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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준 이재학 이용규, 다시 영광의 시절을 꿈꾸며 [2021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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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준 이재학 이용규, 다시 영광의 시절을 꿈꾸며 [2021 프로야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3.16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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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왕년에 이름 좀 날렸던 스타들이 신인의 자세로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한 때 잘 나갔음에도 팬들의 기대를 저버렸던 이들은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뜨거운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KBO리그 역대 4명만 달성한 8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의 주인공 장원준(36·두산 베어스), NC 다이노스 역대 최다승 투수 이재학(31), ‘용규놀이’로 대표되는 국가대표 톱타자 출신 이용규(36·키움 히어로즈)가 주인공이다. 이들의 2021년은 아름다운 결실의 해가 될 수 있을까.

부활을 꿈꾸는 두산 베어스 장원준이 연습경기에서 가능성을 보여주며 김태형 감독의 눈도장을 찍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 ‘장롤코’ 회귀, ‘장꾸준’으로 돌아올까

장원준은 KBO리그를 대표할 만큼 꾸준한 성적을 내주는 투수였다. 롯데 자이언츠 초기 시절엔 기복 있는 피칭으로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오르락내리락이 심하다며 ‘롤코장’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 그 누구보다도 안정감 있는, 믿고 맡기는 투수가 됐다.

2015년 두산 유니폼을 입으면서 한 차원 더 성장했다. 4년 84억 원이라는 계약 규모는 ‘거품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으나 장원준은 12승(12패)을 챙기며 두산에 4번째 우승트로피를 안기며 팬들에게 ‘현질’의 맛을 느끼게 해줬다. 이듬해엔 더 뛰어난 성적(15승 6패 평균자책점 3.32)을 내며 팀의 통합우승에 힘을 보탰고 2017년에도 14승 9 평균자책점(ERA) 3.14로 훨훨 날았다.

너무 쉼 없이 달려온 것일까. 장원준은 급격히 무너져내렸다. 2018년 3승 7패 ERA 9.92, 팔꿈치를 비롯해 허리와 무릎 등까지 잇따라 문제가 생겼다. 재활로도 많은 시간을 보냈다. 2019년 팀이 다시 정상에 올랐지만 장원준은 멀리서 지켜봐야만 했다. 그해 1군에서 단 2이닝만 던졌다. 지난해에도 그에게 주어진 기회는 단 2경기뿐.

올해는 진짜 부활을 꿈꾼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구속도 올라오고 작년보다는 조금 더 좋아졌다. 최근 경기에서 공 끝도 괜찮았다. 구속도 더 올라올 것 같은데 좀 더 지켜보면 충분히 중간에서 자기 역할은 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3경기에서 2⅔이닝 동안 2실점(1자책) 했는데, 지난 14일 키움전에선 1이닝 무실점으로 더 나아진 투구를 펼쳤다. 속구 최고 구속이 아직 140㎞를 넘기지 못하고 있지만 차근차근 끌어올리는 중이다.

장원준의 공을 받은 박세혁은 과거와 비교하는 건 의미 없다며 “원준이 형은 존재로도 힘이 된다”며 “그래도 장원준은 장원준이다. (구속이) 떨어지면 떨어지는 대로 맞춰가면 된다. 볼 배합을 바꾸는 등 방법을 찾으면 된다”고 장원준의 부활을 자신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 출전하지 못했던 이재학은 투구폼 변화를 통해 재기를 꿈꾼다. [사진=NC 다이노스 제공]

 

◆ 에이스의 KS 엔트리 제외까지, 명예회복 꿈꾸는 이재학

NC 창단 멤버였던 이재학은 4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두며 팀의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창단 초기부터 NC가 다크호스로 떠오를 수 있었던 데 이재학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었다.

부침도 있었지만 2019년 다시 10승 투수 반열에 오르며 재기하는 듯 했다. 그러나 지난해 팀 첫 우승의 기쁨을 온전히 누리지 못했다. 5승 6패 ERA 6.55로 부진, 한국시리즈 출전 명단에서 제외됐기 때문.

