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1-05-18 09:41 (화)
아산 공세리성당, 코로나시대의 비대면 여행지로 엄지척
상태바
아산 공세리성당, 코로나시대의 비대면 여행지로 엄지척
  • 이두영 기자
  • 승인 2021.02.23 13: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백년 묵은 팽나무,느티나무 감탄 자아내

[아산=스포츠Q 이두영 기자] 충남 아산시 인주면 공세리는 바다에 인접한 시골 동네다. 그럼에도 찾는 사람의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 여행자들의 목적지는 공세리성당이다. 전국 방방곡곡에 성당이 허다하지만 공세리성당 만큼 역사와 풍광이 특별한 곳도 드물다.

공세리는 마을 이름부터 특이하다. 여기에는 조선시대 세곡을 쌓아두는 창고인 공세창(貢稅倉)이 있었다. 조선전기 전국의 9개 조창 중 하나였다.

공세리 성당.
공세리 성당의 '문지기 나무'인 팽나무.

 

평택호와 삽교호가 생기기 전까지는 서해 바다 물길이 평택항과 충남 당진 한진포구 사이를 지나 평택,안성 방면으로 깊숙이 밀려들어갔다. 조수간만의 차가 컸다. 그 덕에 물길을 이용한 세곡 운반이 용이해서 수운이 발달했다.

공세창에는 아산,서산,한산,청주,옥천 등 충청도 서남부 지역 40개 마을에서 거둬들인 세곡이 모였다가 운송되곤 했다.

공세리의 지형적 입지는 입암산(213m)의 북쪽 끄트머리다. 마을이 꽤 높고, 바다 사이에는 반듯하게 경지정리가 된 논이 펼쳐져 있다. 이 논은 바닷물이 찰랑거리던 뻘밭이 간척사업에 의해 경작지로 바뀐 공간이다.

공세리는 내포 지역 천주교 신앙의 중심지였다. 프랑스에서 온 에밀 드비즈 신부가 1895년 공세리에 있던 여염집을 개조해 성당을 세웠다.

공세리 성당.
공세리 성당.

 

근대식 외관을 갖춘 것은 1921년이다. 고딕양식 건물이 여느 유럽에 있는 성당 못지않게 우아해 이를 감상하려는 방문자가 주말은 물론 주중에도 끊이지 않는다.

공세리 성당은 건물도 아름답지만 그 못지않게 이목을 끄는 것이 우람한 나무들이다. 보호수가 4그루나 있다.

그중 가장 멋진 나무는 가지가 크고 뿌리를 드러낸 채 언덕길을 올라오는 손님에게 환영인사를 하는 팽나무다. 수령이 360년쯤 되고 높이 24m, 둘레 6m에 이르는 거목이다.

긴 세월 풍상을 견뎌낸 모습이 역력하다. 비탈에 자리 잡은 탓에 밑동이 훤히 드러났지만 웅장하고 옹골찬 나무의 기개는 산전수전 다 겪은 노병을 보는 듯하다. 겉흙 밖으로 드러난 뿌리가 대장장이의 팔에 불거진 힘줄같이 두껍고 강인해 보인다.

모든 방문자의 시선이 한번쯤 머물고 가기 때문에 ‘문지기 나무’로 불린다.

팽나무,느티나무 등 온갖 풍상에도 끄떡없이 수백 년을 견뎌 온 노거수들은 말을 안 해도 존재 그 자체만으로 가르침과 위안을 준다.

이국적으로 설계된 성당 건물들을 둘러보고 바다로 해가 떨어질 무렵 나무들 뒤로 물드는 노을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명래고약

이명래고약은 전 국민의 종기 치료약으로 선풍적 인기를 누린 약이다. 기름종이로 감싼 까만 고약을 성냥불이나 라이터 불에 달궈서 종기나 부스럼이 생긴 부위에 붙여 놓으면 누런 고름이 빠지고 환부가 아물었다.

이 약을 만든 원조는 드비즈 신부였다. 그는 중국에서 습득한 의학지식과 서양의 식물학 관련 서적에 나온 내용을 참고해 고약을 만들었다. 드비즈 신부의 한국식 이름이 성일론이었기에 성일론 고약으로 불렸다.

 

이명래라는 천주교 신도가 이 약의 업그레이드 된 버전을 만들어 요샛말로 대박을 쳤다. 이명래는 서울 태생이지만 공세리로 내려가 성일론 신부의 잡무를 도우며 친분을 쌓았고, 1906년에 성일론 고약에 민간요법을 적용시킨 고약을 만들었다.

1920년에는 서울 중림동에 가게를 열어 이명래고약의 전성시대를 열었다. 이 약은 가격이 저렴하고 효과가 좋아 그 이름을 모르는 국민이 없을 정도로 유명해졌다.

100년 넘게 서민의 아픔을 치유했던 이명래고약은 2011년 6월 이름만 남긴 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 동안 서울 충정로 종근당 뒤편 명래한의원이 그 맥을 잇고 있었으나 세월의 변화를 극복하지 못했다. 위생에 대한 의식 변화와 의학의 발달로 고약 수요가 급감해 가게는 폐점했고 그 자리에는 호프집 간판이 걸렸다.

종교 성지요 세곡 물류의 한 축을 담당했던 공세리에서 피부 만병통치약, 필수 가정상비약으로 통했던 이명래고약의 역사를 되짚어 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 여행지 정보

공세리성당은 대중교통이 매우 불편하지만 근처에 4차로 도로가 나 있어서 자가용 자동차로 접근하기는 수월하다.

20년 전만 해도 아는 사람만 찾는 숨은 관광지였다. 그러나 지금은 마을길이 깨끗하게 정비되고 무료 전용 주차장이 마련되어서 편히 둘러볼 수 있다.  동네 가운데에 있는 주차장 말고 계속 들어가면 성당이 마련해 준 주차장이 따로 있다.

성당 아래 입구 쪽에 카페와 식당 등 업소가 대여섯 군데 있다.

39번국도를 따라 고개를 넘으면 온천명소인 아산스파비스가 있고 주위에는 맛집과 모텔이 즐비하다. 식당을 이 주변에서 찾으면 메뉴 선택의 폭이 훨씬 넓어진다. 영인산 자연휴양림도 바로 근처에 있다.

3~4월 봄꽃이 필 무렵에는 자동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세계꽃식물원을 둘러보라고 추천한다. 널찍한 식물원에서 색깔이 다양한 해외의 꽃들을 구경할 수 있다. 이곳의 꽃비빔밥은 놓치기 아까운 건강 별미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관련기사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