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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세 윤아선의 반란, 눈물 흘린 유영 [피겨종합선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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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세 윤아선의 반란, 눈물 흘린 유영 [피겨종합선수권]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2.26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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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스포츠Q(큐) 글 김의겸·사진 손힘찬 기자] 쇼트프로그램 1위를 차지한 유영(17·수리고)이 프리스케이팅 연기 도중 넘어지고 말았다. 2~3위 선수들과 격차가 크지 않았는데, 결국 4위까지 밀렸다. 내달 예정된 세계선수권대회 출전이 좌절됐다.

유영은 26일 경기도 의정부 실내빙상장에서 열린 KB금융배 제75회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 겸 2021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파견선수 선발전 여자싱글에서 입상에 실패했다.

전날 여자싱글 쇼트프로그램 1위(69.87점)로 마쳤지만 이날 프리스케이팅에서 124.94점을 보태는 데 그쳐 194.81점으로 포디움에 들지 못했다.

1위는 총점 199.31점을 얻은 김예림(18·수리고), 2위는 총점 197.99점으로 초등학교를 졸업한지 1년밖에 되지 않은 윤아선(14·광동중)이 차지했다. 올 시즌 시니어로 올라선 이해인(15·한강중)이 195.40점으로 3위에 올랐다.

두 차례 넘어진 유영이 결국 최종 4위로 마쳤다. 연기를 모두 마친 뒤 눈물을 참아내려 애썼다.

유영이 지난 시즌 경쟁자들 사이에서 치고나갈 수 있었던 건 독보적인 완성도의 트리플 악셀 덕분이다. 이날은 트리플 악셀을 시도하다 엉덩방아를 찧었고, 더블 악셀-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뛰다 착지 과정에서 다시 한 번 넘어지고 말았다.

연기를 마친 유영은 입상 좌절을 직감한 듯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가장 놀라운 결과는 윤아선이 2위를 차지한 것. 이해인, 위서영(16·도장중) 등과 함께 2세대 '연아키즈' 중에서도 어린 축이다. 지난해 전국체전까지 초등부로 뛰었던 그가 쟁쟁한 언니들 사이에서 당당히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피겨에 입문했으니 불과 4년여 만에 엄청난 성과를 내고 있는 셈.

세계선수권은 만 15세 이상만 출전할 수 있다. 깜짝 2위를 차지한 윤아선은 아쉽게도 언니 이해인에게 세계선수권 출전권을 넘겨줄 수밖에 없지만 값진 쾌거가 아닐 수 없다.

경기가 끝나고 만난 윤아선은 아직 앳된 티가 다분했다. 인터뷰가 긴장되는 듯 목소리를 떨었고, 인터뷰가 끝나자 관계자 품에서 "다리가 후들거렸다"며 응석을 떨어 주변을 미소짓게 만들었다.

윤아선은 "아직 나이가 어려 세계선수권은 못 나간다. 그래서인지 긴장을 덜 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면서 "순위권 안에 들 거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이번에 2위를 하게 돼 정말 놀랍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이어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해서 잘하고 싶고, 내년에 꼭 주니어그랑프리에 나가보고 싶다"고 밝혔다.

14세 윤아선이 깜짝 반란을 일으켰다.

지난해 2월 전국동계체전 이후 국내에서 처음 열린 피겨 대회다. 

최근 연아키즈 중 선두주자로 치고 나갔던 유영으로서는 아쉬운 결과다. 

주로 미국에서 훈련하던 유영은 지난해 3차례 자가격리 기간을 가지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세계선수권에 참가하고자 캐나다로 출국했지만 현지에서 대회가 취소됐다. 이어 미국 훈련을 진행하다 코로나 상황이 악화되면서 귀국한 바 있고, 지난해 11월에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시니어 그랑프리 6차대회에 출전한 뒤 또 2주간 고독한 시간을 견뎌야만 했다.

제대로 된 훈련일정을 소화하지 못하고, 몇차례 자가격리까지 겪으면서 근력이 눈에 띄게 줄었다. 몸의 작은 변화에도 밸런스가 흔들릴 수 있는 게 피겨스케이팅이다. 당연히 감각 유지에도 문제가 생겼다. 그럼에도 쇼트프로그램에서 우위를 점했지만 결국 역전을 허용했다.

여자싱글 1, 3위를 차지한 김예림과 이해인 그리고 남자싱글 우승자는 내달 22일부터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에 출전한다. 내년으로 예정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나설 국가대표는 추후 랭킹전 결과를 포함해 선발한다. 유영으로서는 다음을 노려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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