그럼 포기하지말고 끈을 붙잡고 있어'라고 하셨어요. 그게 와 닿았어요. 그걸 계속 잡고 있다보니까 결국은 뭐라도 잡히더라고요. 그렇게 시작해서 벌써 12년을 하게 됐네요."

"스타가 되고 싶다는 큰 꿈은 없었다. 그냥 공연하면서 웃음을 주는게 행복했던 사람"이라고 밝힌 김민경은 데뷔 후 12년을 되돌아보며 "앞만 보고 달려왔던거 같다. 오래 돌아서 오긴 했지만 헛된 시간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여기까지 올거라고 올해는 정말 상상도 못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친정같은 곳'이라는 KBS 2TV '개그콘서트'의 종영은 김민경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그는 "없어진다는 얘기 듣고 '아 지금은 아닌데' 라는 생각을 되게 많이 했다. 개그맨들끼리 모여서도 이야기 많이 하고 힘들어했었다. 그래도 또 받아들여야 하는 거니까. 개그무대가 아예 없어질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희극만이 줄 수 있는 웃음은 또 다르다. 저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돌아올 거라고 생각한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사진=JDB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JDB엔터테인먼트 제공]

 

그저 진심을 다해 열심히 하다보니 데뷔 12년 만에 전성기를 맞았다는 김민경.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크게 목표는 없다. 그냥 주어지는대로 열심히 할 것"이라면서도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답하며 미소지었다.

"멀리 가는 목표는 항상 없었던거 같아요. 닥치는 대로 살았고, 살다 보니 이렇게 왔거든요. 지금도 '예능 많이, 광고 많이' 이런 큰 목표는 없어요.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돈을 벌고 일을 하는 것도 다 행복하기 위해서 잖아요. 생각을 조금만 더 밝게 해도 생각하는 대로 이뤄진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취재 후기] '저질 체력'으로 고생하던 기자는 실제로 '운동뚱' 필라테스 편을 시청한 후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인터뷰 이후 수줍게 이 사실을 고백하자 김민경은 "거봐, 이런 분들이 많다니까"라고 외치며 반갑게 웃었다.

"필라테스는 보통 몸을 드러내는 옷을 입다보니까 그게 부담스러워서 못하는 분들이 되게 많거든요. 저도 그게 힘들어서 편한 옷 입겠다고 했어요. '나도 하니까 자신있게 해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는데 정말 많은 분들이 운동을 시작하게 됐다는 얘기를 들을 때 큰 보람을 느껴요. '언니 때문에 시작해서 계속 하고 있어요'라는 메시지 받을 때마다 뿌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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