순풍이 불었던 구단 연봉 협상에서도 웃지 못했다. 지난해 2억7500만 원에서 7500만 원 삭감된 2억 원에 도장을 찍었다. 통산 67승으로 팀 내 최다승 투수의 자존심이 잔뜩 구겨지는 순간이었다.

독을 품는 계기가 됐을까. 올 시즌 연습경기부터 달라질 조짐이 보인다. 지난 7일 두산과 연습경기에서 2이닝 무실점 투구를 펼쳤다. 특히 사사구 없이 삼진을 5개나 잡아낸 건 이동욱 감독에게 눈도장을 찍기에 충분했다.

이 감독은 “변화를 주려고 했던 것들이 실전에서도 나와 방향성 확인이 잘 됐다”고 흐뭇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재학은 투구폼에 손을 대며 더 간결하게 던질 수 있도록 변화를 가했다. 투수에게 투구폼 변화는 자칫 독이 될 수도 있지만 그만큼 절박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동욱 감독은 구속보다는 ‘옆구리 투수’로서 구종에 따라 폼이 달라 쉽게 맞아나갔던 것이 문제였다며 이젠 속구와 체인지업이 같은 궤적에서 나와 타자들을 헷갈리게 만든다며 만족해 했다.

우선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완벽한 재기를 위해선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야 한다.

방출 설움을 겪은 이용규는 키움 유니폼을 입고 새로운 야구인생을 열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 국대 톱타자 이용규의 방출, 여전한 클래스 보여줄까

KBO리그에서 가장 투수를 귀찮게 하는 타자를 꼽으라면 열에 아홉은 이용규를 택할 것이다. 그만큼 콘택트가 뛰어나고 볼을 잘 골라낸다. 쳐내기 쉽지 않은 공을 커트해내며 투수를 괴롭히는 행위가 ‘용규놀이’로 명명된 이유이기도 하다.

커리어 또한 화려했다. 최다안타(154개, 2006년)와 득점(86개, 2012년), 도루(44개, 2012년) 등 1위를 차지하기도 했고 국가대표로서 한국야구의 전성기를 이끌기도 했다. 두 차례 FA에서도 4년 67억 원, 2+1년 26억 원 계약을 이끌어내며 가치를 인정받았다.

크게 성적이 떨어졌던 적은 없다. 지난해에도 한화 이글스에서 주장을 맡아 타율 0.286 출루율 0.381로 톱타자의 역할을 해냈다. 전성기 만큼은 아니어도 최재훈(0.301) 다음으로 높은 타율로 공헌도가 결코 작지 않다.

그러나 많은 나이와 팀과 마찰 이후 벌인 트레이드 요구 등이 문제였다. FA 계약 후 저지른 일이라 팬들마저 등을 돌렸고 구단으로부터도 무기한 참가활동정지 처분을 받았다. 1년간 거의 실전에 나서지 못한 그는 지난해 다시 그라운드에 나서 존재감을 나타냈지만 리빌딩을 택한 한화의 선택은 방출이었다.

키움이 손을 내밀었다. 연봉은 4억 원에서 62.5% 삭감된 1억5000만 원. 돈보다는 건재함을 증명하기 위해 흔쾌히 도장을 찍었다.

연습경기 이용규는 날아다니고 있다. 거의 매 경기 안타를 때려내며 키움의 새로운 톱타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 14일 두산전에서도 2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벌써 ‘모범 계약’ 사례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과거처럼 높은 타율에 집착할 이유도 없다. 끈질긴 승부로 출루만 꼬박꼬박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정후와 박병호 등 그를 홈으로 불러들일 후속 타자들이 줄을 잇는다.

더그아웃 리더 역할까지도 맡고 있다. 외야에서 경쟁을 벌일 허정협은 “경쟁을 떠나 여러 가지를 배우고 있다. 굉장히 좋은 사람이더라. 이용규 선배가 팀에 와서 더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값싸게 클래스가 있는 베테랑을 품게 된 홍원기 감독이 든든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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