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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수 일관' 모리 사퇴, 도쿄올림픽은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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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수 일관' 모리 사퇴, 도쿄올림픽은 어디로?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2.16 13: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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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도쿄올림픽의 무리한 개최를 고집하던 모리 요시로(83)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회장이 ‘여성 멸시’ 발언 파장이 커지자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모리 요시로는 지난 12일 도쿄에서 열린 조직위 이사·평의원 합동 간담회에서 “이날로 회장직을 사임하려고 한다”며 “중요한 것은 올림픽을 제대로 7월에 개최하는 것이다. 그 준비에 내가 있는 것이 방해가 되면 안 된다”고 사퇴 의사를 나타냈다.

중심축을 잃은 도쿄올림픽 조직위도 혼란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과연 도쿄올림픽은 예정대로 개최될 수 있을까.

모리 요시로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회장이 여성 멸시 발언 등으로 논란을 일으켜 사임했다. [사진=AP/연합뉴스]

 

지난 3일 일본올림픽위원회(JOC) 임시 평의원회에서 여성 이사 증원 문제를 언급하면서 한 발언이 불을 지폈다. “여성이 많은 이사회는 (회의 진행에) 시간이 걸린다”며 “(여성들은) 경쟁의식이 강하다. 누구 한 명이 손을 들고 얘기하면 나도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모두 발언하는 것 같다”고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을 한 것.

이후 문제가 공론화되고 사퇴 압박이 일었으나 모리 회장은 발언에 대해서는 사죄하면서도 회장직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결국 열흘을 버티지 못했다.

모리 회장은 “이번에 나의 부적절한 발언이 원인이 돼 큰 혼란을 초래했다”며 “이사 여러분, 평의원 여러분, 많은 분께 큰 폐를 끼쳐 정말로 죄송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지난 13일 아사히 신문 등에 따르면 모리는 “그것은 해석의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말하면 또 욕을 써대겠지만”이라며 “다소 의도적인 보도가 있었던 것으로 생각한다. 나는 조직위에 들어와서 여성을 가능한 한 칭찬해 왔으며 여성을 멸시할 마음은 조금도 없다”고 변명했다.

거센 사임 의사에 부딪힌 모리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수장을 찾지 못한 조직위는 도쿄올림픽 개최가 불투명한 상황 속 여전히 표류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또 쫓겨나듯 물러나는 마당에 후임자를 밀실 내정하려다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사의 표명에 앞서 와세다대학교 선배이며 절친한 것으로 알려진 가와부치 사부로(84) 전 일본축구협회장에게 후임 조직위 회장을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총리관저 측은 여성이나 젊은 사람이 후임자를 맡은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가와부치 전 협회장은 애초 회장직을 수락할 뜻을 내비쳤으나 총리 측 반대 의사가 전해지며 거절하겠다고 태도를 바꿨다.

마이니치 신문은 모리의 행태에 관해 “왜 비판받았는지를 최후까지 이해하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았다”고 비판을 가했다.

2000년 4월부터 1년간 일본 총리를 지내기도 했던 그는 “일본은 천황을 중심으로 한 신의 나라”라고 말해 논란을 사기도 했다. 2001년 2월에는 미국 핵잠수함과 일본의 고교 실습선이 충돌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골프를 계속해 비판받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올림픽이다. 일본 내에서도 거센 반대 여론에 맞서고 있는 올림픽 개최 문제다. 모리 회장의 퇴임과 차기 회장 인선 과정에서 논란으로 조직위는 더욱 표류하게 됐다. 가뜩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올림픽 개최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조직위 수장의 경솔한 행동으로 인해 대회 정상 개최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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