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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푸스카스상, 어쩌면 당연했던 '태극기 펄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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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푸스카스상, 어쩌면 당연했던 '태극기 펄럭'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12.18 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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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손흥민(28·토트넘 홋스퍼)이 축구사에 이름을 아로새겼다. 한 해 동안 가장 아름다운 골을 넣은 선수에게 주어지는 푸스카스상을 거머쥐었다. 아시아 최초는 아니지만 한국축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손흥민은 18일(한국시간) 스위스 취리히에 위치한 국제축구연맹(FIFA·피파) 본부에서 온택트(on+untact, 온라인 대면)로 열린 2020 더 베스트 FIFA 풋볼 어워즈 시상식에서 푸스카스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 시상식은 FIFA 연례행사로 지난 1년간 최고 활약을 펼친 선수 및 감독 등을 뽑아 시상하는 자리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발롱도르 시상이 취소된 가운데 일례로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바이에른 뮌헨)는 이날 FIFA 올해의 선수상을 차지했다.

출전한 대회마다 득점왕을 차지하며 유럽 트레블(3관왕)을 이끈 레반도프스키가 최고의 선수로 공인됐다면 손흥민은 번리전 원더골로 어깨를 나란히 한 셈이다.

손흥민이 한 해 동안 가장 아름다운 골을 넣은 이에게 주어지는 FIFA 푸스카스상을 수상했다. [사진=FIFA 공식 트위터 캡처] 

푸스카스상은 헝가리 축구 전설 고(故) 페렌츠 푸스카스 이름을 따 2009년부터 수여하기 시작했다. 대회, 성별, 국적에 상관없이 한 해 축구경기에서 나온 골 중 최고를 가려 시상한다.

한국 선수가 푸스카스상을 받은 건 처음이다. 아시아에선 2016년 모하메드 파이즈 수브리(말레이시아)에 이은 역대 두 번째.

손흥민은 지난해 12월 번리와 2019~2020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6라운드 경기에서 터뜨린 환상적인 골로 후보에 올랐다. 루이스 수아레스(바르셀로나), 히오르히안 데 아라스카에타(플라멩구)를 따돌렸다.

당시 토트넘 진영에서 공을 잡은 손흥민은 70m가량 혼자 내달리며 무려 수비 6명을 따돌렸다. 페널티박스 안까지 돌파한 그는 정확한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손흥민이 지난해 12월 번리전에서 이 골을 넣었을 때 이미 푸스카스상 후보로 언급되기 시작했다. [사진=토트넘 공식 트위터 캡처]

손흥민이 이 골을 넣은 날부터 강력한 푸스카스상 후보로 거론됐고, 예상대로 수상 영예를 안았다. 이 골은 EPL 12월의 골을 시작으로 영국 공영방송 BBC와 영국 스포츠매체 디애슬레틱으로부터 올해의 골로 뽑혔다. 또 EPL 사무국이 선정한 2019~2020시즌 올해의 골로 인정받기도 했다.

최종 수상자는 팬(50%)과 축구전문가 패널(50%) 투표를 합산해 결정됐다. 손흥민은 전문가 투표에서 13점, 팬 투표에서 11점을 받아 총 24점을 얻었다. 아라스카에타가 22점, 수아레스가 20점으로 뒤를 이었다.

손흥민은 수상이 확정되자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아주 특별한 밤이다. 투표하고 지지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오늘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이날 FIFA와 화상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도 “최고다. 정말 기분 좋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이미 여러 차례 얘기했듯 우리 진영에서 공을 잡았을 때 패스하는 게 좋은 선택이었지만 마땅히 줄 곳을 찾지 못해 드리블을 시작했다”면서 “몇 초 만에 골문 앞에 도착했고, 정말 놀라웠다. 너무 아름다운 골이었다”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조세 무리뉴 토트넘 감독은 "당연한 결과"라며 축하를 보내줬다. [사진=토트넘 공식 트위터 캡처]

손흥민은 이어 “엄청난 드리블로 대단한 골을 넣었다. 팀을 위해서도 그랬다. 당시에는 얼마나 놀라운 골인지 몰랐는데 경기가 끝나고 다시 보면서 정말 특별한 골을 넣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스페인 일간지 마르카는 “마라도나 빙의한 손흥민의 골, 푸스카스상 수상 : 7초, 70m, 7명의 라이벌”이라는 제목으로 이 소식을 전했다. 고(故) 디에고 마라도나를 연상시킨 손흥민의 플레이와 등번호 7을 강조했다. 앞서 마라도나가 갑작스럽게 사망한 뒤 손흥민의 골이 다시 조명되기도 했다.

조세 무리뉴 토트넘 감독은 SNS를 통해 “당연한 결과”라며 축하를 건넸다. 그만큼 득점 직후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꾸준히 푸스카스상 1순위로 꼽혔던 장면이다. 토트넘 구단도 공식 채널을 통해 "절대 잊혀지지 않을 골", "우리가 두고두고 보게 될 골"이라며 치켜세웠다.

지난 시즌 번리전 득점 포함 모든 대회 공격포인트 30개(18골 12도움)를 달성한 손흥민은 올 시즌 리그 13경기에서 11골을 넣는 등 벌써 공격포인트 21개(14골 7도움)를 생산했다. 매 시즌 진보하고 있는 그가 푸스카스상 수상으로 이름을 길이 남기게 됐다. 최근 보여주는 기세라면 그 이상 족적도 남길 수 있을 거란 기대감까지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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