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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이동준-부산 박정인·이상헌, 윈윈할까 [SQ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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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이동준-부산 박정인·이상헌, 윈윈할까 [SQ초점]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3.10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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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이동준(24·울산 현대)이 올 시즌 K리그1(프로축구 1부) 최고의 이적생으로 떠오르고 있다. 원래도 기대치가 워낙 높았는데, 그 이상을 보여주고 있다. 3경기 만에 우승후보 울산의 만능 열쇠로 자리매김했다.

울산은 이번 겨울 이적시장에서 전천후 공격수 이동준을 영입하면서 최전방 스트라이커 박정인(21)과 2선 자원 이상헌(23)을 부산 아이파크로 보냈다.

둘 모두 울산이 지난 몇년 간 22세 이하(U-22) 의무출전 규정을 통해 꾸준히 기용했던 공격수들이지만 기대만큼 충분한 시간을 부여받진 못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꾸준한 출전이 간절했던 두 유망주와 즉시전력감이 필요했던 울산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이적이었다.

박정인과 이상헌은 K리그2(2부)로 다시 강등돼 재승격을 노리는 부산에서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특히 박정인의 경우 히카르도 페레즈 감독이 직접 선택했던 만큼 올 시즌 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동준이 울산이 넣은 3골에 모두 관여하며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익숙하지 않은 원톱 자리에서도 경쟁력을 보였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이동준은 9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21 하나원큐 K리그1 3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와 홈경기에서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전,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3-1 승리에 앞장섰다. 울산이 개막 후 3연승을 달린 건 2014년 이후 7년 만이다.

최전방 자원인 김지현과 힌터제어가 모두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3월 말까지 회복 여부가 불투명하다. 이동준은 이날 울산 입단 후 처음으로 중앙 공격수로 나섰다. 기존에 주로 측면에 배치됐던 것을 감안하면 상대 센터백과 힘 싸움에 애를 먹을 것으로 우려됐는데 기우였다.

K리그 최고의 준족으로 꼽히는 김인성과 함께 인천 수비를 괴롭혔다. 빠른 발은 기본이고, 폭넓게 움직이며 수비를 끌고 나오고 공간을 창출했다. 장기인 드리블과 전방압박으로 인천 수비진을 당황시켰다.

전반 5분 만에 페널티아크 부근에서 그림 같은 감아차기 골을 터뜨렸지만 비디오 판독(VAR) 결과 앞서 신형민이 공을 탈취하는 과정에서 반칙이 인정돼 득점이 취소됐다. 하지만 이내 페널티킥을 얻어내 윤빛가람의 선제골을 간접적으로 도왔고, 후반 14분 1-1 동점 상황에서 직접 페널티킥 결승골을 뽑아냈다. 이어 15분 뒤 이청용의 패스를 받아 김인성의 골을 어시스트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경기 막판에도 인천 골키퍼 이태희를 압박해 공을 끊어내는 등 저돌성을 발휘해 홈 팬들의 박수갈채를 이끌어냈다.

올 시즌 울산에서 K리그 톱 플레이어로 올라설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이동준은 2019시즌 부산에서 13골 7도움을 기록하며 승격을 이끌고 K리그2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했다. 지난해 1부에서도 5골 4도움을 올린 그는 올 시즌 울산이 이적시장에서 가장 공을 들인 선수라고 봐도 무방하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대표팀에서 보여준 활약까지 더해 A대표팀에도 승선했던 그가 최전방에서도 잠재력을 보여줘 흥미롭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홍명보 울산 감독은 경기 후 "오늘 이동준의 직선적인 플레이를 좀 더 준비했다"면서 "이동준은 스피드와 배후 침투 움직임이 좋아 수비가 부담을 느끼는 게 사실인데, 전략이 잘 맞아떨어졌다"고 만족스러워했다.

또 "팀 구성상 편치는 않았겠지만, 이동준은 오늘 어려운 포지션을 잘 소화했다"면서 "국가대표팀에서도 오늘 경기를 봤다면 이동준이 또 하나의 공격 옵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극찬했다.

이동준은 경기 후 "투톱으로는 많이 서봤지만, 원톱 자리는 정말 처음이다. 경기를 며칠 남겨두지 않고 감독님이 말씀해주셔 당황스러웠다"면서도 "팀 사정상 부득이 원톱으로 나섰는데 감독님 주문에 따라 내 역할을 충실히 하고 좋은 결과를 냈다"고 안도했다.

그는 "해외축구를 많이 보는 편이라 루이스 수아레스(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바이에른 뮌헨), 제이미 바디(레스터 시티) 등 세계적인 스트라이커들의 영상을 보면서 연구했다"고 덧붙였다.

K리그2에선 이동준과 유니폼을 바꿔입은 박정인과 이상헌 역시 새 소속팀에 순조롭게 적응 중인 모양새다. 

박정인(오른쪽 첫 번째)은 부산 입단 2경기 만에 프로 데뷔골 맛을 봤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박정인은 지난 7일 대전 하나시티즌과 K리그2 2라운드 원정경기에 선발 출전해 골 맛을 봤다. 2019시즌 데뷔해 15경기 만에 터뜨린 마수걸이 골이다. 2-1 승리에 일조하며 페레즈 감독의 첫 승을 도왔다. 믿음에 부응한 셈이다. 

특히 지난 시즌 수원FC에서 21골을 넣고 K리그2 득점왕(21골)에 오르며 MVP까지 거머쥔 안병준과 호흡이 좋았다. 서울 이랜드FC와 개막전에선 원톱으로 나서 고전했는데, 관록을 갖춘 안병준과 투톱으로 나서자 박정인도 숨통이 트였다. 박정인은 경기 외적으로도 베테랑 안병준에게 배울 점이 많다고 밝혔다.

울산에서 많은 기회를 얻지 못했던 박정인이다. 이적 후 인터뷰에서 주로 상대 체력을 빼놓는 역할에 한정됐다는 점을 아쉬워하며, 전 소속팀 울산이 후회할 만큼 활약을 보여주고 싶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이상헌도 보다 많은 기회를 얻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이상헌 역시 교체로 2경기 연속 피치를 밟았다. 대전을 상대로는 박정인 대신 들어서 30분가량 뛰었고, 앞서 이랜드전에서도 비슷한 시간을 받았으니 올 시즌 울산에서 보다 많은 기회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이상헌은 2017시즌 울산 1군에 콜업됐지만 2018시즌까지 2경기 나서는데 그쳤다. 2018시즌 전남 드래곤즈로 임대돼 21경기에 나서 5골 2도움을 생산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2019시즌 다시 울산에 복귀해 이전보다 많은 시간을 소화하긴 했지만 지난 2시즌 13경기 나선 게 전부니 한창 성장해야할 때 출전시간이 아쉬웠던 것도 사실이다.

박정인과 이상헌에게도 부산은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 이동준이 울산에서 보여주고 있는 활약 역시 좋은 자극제가 될 수 있어 둘이 올 시즌 보여줄 성장세에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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