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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고 김범진 이영민타격상, 프로야구 미지명 아픔 딛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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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고 김범진 이영민타격상, 프로야구 미지명 아픔 딛고
  • 민기홍 기자
  • 승인 2020.12.08 1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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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김범진(유신고)이 이영민타격상을 수상한다. 빼어난 타격능력을 갖췄으나 프로에 지명되지 못한 그의 미래가 자못 궁금해진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7일 “김범진을 2020 이영민타격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영민타격상은 대한야구협회가 일제 강점기 시절 ‘천재 야구선수’라 불린 이영민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1958년 제정했다. 고교야구 주말리그와 전국고교야구대회, 전국체육대회 등 개인 기록을 통틀어 15경기 이상 출전, 규정 60타석을 채운 타자 중 최고 타율을 기록한 이가 받는다.

[사진=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제공]

 

김범진은 올해 21경기 78타석에서 타율 0.500(54타수 27안타, 2루타 6개) 16타점 19득점을 올렸다. 3안타 이상 경기가 5번, 멀티히트 경기가 8번일 정도로 몰아치기에 능했다. 그중 압권은 지난 9월 14일 백송고전이다. 김범진은 이날 5타수 5안타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타구 방향도 이상적이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제공하는 분석 자료에 따르면 김범진은 좌익수 22%, 중견수 22%, 우익수 24%씩 안타를 생산했다. 전형적인 스프레이 히터다. 볼넷/삼진 비율도 13:6으로 훌륭하다.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투수로 뛰다 2학년 때 야수로 전향해 일군 성과라는 점이 놀랍다.

그러나 김범진은 지난 9월 열린 2021 프로야구(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어느 팀의 부름도 받지 못했다. 타자로 전향한 시점이 늦었고, 포지션이 1루수라 쓰임새가 모호한 점이 한계로 지적됐다. 어쩔 수 없이 대학에 진학해야 하는 쓴맛을 봤다.

실망은 이르다. 2021 드래프트에서 2차 3라운드까지 6명, 2차 5라운드까지 9명이 지명되는 등 대졸선수에게 희망이 생겼다. 최채흥(삼성 라이온즈‧한양대), 최원준(두산 베어스), 최지훈(SK 와이번스‧이상 동국대)이 연착륙한 사례도 있다. 은퇴한 통산 최다안타 박용택, 역대 최고 2루수 정근우 역시 대졸이다.

[사진=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제공]

 

한때 나돌던 ‘이영민타격상의 저주’가 희미해진 점도 김범진에겐 긍정적 요소다. 프로 초창기엔 1973년 김일권(군산상고), 1977년 이만수(대구상고), 1985년 김경기(인천고)를 제외하곤 수상자가 별다른 활약을 못해 나온 이 징크스는 2004년 최정(SK 와이번스‧유신고), 2005년 김현수(LG 트윈스), 2009년 하주석(한화 이글스‧이상 신일고), 2011년 박민우(NC 다이노스‧휘문고) 배출로 자취를 감췄다.

최근 수상자인 2014년 송성문(키움 히어로즈‧장충고), 2015년 최원준(KIA‧서울고), 2016년 김혜성(키움‧동산고), 2018년 최정원(NC‧청주고)도 프로 무대서 잘 적응하고 있다. 2017년 배지환(피츠버그 파이리츠‧경북고)은 미국에 진출해 있다.

출발이 늦었다 해서 기죽을 필요가 없다. 2008년 이영민타격상 홀더 이창진(KIA‧인천고) 같은 케이스도 있다. 건국대, 롯데 자이언츠, KT 위즈를 거쳐 2019년 KIA에서 꽃을 피웠다. 

유신고는 1984년 창단, 박정현, 유한준(KT), 최정(SK), 정수빈(두산), 소형준(KT) 등을 배출한 학교다. 이영민타격상을 받고도 프로에 지명되지 못한 기구한 스토리의 주인공 김범진이 야구명문의 계보를 이을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에 눈길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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