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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식의 아트&아티스트] 예술인 고용보험, 모두 더불어 혜택 누렸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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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식의 아트&아티스트] 예술인 고용보험, 모두 더불어 혜택 누렸으면
  • 스포츠Q
  • 승인 2020.11.30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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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최준식 칼럼니스트] 공연 기획사 대표 친구가 있습니다. 직함만 보면, 고상한 예술을 하는 '사장님'이니 누군가에게는 선망 받는 위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매일 밤, 자기 차로 택배를 나릅니다. 새로운 플랫폼 직업인 ‘쿠팡플렉서’가 돼 심야를 누비고 있습니다. 개당 1100 원, 짐 30개를 옮기면 그에게 주어지는 돈은 매일 3만3000 원입니다. 왜 거창한 본업을 놔두고 고단한 밤일을 하는 걸까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예술인에게 무척 가혹합니다. 대형 연예기획사와 달리 순수예술에 종사하는 기획사의 매출은 대부분 정부 예술사업에 의존하는 편입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문화행사나 축제에 용역으로 참여해 프리랜서 예술인이나 예술인들로 이루어진 팀과 단기계약을 체결하고 예술사업을 수행하는 방식입니다.

[사진=정동극장 제공]
[사진=정동극장 제공]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게 사라져버렸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통계에 따르면 올 한 해 전국의 문화행사나 축제 2500건이 취소되거나 연기됐다고 합니다. 지자체나 정부가 주최하는 올해 모든 문화행사는 거의 사라졌다 봐도 무방합니다. 순수예술 기획사가 버틸 재간이 없는 상황입니다. 제 친구도 몇 명 없던 직원들을 내보내고 경제적으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문체부나 문화재단에서 제공하는 지원금으로 겨우 연명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토록 힘들어하는 예술인들에게 정부는 고용보험 혜택을 준다고 합니다. 고용보험 혜택의 대부분이 실업급여라 실직 또는 소득이 감소한 예술인들을 사회보험이라는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에 편입시키는 정책적 배려가 시작된 것입니다.

물론 정부의 정책적 예술인 지원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고(故) 최고은 작가의 비참한 현실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예술인을 위한 사회안전망이 사회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고, 이는 ‘예술인복지법’과 ‘예술인복지재단’이 태동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하지만 일시적 지원금 위주의 정책이었고 예술인만을 위한 정책이다 보니 다른 산업 종사자나 사회 구성원 전체의 공감을 얻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제공]

 

하지만 이제 예술인에게도 국가의 지원이 일반 직장인과 동등하게 부여됩니다. 지난 5월 국회에서 예술인의 고용보험제도 편입을 보장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통과됐습니다. 7월 입법예고를 거쳐 10월 공표 후 드디어 12월 10일, 법 시행이 예정돼 있습니다.

월 50만 원 이상 문화예술용역계약을 한 예술인은 보수의 0.8%를 고용보험료로 부담하고 고용한 사업주도 동일하게 부담합니다. 또한 일반 직장인과 마찬가지로 비자발적 실직 시 실업급여는 물론 출산 전후 급여도 지급된다고 합니다. 예술인도 이제 엄연한 근로자로 인정받고 사회보장제도인 고용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예술인 사회보장제도는 프랑스의 예술인 실업보험 ‘엥떼르미땅(intermittents du spectacle)’이 대표적입니다. 우리가 고용보험이라는 사회보험의 큰 틀 안에 예술인이 편입된 성격이라면 프랑스의 ‘엥떼르미땅’은 피고용주 예술인과 고용주가 연대해 각자의 ‘공제’를 통해 재원을 조성하고, 운영은 노사의 협상으로 결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의 예술인 고용보험제도는 운영에 있어 프랑스보다 조금 더 경직돼 있고 강제성을 띠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뉴시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5월 서울 삼청동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고용안전망 확대를 위한 예술인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런데 고용보험 적용에 있어 예술인이나 사업주, 타 산업 종사자 모두가 그리 탐탁지 않아 하는 분위기입니다. 예술인의 입장에서 보면, 고용보험을 적용 받을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예술인이 얼마 되지 않아 수혜의 폭이 넓지 않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예술을 통해 월 50만원 수입도 쉽지 않은 상황인데다 2년간 9개월 이상 예술활동을 하는 이도 적을뿐더러 계약기간에 연습이나 기획기간이 포함되지 않아 실제 예술활동보다 적은 기간으로 계약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현재 코로나19로 대학로의 150개 공연장 가동률이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경제적으로 위중한 예술인들을 위한 보장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입니다. 고용이 일어나야 고용보험을 낼 수 있는데 고용 자체가 없다 보니 고용보험 수혜를 누릴 수 없다는 것입니다.

사업주 입장에서도 소득세 원천징수 형태 회계처리에서 고용보험이라는 강제성을 띠게 되면서 연간 보험료 정산과 이에 따른 환급절차, 고용보험을 담당하는 근로복지공단의 사업주 실태조사 등도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닙니다. 또한 아직 고용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배달대행업자, 대리운전자 등 일명 ‘플랫폼노동자’들의 불만도 있을 것입니다.

 

진보당 제대로 된 전국민고용보험운동본부 관계자 및 예술인 등이 지난 10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예술인 고용보험 지원 특례 도입 및 선별·단계적 도입이 아닌 전국민고용보험 즉시 도입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마친 뒤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이제 첫발입니다. 현 정부가 주창하는 ‘전국민 고용보험제도’의 큰 흐름은 예술인에서부터 시작한 것입니다. 제도 보완은 사회적 논의와 협상을 통해 꾸준히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인식의 전환입니다.

‘예술은 있는 집 사람들이 하는 거 아니냐. 자기가 좋아서 하는 건데 왜 도와줘야 하느냐. 예술은 일종의 자기만족이다’ 등등 특히 경제적 부가가치가 낮은 순수예술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인식들이 있습니다. 저는 예술과 무관한 주변 이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여러 번 들어왔습니다. 한편으로, 일종의 ‘선민의식’이 있는 일부 예술인들은 본인이 공공의 큰 가치인 예술을 하기에 국가에서 당연히 지원해 줘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인식의 근원을 찾다 보면 서로의 입장을 조금은 납득할 수 있지만, 고용보험은 우리 사회 전체를 위한 기초적인 사회안전망이기에 특정 계층의 입장만을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고용보험 적자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전국민 고용보험’ 보장을 위해 사회 전체 이해관계자가 함께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이번 예술인 고용보험 수혜를 시작으로 더 면밀한 정책설계로 보험재정적자를 타파하고, 고용보험 수혜층을 넓힐 수 있는 묘책을 마련하기 위한 정부당국의 정책적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최준식

- 스포츠Q(큐) 문화 칼럼니스트
- 예술평론가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각예술∙축제 심의위원
- 한국콘텐츠진흥원 문화콘텐츠 평가위원
- 한국디자인진흥원 우수디자인 심사위원
- 문화체육관광부 예술경영지원센터 직무역량교육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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