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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 학폭 대처 본보기, 스스로 떳떳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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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 학폭 대처 본보기, 스스로 떳떳하다면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2.26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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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어디서든 당찼던 그는 학교폭력(학폭) 미투 폭로에도 당황하지 않았다. 당당하게 맞서며 분위기를 돌려세우는 모양새다.

축구 국가대표 출신 기성용(32·FC서울) 이야기다. 충격적인 성폭력 혐의 가해자로 몰린지 며칠 만에 여론의 반응을 돌리고 있다.

프로배구 이재영·다영으로부터 시작한 학폭 미투 흐름 속 살아남은 이들은 거의 없었다. 결국 고개를 숙였고 뼈아픈 철퇴를 맞았다. 기성용 또한 아직 혐의를 깨끗이 씻었다고 보긴 어렵다. 그러나 스스로 당당하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학폭 미투 가해자 혐의를 받고 있는 기성용이 단호한 대처로 맞서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지난 24일 박지훈 법무법인 현 변호사는 한 축구선수의 과거 만행에 대해 폭로했다. 2000년 초등생 축구부 소속이던 A와 B가 후배 C와 D를 성폭행했다는 것이었다. 동성이고 초등생 시절에 구강성교를 강제로 시켰다는 것만으로도 이전 학폭 미투와는 충격파 규모가 달랐다.

심지어 그 대상이 기성용이라는 것에서 파장은 더 커졌다. 이제껏 나왔던 가해 의심자들과는 대중적 인지도에서 큰 차이가 있었다.

기성용은 즉각 반박했다.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법적대응도 불사치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여기까진 흔히 볼 수 있는 흐름.

그러나 이후는 보편적인 흐름과 달랐다. 보통 구체적 정황 증거를 제시해 꼬리를 내리든 추가 증언자들의 등장으로 고개를 숙이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엔 오히려 피해를 주장하는 이들에 대한 폭로가 터져 나왔다. C와 D가 중학교 시절 후배들에게 자위행위와 성행위를 강요했고 이로 인해 지역사회에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는 것. 그들에게 피해를 받았다는 이의 증언도 나왔다.

기성용은 25일 SNS를 통해 "축구 인생과 가족들의 삶까지도 위협하는 심각한 사안임을 깨달았다. 좌시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대중의 시선은 빠르게 변했다. C와 D의 발언에 믿음을 갖지 못했고 이번 사건을 악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뒤따랐다.

물론 C와 D의 가해 이력이 기성용의 결백을 뒷받침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개별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기성용은 여전히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에이전트를 통해 전혀 사실이 아님을 밝힌 데 이어 자신의 SNS에 “결코 그러한 일이 없었다. 제 축구 인생을 걸고 말씀 드린다. 고통받는 가족들을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동원해 강경하게 대응하기로 했다”며 “축구를 향한 열정으로 여기까지 달려왔다. 사실이 아니기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축구 인생과 가족들의 삶까지도 위협하는 심각한 사안임을 깨달았다. 좌시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도록 하겠다”고 입장을 고수했다.

26일 박지훈 변호사는 다시 보도자료를 내며 “기성용이 피해자들에게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건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라며 “이미 충분하고 명백한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 최소한 인격권을 보호하기 위해 기성용 본인 또는 소속된 클럽 이외에는 제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려 한다. 다만 현재와 같은 선수 측의 비도덕적인 행태가 계속된다면 부득이 공개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C와 D의 변호를 맡은 박지훈 변호사는 "명백한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며 기성용이 지금 같은 입장을 고수한다면 공개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박 변호사는 “이미 공소시효도 경과돼 형사 처벌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또한 민사소멸시효도 완성돼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피해자들이 이 사건을 알린 목적은 단 하나, 가해자들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받고 싶었던 것이다. 가해자들의 창창한 인생을 망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수 십년 간 겪어왔던 가슴을 짓눌러온 고통을 진정 어린 사과로써 조금이나마 보상받고 싶은 뿐인 것이다. 이것이 그렇게 무리하고 비난 받아야 할 바람인가”라고 덧붙였다.

기성용과 관련해 사실로 밝혀진 건 하나도 없다. 가해 혐의가 사실이라면 현역 은퇴는 물론이고 다시는 축구계에 발을 담그기 힘든 사안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정말 억울한 상황이라면 C,D가 꼬리를 내린다고 한들 이미지 손상은 피할 수 없다. 이미 기정사실화하고 관심을 끄는 이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스스로 떳떳하고 부끄러울 일을 하지 않았다면 기성용처럼 당당하게 맞설 필요가 있다. 완전히 상황이 정리되기까진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기성용이 결백하다면 이번 대처가 하나의 본보기로 자리 잡을 수 있을 전망이다. 상대의 명성을 악용해 의도적인 꿍꿍이를 갖고 미투를 터뜨리는 이들에게도 경각심을 심어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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