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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제한-학폭 이력제, 체육계 '폭력과 전쟁' 닻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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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제한-학폭 이력제, 체육계 '폭력과 전쟁' 닻 올렸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2.17 1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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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쇼트트랙 영웅 심석희,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트라이애슬론 故(고) 최숙현 피해 사례를 보고도 체육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끊임없는 폭력 사건 소식으로 얼룩지고 있는 가운데 체육계가 폭력과 전쟁을 선포하고 나섰다.

최근엔 프로배구(KOVO)가 폭력 사건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쌍둥이 여자 국가대표 이재영·다영(이상 25·인천 흥국생명)에 이어 송명근(28), 심경섭(30·이상 의정부 OK금융그룹)의 학교 폭력 이력이 공개되며 논란이 일고 있다. 

KOVO는 16일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학교 폭력 연루자에 대해 영구 징계를 내릴 수 있는 규정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사진=FIVB 제공]

 

그동안은 선수인권보호위원회 규정 제10조에 따라 강간 또는 유사 강간, 이에 준하는 성폭력, 중대한 성추행 시에만 적용됐던 징계 수준이다. 그러나 최근 불거진 일련의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지 KOVO도 개혁 의지를 나타낸 것.

더불어 신인 드래프트에서 폭력 관련 서약서를 받고 향후 폭력 전과가 밝혀질 경우 영구제명 등 중징계를 내린다는 방침이다. 학교 폭력 관련자를 배구계가 더 이상 떠안고 가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 표명이다.

지난해 지도자와 운동처방사, 선배 등으로부터 폭력과 폭언 등에 시달리다 세상을 등진 최숙현과 같은 피해자도 서서히 줄어들 전망이다. 최숙현 사건을 계기로 스포츠 인권보호를 위해 마련된 국민체육진흥법, 일명 최숙현법이 오는 19일부터 시행된다.

이 법안에선 ▲체육인에게 인권침해·비리 즉시 신고 의무 부과, 신고자·피해자 보호 조치 강화 ▲직권조사 권한 명시, 조사 방해·거부 시 징계 요구 등 스포츠윤리센터 조사권 강화 ▲가해자에 대한 제재 및 체육계 복귀 제한 강화 ▲상시적 인권침해 감시 확대 및 체육지도자 등에 대한 인권교육 강화 ▲체육계 표준계약서 도입 및 실업팀 근로감독·운영관리 강화 등이 주요 내용이고 오랜 논의 끝에 2차 개정을 거쳐 본격적인 가동을 앞뒀다.

(성)폭력을 가하거나 부정·비위를 행하는 체육지도자 자격정지 기간은 기존 최대 1년에서 5년으로 대폭 늘어났고 체육단체 등은 체육지도자 채용 시 징계 이력 증명서를 반드시 확인하도록 했다.

최숙현 사건 가해자로 징역형을 받은 경주시청 김규봉 감독(왼쪽)과 장윤정. [사진=연합뉴스]

 

황희 문체부 장관은 “이번 국민체육진흥법 개정 시행은 체육계 인권침해를 근절하기 위한 정부, 스포츠윤리센터, 체육인 등의 권한과 의무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강화한 첫 입법으로서 의미가 매우 크다”며 “제도가 현장에 안착하고 인권침해를 유발하는 체육계의 성적지상주의와 폐쇄적 문화를 개선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 문체부는 최근 프로배구계에 불거진 학교 폭력 사건과 관련해 학교 운동부 징계 이력을 통합 관리하겠다고도 전했다.

지난해 프로야구 NC 다이노스는 신인 1차 지명으로 김해고 에이스 투수 김유성을 택했는데, 뒤늦게 학교 폭력 사실이 밝혀지며 지명을 철회하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학교 운동부 징계 이력 시스템이 갖춰진다면 이런 해프닝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아울러 문체부는 (성)폭력 등 인권 침해로 징계를 받은 적이 있는 경우 국가대표 선발도 제한하기로 규정화했다. 그동안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이재영, 이다영은 대한민국배구협회로부터 대표팀 무기한 자격 정지 제재를 받았는데 문체부 규정 신설로 인해 더욱 태극마크를 달기 어려워졌다.

나아가 스포츠 특별사법경찰 제도를 신설해 체육계 인권침해·비리에 대한 수사권을 부여하는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도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또 대한체육회는 맷값폭행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최철원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 당선인(마이트앤메인 대표)의 인준을 최종 거부했다. 변화하는 체육계의 흐름에 따른 것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물론 체육계 폭력을 뿌리 뽑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지도자와 선배의 무소불위 권력을 약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성적지상주의 속 엘리트 중심 체육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처벌을 강화하는 것 또한 폭력 행위를 줄이는 데에는 분명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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