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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아레나도 안 맞아"-김광현 "트라웃 만나고파", 특별한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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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아레나도 안 맞아"-김광현 "트라웃 만나고파", 특별한 뒷이야기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11.30 1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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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한국을 대표하는 두 좌투수. 메이저리그(MLB)에서도 성공한 류현진(33·토론토 블루제이스)에 이어 ‘현진 바라기’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도 성공시대를 써나가고 있다.

이전과는 많이 달라진 위상과 함께 둘이 한 자리에 모였다. 류현진과 김광현은 29일 MBC스포츠플러스에서 방영된 ‘김광현X류현진 크로스토크’에서 조우해 그동안 밝히지 못했던 이야기를 공개했다.

둘 모두에게 올 시즌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지난해 빅리그 전체 평균자책점(ERA) 1위에 올랐던 류현진은 자유계약선수(FA)로 4년 8000만 달러(883억 원)에 토론토와 대박 계약을 맺었다. 

류현진(왼쪽)과 김광현이 29일 MBC스포츠플러스 ‘김광현X류현진 크로스토크’에서 환하게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MBC스포츠플러스 유튜브 캡처]

 

불어난 몸값만큼 부담감도 커졌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시즌이 7월에서야 열렸고 가족들과 떨어져 낯선 땅에서 외로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김광현도 마찬가지. 큰 꿈을 품고 세인트루이스와 계약했지만 외로이 전지훈련 지에 남아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좀처럼 힘든 기색을 표하지 않는 성격임에도 SNS 외로움과 사투를 벌여야 하는 상황을 탄식하기도 했다.

그러나 모든 걸 이겨냈다. 류현진은 아쉬운 수비 지원에도 불구하고 12경기 5승 2패 ERA 2.69를 기록,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투표 3위에 올랐다. 김광현은 마무리투수로 시즌을 시작했고 부상 이탈도 있었지만 8경기 3승 무패 ERA 1.62로 놀라운 성적을 냈다.

올 시즌은 코로나19로 인해 동일지구 팀들끼리만 치러졌다. 류현진과 김광현은 시즌 중 만날 일이 없었다. 그렇기에 더 반갑게 만난 이들은 그동안 공개하지 못했던 많은 말을 쏟아냈다.

가장 큰 이슈는 코로나19. 류현진은 가족과 떨어져 지냈다. “(가족들과) 영상통화도 많이 했고 사진도 많이 받았다”며 “미국이 상황이 훨씬 안 좋았기 때문에 (가족들과 떨어져 있었던) 그때 선택이 훨씬 나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냈던 김광현은 “현진이 형 얘기를 들어보니 집 앞 외출이 가능해 한국 음식도 먹을 수 있고 애들이 커 전화로 대화도 가능한 나는 훨씬 나았던 것 같다”며 “포스트시즌 때 호텔 밖에 못나가는 생활을 1,2주 했는데 그땐 정말 답답했다. 이걸 몇 달 동안 했으니 정말 답답했을 것”이라고 동질감을 표했다.

류현진(왼쪽)은 지금껏 자신을 괴롭혀온 놀란 아레나도를 상대할 때 어려움에 대해 밝혔다. [사진=MBC스포츠플러스 유튜브 캡처]

 

과거 라이벌시절에도 그랬지만 이젠 서로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김광현은 널리 알려진 ‘류현진 바라기’다. “컨트롤이 워낙 잘 되니까 몸쪽과 바깥쪽, 컷터도 잘 던지니 타자들이 정타가 잘 안 나오는 것 같다”며 “나도 그걸 보고 느껴 컨트롤을 더 잘해야겠구나 느꼈고 그렇게 던지려고 노력했다”고 칭찬했다.

