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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록의 두산, 코로나-노쇠화에도 '어우두' [SK핸드볼코리아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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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록의 두산, 코로나-노쇠화에도 '어우두' [SK핸드볼코리아리그]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2.16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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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어차피 우승은 두산'이라는 말은 이제 야구보다 핸드볼에 더 들어맞는 말이 된 듯하다. 두산이 SK핸드볼코리아리그 6연속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두산은 15일 충북 청주 올림픽국민생활관에서 열린 2020~2021 SK핸드볼코리아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인천도시공사와 2차전에서 23-23로 비겼다.이틀 전 1차전에서 23-21로 이긴 두산은 챔피언결정전 1승 1무를 거두며 지난 2015시즌부터 6시즌 연속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을 석권했다. 챔피언결정전 우승상금 1000만 원도 챙겼다.

핸드볼코리아리그는 2011년 출범했으니 이번이 10번째 시즌이다. 두산은 2014시즌에만 웰컴론코로사에 왕좌를 내줬을 뿐 나머지 9개 시즌 모두 정상을 지켰다. 두산 골키퍼 박찬영은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챔피언결정전 두 경기에서 방어율 37.3%(25/67)를 기록, 통합스코어 2점 차 우승에 앞장섰다.

두산이 6연속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사진=대한핸드볼협회 제공]

1차전에서 승리한 두산은 2차전에도 전반 초반 7-2까지 점수 차를 벌리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하지만 인천도시공사도 쉽사리 물러서진 않았다. 심재복을 필두로 반격했고, 전반 막판 동점까지 만들었다. 1골 차까지 추격한 뒤 전반을 마쳤다. 후반에도 간격은 벌어지지 않았다. 두산이 아슬아슬한 리드를 지키는 흐름이 이어졌다.

두산은 후반 10분이 지날 무렵 조태훈의 골에 힘입어 18-15로 달아나며 승기를 잡기 시작했다. 1차전을 2점 앞선 채 마쳤기 때문에 사실상 5골 앞서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경기 막판 인천도시공사 심재복, 박영준, 하민호의 연속득점에 무승부로 마치긴 했지만 1차전 이긴 덕에 두산이 또 다시 챔피언 타이틀을 지켜냈다.

이날 두산에선 강전구와 김동명이 6골씩 넣었고, 에이스 정의경도 5골 4도움으로 활약했다. 두산에선 4명(정의경, 조태훈, 나승도, 박찬영)이나 시즌 베스트7에 들었다. 윤경신 감독은 지도자상을 수상했다.

인천도시공사는 골키퍼 이창우가 골키퍼상, 심재복이 어시스트상을 받은 걸로 위안 삼았다. 득점상은 박광순, 신인상은 신재섭(이상 하남시청)에게 돌아갔다.

윤경신 두산 감독은 "어느 때보다 힘든 시즌이었다"고 돌아봤다. [사진=대한핸드볼협회 제공]

핸드볼계는 어느때보다 어려운 여름을 보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 시즌이 조기 종료됐고, 훈련장 폐쇄 등으로 새 시즌 준비에도 애를 먹었다. 변수가 많았던 만큼 나머지 구단들은 이번만큼은 두산의 우승을 막겠다는 굳은 각오로 나섰다.

지난 시즌까지 정규리그 43경기 연속 무패(41승 1무)를 달린 두산이지만 시즌 첫 경기부터 인천도시공사에 패하면서 시작했다. 어느 때보다 전력이 평준화됐다는 평가가 많았는데, 초장부터 무패행진에 제동이 걸렸다. 하남시청과 SK호크스 등 상위 팀들에 3차례 더 졌다. 어김 없이 1위(15승 1무 4패)로 마쳤지만 무패우승하던 때와 비교하면 경쟁 팀들에게 '두산 공포증'은 옛말이 된 시즌이기도 했다.

윤경신 감독은 이날 우승을 확정한 뒤 연합뉴스를 통해 "올 시즌이 제일 힘들었다"며 "일정이 빡빡해 부상자가 속출하고, 훈련량도 부족했지만 선수들이 끝까지 집중력을 발휘한 덕에 우승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윤 감독은 "박찬영(38), 정의경(36), 김동명(36) 등 노장이 많아 일주일에 두 경기씩 치르기 쉽지 않았다"며 "사실 개막 전에는 정규리그 1위보다 2, 3위로 플레이오프(PO)부터 시작하자는 마음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팀 간판 정의경은 지난해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매년 최고 성적을 이뤘는데, 이를 유지하고자 엄청나게 노력하고 있다. 일정이 빡빡하다. 굳이 약점을 이야기하자면 우리 막내 라인이 29~30세일 만큼 나이가 있는 팀이라 체력적으로 힘들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었다.

38세 박찬영 등 30대 중후반 선수들이 주축이 된 만큼 빠듯한 일정 속에 예년보다 고전했다. [사진=대한핸드볼협회 제공]

이번 시즌은 3월에 시작되는 올림픽 최종예선 전에 마치고자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 사이 정규리그 4라운드와 포스트시즌까지 모두 끝내야 했다. 예년보다 스케줄은 촘촘했고, 평균연령이 높은 두산의 타이틀 방어에 걸림돌이라는 평가가 따랐다. 윤경신 감독은 "그래도 노장 선수들이 책임감을 갖고 솔선수범했다"며 "정관중, 황도엽 등 부상자들이 나와 나승도나 조태훈 등도 시즌 막판 고생이 많았다"고 고마워했다.

챔피언결정전 MVP를 차지하고 베스트7에도 든 골키퍼 박찬영은 "우리 선수층이 얇다 보니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기 힘들었다. 거의 매 경기 끝날 때 탈진할 뻔했다"며 "그래도 마무리가 잘 돼 즐겁고, 큰 부상 없이 시즌을 마쳐 너무 좋다"고 기뻐했다.

경기 의정부에 훈련장을 둔 두산은 코로나19 확산 속에 비수도권에 거점을 둔 다른 구단보다 시즌 준비에 애를 먹었다. 또 지난해 KBO리그(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매각설이 보도된 뒤 덩달아 핸드볼 팀 존속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말까지 나오자 잠시 심적으로 불안감을 느끼기도 했다.

윤 감독은 "선수들이 동요됐을지도 모른다"며 "하지만 그룹에서 '그런 일은 절대 없다'며 안정시켜줬고, 선수들은 이내 핸드볼에만 매진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코로나19로) 힘든 상황에서도 야구단이나 저희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그룹에 감사드린다"며 "다른 팀들 전력이 좋아져 쉽지 않겠지만 7연패, 8연패에도 도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남자부는 여자부보다 일찍 시즌을 마쳤다. 오는 17일 국가대표팀을 소집한 뒤 3월 예정된 도쿄올림픽 최종예선에 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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