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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레스-라키티치-비달, 바르셀로나 떠난 OB '거기선 행복해?' [김의겸의 해축돋보기]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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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레스-라키티치-비달, 바르셀로나 떠난 OB '거기선 행복해?' [김의겸의 해축돋보기]⑮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2.18 23: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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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해버지(해외축구의 아버지)'로 통하는 박지성이 지난 2005년 7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 진출한 이래 대한민국 축구팬들은 주말마다 해외축구에 흠뻑 빠져듭니다. 그 속에서 한 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흥미로울 법한 이야기들을 인물을 중심으로 수면 위에 끄집어내고자 합니다. 고성능 돋보기를 갖다 대고 ‘숨은 그림 찾기’라도 하듯. [편집자 주]

바르셀로나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리빌딩을 천명하며 2010년대 후반 황금기를 이끈 30대 베테랑 선수들을 다수 방출했습니다. 루이스 수아레스(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아르투로 비달(이상 34·인터밀란), 이반 라키티치(33·세비야) 등이 대표적입니다.

팀의 상징과 같은 리오넬 메시(34)마저 팀을 떠나겠다고 선언한 상황에서 역대급 위기에 놓였다는 평가를 받는 바르셀로나입니다. 지난 시즌까지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했던 월드클래스 3인방은 바르셀로나를 떠나서 행복할까요?

바르셀로나 출신 세 축구도사의 올 시즌 활약상을 짚어볼까 합니다.

루이스 수아레스는 아틀레티코(AT) 마드리드의 선두 질주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5년 만의 득점왕 등극에도 도전합니다. [사진=EPA/연합뉴스]

◆ 수아레스, 메시 곁 떠나 '피치치' 탈환할까

수아레스는 올 시즌 아틀레티코(AT) 마드리드가 라리가 선두를 질주하는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올 시즌 리그 19경기에서 16골 2도움으로 득점 단독 1위에 올라있습니다. 메시가 20경기 15골 3도움으로 단독 2위이니 바르셀로나 시절 동료 둘이서 피치치(라리가 득점왕)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죠.

AT의 수아레스 영입은 올 시즌 이적시장 최고의 한 수로도 꼽힙니다. 바르셀로나에서 정점을 찍고 이제는 내려오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건만, 보란 듯이 건재함을 과시 중입니다. 특히 6년 동안 몸 담으며 라리가 4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우승 1회를 일군 바르셀로나에서 전화로 방출 통보를 받았던 그가 상처를 뒤로하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듯 보입니다.

18일(한국시간) 미국 스포츠전문 매체 ESPN에 따르면 수아레스는 AT 생활에 상당한 만족감을 나타냈습니다.

그는 "예전에는 AT에서 뛰게 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는데, 지금 매우 행복하다.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이 내게 신뢰를 보내주는 만큼 보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은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을 줄 아는 지도자다. 예상보다 더 큰 존재다. 경기를 준비할 때 많은 부분에서 배우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시메오네 감독은 수아레스의 가치를 살리고자 그동안 고수했던 포백에서 스리백으로 전환을 꾀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만하면 수아레스는 기대 이상 활약으로 자신에게 달렸던 의문부호를 떼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죠?

바르셀로나를 지키고 있는 리오넬 메시는 최근 고개를 떨구는 일이 많습니다. [사진=AP/연합뉴스]

AT는 17승 4무 1패(승점 55)로 2위 레알 마드리드(승점 49)보다 1경기 덜 치르고도 승점 6 앞서 있습니다. 메시가 이끄는 3위 바르셀로나(승점 46)와 격차는 더 큽니다. UCL에서도 순항 중입니다. A조 2위로 16강에 올라 첼시(잉글랜드)와 맞대결을 앞두고 있습니다. 지난 시즌 디펜딩챔프였던 리버풀(잉글랜드)을 제압하고도 RB라이프치히(독일) 돌풍에 희생됐던 아픔을 뒤로 하고 더 높은 곳을 바라봅니다.

수아레스 지분이 상당합니다. 유니폼을 바꿔 입은 뒤에도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하며 16시즌 연속 두 자릿수 골 금자탑을 세웠습니다. 특히 1월에만 6골을 몰아치며 라리가 이달의 선수로 선정됐죠. 2015~2016시즌(40골) 이후 5년 만에 득점왕에 도전합니다. 메시의 5연속 타이틀 획득에 가장 강력한 경쟁자입니다.

그는 스페인 일간지 마르카를 통해 "올해 서른 넷이 됐지만 여전히 야망이 있다.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위해 우리는 지금의 좋은 흐름을 유지해나가는 게 중요하다"면서 "스트라이커는 팀이 잘하지 못하면 좋은 경기력을 낼 수 없다. 때때로 몇 경기씩 1골도 넣지 못하며 보낼 수도 있지만, 중요한 건 팀이 계속해서 3점을 따내는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습니다.

