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 이두영 기자] 강원도 인제군 북면 용대리 황태마을에 조성된 황태덕장이 명태를 기다리고 있다.

용대리는 설악산 북부 내륙에 위치한 동네로, 산골짜기를 훑으며 불어오는 매서운 겨울바람과 풍부한 적설량 덕분에 황태 만들기에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황태는 명태를 수 주 동안 덕장에 걸어 건조시킨 건강 먹거리다. 명태는 기온이 뚝 떨어진 밤에 꽁꽁 얼었다가 해가 뜨면 녹기를 반복하며 맛 좋은 북어로 변한다. 북어의 다른 이름인 황태는 색깔이 누리끼리해서 얻은 이름이다.

눈 오는 겨울날 명태가 덕장에 무수하게 걸린 광경은 여행자들에게 진기한 눈요깃거리로 다가온다. 추억과 동심을 불러일으키는 소재이기도 하다.

용대리는 내설악에서 속초로 연결되는 미시령과 고성 화진포로 이어지는 진부령이 갈라지는 지점에 위치하며 황태마을로 불린다.

용대리 20여 개 덕장에서 생산되는 황태는 국내 유통량의 70~80%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평창 대관령 등지에서 생산된다.

용대리 주민들은 농사를 지으면서 여름에 황태축제를 벌이고 황태해장국 등을 팔며 생계를 이어간다.

그러나 이들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인한 방문객 감소와 중국산 황태 등 값싼 수입품과의 경쟁, 더워진 겨울 날씨 등 감당해야 할 여러 문제에 직면해 있다.

우리나라 명태잡이는 1970년대 초·중반 연간 어획량이 약 7만 톤에 이르렀으나 1990년대 접어들어 1만톤 정도로 떨어지더니 지금은 거의 잡히지 않고 있다. 치어 남획과 지구온난화, 바다 환경오염 등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2018년 6월 통계청이 발표한 기후변화에 따른 주요 어종 어획량 변화에 따르면, 우리나라 해역 표층수온은 지난 50년 동안 1.12도 상승했다. 동해안은 1.7도나 올랐다.

표층수온 상승으로 연근해 어획량은 난류성 어종인 고등어류, 멸치,살오징어 등이 증가하고 한류성 어종인 명태,꽁치,도루묵 등이 줄었다.

1970년 1만1,411톤을 기록했던 국내 명태 어획량은 2017년에 1톤 수준에 그쳤다. 명태가 더 나은 서식환경을 찾아 차가운 러시아 해역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바다 속에 버려지는 그물 따위 쓰레기도 우리나라 해역 명태 서식을 막는 원인으로 지적됐다.

우리나라 황태덕장에 걸리는 명태는 실제로는 100%가 러시아산이다. 90%는 국내 기업이 러시아 기업과 합작해서 잡은 명태를 수입 형태로 들여오는 것이고, 나머지 10%는 국내 기업이 러시아 정부 허가를 받아 러시아 해역에서 잡은 물량이다.

용대리 주민을 비롯한 국내 황태 생산자들은 이중삼중고에 시달리는 실정이다.

서울양양고속도로 개통 이후 수도권에서 강원도 북부권으로 여행하는 사람들의 통행이 줄었고, 값싼 중국산 황태가 국내산으로 둔갑돼 유통되는데다가 겨울 날씨마저 해에 따라 포근해 덕장 관리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인제군은 한국중부발전과 업무협약을 맺고, 쓰임새가 여의치 않은 일부 황태덕장 위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전력을 생산하는 ‘수산업 공존형 태양광 발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용대리 주민들은 과거처럼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덕장에서 명태를 말릴 수는 없을지라도 12월부터 3~4개월 동안만이라도 추위가 안정적으로 이어져 황태생산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이 마을에는 황태 음식을 음미할 수 있는 식당이 수십 곳 있다. 맛집으로 추켜세울만한 집도 꽤 있다.

황태국밥,황태해장국 등으로 배를 채우고 꽁꽁 얼어붙은 매바위 인공폭포의 설경을 감상하노라면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옛 말이 저절로 뇌까려진다. 이런 풍경이 영원히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주민이나 관광객이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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