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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위 삼성생명에 열린 가능성, 여자농구 플레이오프 묘미 [WKBL 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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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위 삼성생명에 열린 가능성, 여자농구 플레이오프 묘미 [WKBL PO]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3.02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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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정규리그 4위 용인 삼성생명이 1위 아산 우리은행을 제압했고, 3위 인천 신한은행은 2위 청주 KB스타즈를 잡을 뻔했다.

올 시즌부터 여자프로농구(WKBL) 포스트시즌은 4강 플레이오프(PO) 체제로 바뀌었는데, 강력한 우승후보들이 나란히 휘청여 보는 이들의 흥미를 더한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이 의도한 바라면 대성공이다.

삼성생명은 1일 경기 용인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KB국민은행 리브 엠(Liiv M) WKBL PO(3전 2승제) 2차전 홈경기에서 우리은행을 76-72로 눌렀다. 1승 1패가 된 두 팀은 3일 충남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최종전을 치른다.

삼성생명은 이틀 전 아산에서 열린 1차전에서도 정규리그 우승팀 우리은행을 괴롭혔다. 종료 3분 20초 전까지 6점 앞서는 등 좋은 경기를 펼쳤다. 적지에서 만만찮은 전력을 뽐낸 삼성생명이 안방에선 결국 승전보를 전했다.

윤예빈(가운데)이 맹활약하면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사진=WKBL 제공]

가드 윤예빈이 26점 11리바운드, 김한별이 22점 6어시스트로 승리에 앞장섰다. 특히 윤예빈이 전반에만 팀 득점 절반(20점)을 홀로 책임지는 등 번뜩인게 결정적이었다. 전반을 40-35로 리드하며 마친 삼성생명은 4쿼터 종료 5분 28초 전 김보미의 3점슛으로 점수 차를 9까지 벌렸다.

김소니아, 박지현을 필두로 우리은행이 반격했지만 김한별이 자유투 2개를 모두 성공시키고, 에이스 김단비가 종료 54.6초 전 골밑에서 득점하면서 7점 차를 만들어 승기를 굳혔다.

지금까지 19차례 WKBL PO에서 4위가 1위를 꺾고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 건 2001년 겨울리그에서 딱 한 번 있었다. 당시 정규리그 4위 우리은행이 1위 신세계를 2승 1패로 물리쳤다. 삼성생명이 3차전도 가져갈 경우 20년 만에 4위가 1위를 '봄 농구'에서 떨어뜨리게 된다.

단기전이기에 그날의 팀 컨디션, 부상 변수 그리고 분위기에 경기가 좌우된다. 1차전 우리은행 박지현이 경기 막판 3점슛에 이어 반칙을 얻어내는 3점 플레이로 역전승을 이끌었다면, 이날은 윤예빈이 그야말로 '미친' 경기력을 보여줬다.

임근배(왼쪽) 삼성생명 감독은 'AGAIN 2019'를 꿈꾼다. 2년 전처럼 우리은행에 역전승을 거두고 챔피언결정전에 갈 수 있을까. [사진=WKBL 제공]

연합뉴스에 따르면 윤예빈은 경기를 마친 뒤 "내가 미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웃어 보였다. 올 시즌 정규리그 평균 10.6점 6.2리바운드를 남긴 그가 이를 훨씬 상회하는 플레이로 팀에 승리를 선사했다. 경기 후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도 "초반에 윤예빈한테 너무 많이 맞았다"고 아쉬워했다.

윤예빈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후회 없이 불태우려고 했다. (임근배) 감독님이 어제 훈련 때 '진다는 생각은 하지 말자'고 말씀하셔서 그런 각오로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이어 "모두 우리은행이 2승으로 끝낸다고 전망해서 자극이 됐다. 3차전에도 끝까지 물고 늘어지겠다"며 '언더독' 정신을 강조했다.

삼성생명은 2018~2019시즌 PO에서 2위 우리은행을 상대로 2, 3차전을 내리 따내면서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바 있다. 그때 기억을 되살려 객관적 전력 열세를 뒤집겠다는 각오다. 임근배 삼성생명 감독은 "단기전은 기싸움이 중요하다. 선수들이 3차전 앞두고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면 좋겠다"며 "어차피 크게 달라질 건 없고, 잘 쉬면서 3차전을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전날 2위 KB도 신한은행을 상대로 고전했다. 1차전 홈경기에서 60-55로 힘겹게 승리했다.

15점 10리바운드 10어시스트 트리플더블을 달성한 김단비를 앞세운 신한은행이 4쿼터 종료 4분 10초 전까지 53-52로 리드할 만큼 팽팽한 경기였다. 

신한은행도 KB를 상대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쉽사리 물러나지 않을 전망이다. [사진=WKBL 제공]

정규리그 최우수선수상(MVP)을 포함해 역대 최다인 7관왕에 오른 박지수가 23점 27리바운드로 버틴 덕에 체면을 지켰다. 리그 30경기에서 모두 더블더블을 달성한 그가 포스트시즌에서도 기세를 이었다. 특히 국내선수 포스트시즌 1경기 최다 리바운드 기록도 갈아치웠다.

이번 포스트 시즌은 유독 변수가 많다는 분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외국인선수 없이 치러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PO 제도가 정비됐다. 지난 시즌까지 2위와 3위가 맞붙어 승리한 팀이 1위와 챔피언결정전에서 격돌했으니 정규리그 우승팀이 유리한 구조였던 반면 올 시즌에는 1위가 갖는 이점이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동안 총 43차례 진행된 WKBL PO에서 1차전 승리 팀이 37회나 결승에 갔으니 확률은 86%에 달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14%의 기적이 일어날 가능성이 조금은 더 높아졌다는 게 중론이다.

신한은행은 2일 오후 7시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KB와 2차전 홈경기에 나서고, 삼성생명은 3일 같은 시간 우리은행 원정 3차전을 치른다. 만약 KB가 2차전에서 끝낸다면 정규리그 1위 우리은행보다 2위 KB가 하루 더 쉬고 챔프전에 출전하는 상황도 연출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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