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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JOB아먹기⑳ 이상민] 인천 잔류의 밀알, 선수단 매니저의 헌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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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JOB아먹기⑳ 이상민] 인천 잔류의 밀알, 선수단 매니저의 헌신
  • 스포츠잡알리오
  • 승인 2020.11.24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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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가헌 객원기자] 전례 없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K리그(프로축구)가 파행되면서 그 어느 해보다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했던 2020년이다. 때문에 체력 관리를 위한 효율적 스케줄링의 중요성이 대두됐던 시즌이다. 선수단의 전반적 일정을 책임지고 계획하는 프런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선수가 그라운드에서 좋은 기량을 펼치도록 돕는 이상민 인천 유나이티드 매니저다. 

-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단지원팀에서 매니저로 근무하고 있는 이상민 대리라고 합니다.”

인천유나이티드 선수단 매니저 이상민 대리.
이상민 대리. 

 

- 프로스포츠 선수단 매니저가 된 계기가 있을까요?

"매니저가 되기 전, 구단 홍보팀에서 3년 6개월 근무했습니다. 작년 여름에 담당 매니저분이 퇴사하면서 구단에서 새로운 팀 매니저를 찾고 있었습니다. 제가 팀에 애정이 깊다 보니 선수단지원팀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당시 팀이 어려운 시기를 맞이하고 있어서 도움이 되고자 보직을 바꿔 팀 매니저로 일하게 됐습니다."

- 담당 업무가 무엇인가요? 

"선수와 관련된 모든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경기 준비, 훈련 스케줄링, 버스 배차, 식당 운영 관리, 외국인 케어 등 선수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부분을 관리하는 컨트롤러 역할입니다."

- 홈·원정 업무는 어떻게 다른가요?

“홈·원정에 상관없이 유니폼·비품 세팅, 훈련용품 준비 등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모든 과정을 준비하는 게 기본입니다. 차이를 말씀드리자면, 홈의 경우 인천 축구전용경기장을 사용해서 이동할 필요가 없으니 준비에 더욱 신경쓸 수 있습니다. 원정은 중장거리 이동이 있어 기차나 비행기 표를 일정에 맞춰 미리 확보합니다. 호텔 같은 경우도 단순히 객실만 예약하는 것이 아니라 식단표를 받아 메디컬팀, 코칭스태프의 피드백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경기 종료 후에도 선수들이 안전하게 복귀할 수 있도록 끝까지 신경써야 합니다."

- 매니저라면 선수들과 사이가 각별할 것 같습니다.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모든 선수와 친분을 유지할 수 없지만, 소통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선수들이 어떤 장비를 필요로 하는지, 루틴은 무엇인지, 고충은 있는지, 세심하게 관찰하는 게 중요합니다. 외국인 선수들과의 추억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만약 제가 외국에 홀로 있다면 분명 힘든 점이 있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더욱 신경이 쓰였습니다.

무고사와 아길라르를 예로 들 수 있어요. 무고사 선수는 아침을 먹고 꼭 에스프레소를 마셔야 하며, 아길라르 선수는 축구화가 낡아도 새로 사지 않습니다. 오랜 시간 축구화 하나만 신으면서 좋은 경기력을 유지하는 것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소통을 중요시하는 이상민 매니저.
이상민 대리가 기억에 남는다고 말한 무고사(가운데).

- 비시즌 업무는 시즌 업무와 어떻게 다른가요? 

"시즌 업무는 패턴이 같습니다. 보통 주말 경기라 평일에는 훈련 보조 역할을 주로 하며, 선수들 훈련 일정에 문제가 없도록 하는 게 주업입니다. 경기 당일에는 모두 긴장합니다. 선수들이 경기에 온 신경을 집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합니다.

비시즌에는 선수단 개편 과정이 시작되는데 그에 따른 행정지원을 해야 합니다. 전지훈련 일정도 다가오고 있어서 전반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훈련 준비를 잘했을 때 좋은 결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비시즌 기간도 시즌만큼이나 중요합니다."

- 가장 보람찼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2군에서 묵묵히 열심히 하던 선수가 1군 무대에 데뷔해 골을 넣을 때가 기억에 남습니다. 무엇보다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인천 유나이티드를 위해 열성으로 뛰어주고 더 나아가 목표한 바를 이루었을 때 정말 기뻤습니다. 잔류라는 목표가 좋은 건 아니지만, 우리에겐 정말 절실했습니다. 정말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 선수단 매니저에게 요구되는 필수적 역량은?

"가장 큰 건 학력도, 배경도 아닌 '기본에 충실하기'라고 생각합니다. 선수들 각자 루틴이 있는데 그들의 스타일을 관찰하고 정말 필요한 것을 제공할 수 있도록 정보를 얻는 것이죠. 좋은 퍼포먼스를 발휘할 수 있도록 선수를 바라보는 통찰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용병 선수들과의 소통에 있어서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외국어 능력을 쌓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 감염 예방에 힘쓰는 이상민 매니저.
이상민 매니저는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 구단 취업에 있어 학부 전공이 중요시되나요?

“학력보다는 대외활동을 통한 실무 경험이 중요해요. 후배들을 보면 작게는 학교 동아리 활동부터 다양한 활동을 경험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경기장에서 진행되는 과정을 경험하고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드는 부분도 중요합니다. 저는 인천 유나이티드 기자단 출신으로 정말 오래 기사를 썼습니다. 그러던 중 저에게 인턴이라는 기회가 찾아왔고 지금의 자리에 오게 됐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무엇보다도 실무적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 개인적으로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 

"매니저가 되기 위해 노력한 것은 아닙니다만, 축구를 워낙 좋아했습니다. 창단 때부터 인천을 사랑한 건 물론이고요. 축구 관련 활동을 하는 게 너무 행복했습니다. 인천을 사랑하는 저의 솔직한 마음을 구단 측에서 알아봐 주신 것 같습니다."

잔류에 성공하고 포효하는 인천 선수단. 
잔류에 성공하고 포효하는 인천 선수단. 

 

- 올 시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힘든 점은 없었나요?

“올해는 제일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선수단 감염 사례가 생기지 않도록 방역에 철저히 신경썼습니다. 리그 개막이 3개월 정도 연기됐고, 언제 재개될지 모르는 상태로 기다리면서 목표의식도 희미해지고 동기부여도 자연스레 감소한 것 같아요. 코로나로 운동장도 폐쇄되고 훈련 여건도 좋지 않아 여러모로 어수선했던 한 해였습니다. 초반 성적도 안 좋아 강등될 위기에 닥쳤지만 하나로 뭉쳐 싸우면서 목표한 바를 이뤄 더욱 기억에 남습니다."

- 좋은 경기력을 바탕으로 1부 잔류에 성공했습니다. 구단 분위기는 어떠한가요?

"잔류를 목표로 한 건 자랑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안도감보다는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 경각심을 가지려 합니다. 선수단 개편과정부터 시작해 모든 부분을 세밀하게 관찰하며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인천 유나이티드 구단이 원하는 인재상이 있을까요?

“워크라이프밸런스(워라밸)는 어느 곳에 있든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스포츠 경기가 주말에 진행됩니다. 때문에 휴일에 근무하게 되고, 현실과 이상이 부딪히는 순간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그걸 견디는 힘을 가져야 합니다. 나아가 축구와 인천 유나이티드를 사랑하는 열정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축구단 프런트를 꿈꾸는 취업준비생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여러분들이 열심히 준비하는 과정이 정말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이 길이 내 길이 아닌가?', '그만둬야 하나?'라는 혼란에 빠지기 보다는 축구가 주는 무한한 행복을 찾으면서 소중한 시간을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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