최근에는 그가 15골 이상 기록하면서 보너스를 받게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또 본래 계약기간이 2년인데, 올여름 다시 자유계약선수(FA) 신분으로 전환된다는 말도 나와 AT 팬들을 불안에 떨게 만드네요. 바르셀로나는 17일 파리 생제르맹(PSG·프랑스)과 UCL 16강 1차전 홈경기에서 완패하며 탈락 위기에 몰린 반면 수아레스는 새 소속팀과 함께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바르셀로나 이전 몸 담았던 세비야로 돌아간 이반 라키티치(가운데)는 지난 11일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승리에 쐐기를 박는 골을 넣었습니다. [사진=세비야 공식 홈페이지 캡처]

◆ 라키티치-비달, 여전한 '클래스' 그리고 '순애보'

라키티치와 비달도 마찬가지입니다. 30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활동량이 줄고 신체능력이 떨어졌다고는 하나 그 클래스가 어디 가겠습니까. 현 소속팀에 완벽히 적응해 핵심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세비야는 지난 11일 열린 2020~2021 코파 델 레이(국왕컵) 4강 1차전 바르셀로나와 홈경기에서 2-0 완승을 챙겼습니다. 어김 없이 중원을 지킨 라키티치는 후반 40분 역습 과정에서 옛 동료 사무엘 움티티를 완벽히 따돌리고 승부에 쐐기를 박는 추가골을 넣었습니다.

라키티치는 전 소속팀 바르셀로나에 대한 예를 갖추고자 세리머니를 자제했지만 바르셀로나를 또 다시 무관 위기 벼랑 끝으로 몰아넣었습니다. 이에 대해 그는 "나는 여전히 바르셀로나를 애정하고 있다. 지난 6년 동안 바르셀로나에서 환상적이고 감사한 시간을 보냈다. 바르셀로나의 모든 것을 존중한다"는 말로 바르셀로나 팬들을 감동시켰습니다.

세비야는 18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독일)와 UCL 16강 1차전 홈경기에서 2-3으로 졌지만 앞서 모든 대회 통틀어 9연승을 달렸습니다. 리그에서도 2위 레알에 승점 4 뒤진 4위(승점 45)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으니, 이번 시즌 끝에 어떤 위치에서 마치게 될지 궁금해집니다.

라키티치는 리그 21경기 중 16경기 선발로 출전했습니다. 미드필더 전 지역을 커버할 수 있는 그가 6년 만에 친정으로 복귀한 건 많은 대회를 소화하는 세비야 입장에서 정말 큰 힘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공교롭게 오는 28일 리그, 또 3월 4일 국왕컵에서 바르셀로나를 연속으로 상대합니다. 라키티치의 감회가 남다를 전망입니다.

아르투로 비달(왼쪽) 역시 인터밀란의 리그 우승 도전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사진=AP/연합뉴스]

비달은 다시 이탈리아로 돌아가 인터밀란의 우승 경쟁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2018년 여름 바르셀로나로 이적하기 앞서 2011년부터 4시즌 동안 유벤투스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안토니오 콘테 감독과 재회해 활약 중입니다.

올 시즌 세리에A에선 인터밀란과 AC밀란이 유벤투스의 리그 10연패를 저지하겠다며 선전 중인데, 인터밀란은 15승 5무 2패(승점 50)로 유벤투스(승점 42)에 승점 8 리드하며 순위표 정상을 지키고 있습니다. 비달은 19경기 중 13경기 스타팅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며 네라주리 군단에 경험을 불어넣고 있죠.

그 역시 바르셀로나의 재정 악화와 리빌딩이라는 목적 아래 처분된 셈이지만 전 소속팀을 향한 여전한 사랑을 감추지 않아 화제를 모았습니다. 지난해 11월 바르셀로나의 숙적 레알과 UCL 조별리그 경기를 앞두고 그는 "바르셀로나 팬들을 위해서도 승리하겠다"는 말을 남기며 순애보를 보여줍니다.

바르셀로나는 올 시즌이 끝나는대로 메시를 잃을 판입니다. 또 지난여름 시끌벅적하게 선수단을 정리했음에도 불구하고 두 시즌 연속 무관으로 마칠 가능성이 높아졌죠. 트린캉, 페드리, 오스카 밍게사 등 신예들이 분투하고 있지만 마음이 떠난 메시의 어깨는 무거워만 보입니다. 수아레스, 라키티치, 비달이 새 소속팀에서 행복하게 생활하고 있는 것과 온도 차가 상당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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