이에 류현진은 “김광현은 내가 봤을 땐 같은 구종으로도 스피드 변화를 많이 줬다. 그게 타자들 타이밍을 잘 빼앗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칭찬에 인색하다는 김광현이 말엔 “내가 칭찬 안 해도 칭찬을 많이 받는 선수, 안 해줘도 된다”면서도 “올해 정말 잘했다. 시즌 중 보직을 바꾸는 게 어려운 일인데 잘해냈고 경기에 나가서도 계속 좋은 성적을 거뒀다. 선발 투수 역할 모든 걸 해내고 내려오는 게 자랑스러웠고 기뻤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시즌 중 진지하기만 했던 인터뷰와는 달랐다. 포스트시즌에서 3⅔이닝 3실점하며 무너졌던 김광현은 “변명하자면 날씨가 더웠다. 우린 가을에 찬바람을 맞아야 야구가 잘 되는데 여기(샌디에이고)는 덥더라”며 “다시 얘기하지만 현진이형은 대단한 게 MLB엔 시차가 있다. 한국에서 경기하다가 동남아가서 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류현진이 “그 정도는 아니”라고 받아치자 김광현은 “다섯 시간 정도 비행기를 타니까. 현진이 형이 박찬호 선배 대단하다고 하는 것처럼 나는 이제 시작하는 새내기니까 현진이형이 대단하다고 느꼈다”라면서도 “다 변명이다. 다음엔 이겨내야 한다. 메이저리거니까”라고 머쓱해했다.

천적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지난해 빅리그 ERA 1위를 차지한 류현진도 콜로라도 로키스 놀란 아레나도만 만나면 작아졌다. 지난해 피안타율 0.417, 통산 0.516(31타수 16안타)로 약했다.

류현진은 누구를 예상하냐는 질문에 “산동네(콜로라도)에 있는 애 한 명 있지 않냐”며 “그냥 안 맞는다”고 말했다. 김광현이 “홈과 원정 안가리고 잘 치냐. 큰일 났다”며 내년 이후 옵트아웃이 가능하다고 하자 토론토와 같은 지구인 “양키스가 잡을 수도 있겠다”고 말해 류현진의 골치를 아프게 만들었다.

올 시즌 많은 타자들을 만나보지 못한 김광현은 마이크 트라웃을 상대해보고 싶다고 전했다. [사진=MBC스포츠플러스 유튜브 캡처]

 

“아레나도가 타석에 들어서면 ‘아 얘다. 어떡하지’라는 생각 지울 수는 없다. 여태까지 기억을 지우고 해보려 한다”면서 “너(김광현)는 잘 던질 수 있다. 아레나도가 슬라이더에 약하다”고 말했다.

첫 시즌이 제한적으로 진행되며 많은 타자들을 만나보지 못한 김광현은 “마이크 트라웃을 가장 만나보고 싶다. 얼마나 대단한지 보고 싶고 홈런을 맞든 삼진을 잡든 한 번쯤은 현역 최고로 꼽히는 선수를 상대로 던져보고 싶다”고 말했다. 류현진이 짧게 “낮게 던지지 말라”고 말하자 김광현도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알았다”고 답했다.

서로를 향한 애정도 숨기지 않았다. 각 팀에서 데려오고 싶은 선수가 있냐는 질문에 김광현은 “현진이 형이랑 같이 뛰고 싶다. 가능하다면 그게 최고”라며 “보고 배우는 게 크다. 국가대표에서도, 메이저에서도 잘하는 선수들을 보며 많이 늘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류현진이 “내년 시즌 끝나고 오면 되겠다”고 하자 김광현은 ”내년에 잘할테니까 감독님, 단장님께 잘 좀 부탁한다. 기다리고 있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현 최고 포수 야디에르 몰리나의 나이를 이유로 마다하자 김광현은 내야 자원인 폴 데용, 콜튼 웡 등을 추천했는데 류현진은 “김광현이 최고”라며 화답했다.

둘은 이날 SBS 예능프로그램 ‘런닝맨’ 촬영도 함께 한다. 그동안 함께하지 못했지만 비시즌동안 많은 스케줄을 함께하며 더욱 우애를 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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