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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멍든' 방탄소년단 그림, 왜 인종차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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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멍든' 방탄소년단 그림, 왜 인종차별일까?
  • 김지원 기자
  • 승인 2021.03.18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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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지원 기자] 미국의 유명 스포츠 카드 제조사 톱스(Topps)가 방탄소년단(BTS) 일러스트로 '인종차별', '아시아인 혐오' 논란에 휩싸인 후 제작 철회를 결정했다.

16일(현지시간) 톱스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자체 시리즈 카드 중 하나인 ‘지피케이(Garbage Pail Kids)’의 ‘2021 톱스 가비지 패일 키즈: 더 셰미 어워즈(2021 Topps Garbage Pail Kids: The Shammy Awards)’를 발표했다.

이 제품은 14일 미국 로스앤젤리스에서 열린 '제63회 그래미 어워드'(Grammy Awards)를 기념해 출시된 카드 시리즈로, 올해 그래미 어워드 상을 수상하거나 무대에 오른 아티스트를 그림으로 표현해 '그래미 어워드'를 조롱하기 위한 의도로 제작됐다고 알려졌다.

 

그룹 방탄소년단(BTS) [사진=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룹 방탄소년단(BTS) [사진=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올해 그래미 어워드에 노미네이트된 방탄소년단도 카드 시리즈 안에 담겼다. 문제가 된 것은 방탄소년단의 일러스트가 새겨진 카드였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두더지 잡기 게임기 속에서 '그래미 어워드'를 상징하는 축음기에 맞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됐다.

테일러 스위프트나 해리 스타일스, 빌리 아일리쉬 등 아티스트들이 그래미 어워드 무대에서 선보였던 무대 세트의 특징과 함께 그려진 반면, 방탄소년단은 마이크를 잡거나 무대 위에 서 있는 모습으로 표현되지 않았다. 또, 얼굴은 멍이나 상처로 가득하며, 이름이 쓰여진 다른 아티스트와 달리 'K-POP'이라고 기재됐다.

이에 방탄소년단 팬덤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누리꾼들은 최근 미국 내 반 아시아 범죄 증가 추세가 사회적 문제로 고려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개된 해당 일러스트가 인종차별적 내용을 담고있다고 항의에 나섰다.

특히, 이날 미국 애틀란타에서 발생한 총격사건 사망자 8인 중 4인이 한국계 여성으로 확인되면서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혐오와 차별, 폭력이 가시적으로 드러난 상황, 아시아계 아티스트인 방탄소년단이 폭력 피해를 입은 것으로 묘사된 해당 일러스트는 큰 파장을 불렀다.

 

[사진=톱스(Topps) 공식 SNS]
[사진=톱스(Topps) 공식 SNS]

 

미국 음악 매체 빌보드는 해당 제품 출시를 알리는 기사를 공식 홈페이지와 트위터에 게재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자, 홍보 기사 내용 중 방탄소년단 카드의 그림 및 설명을 삭제하기도 했다. 해당 기사에는 "방탄소년단은 '방탄소년단 브루이저'라는 금박 축음기에 맞아 죽는다"("BTS gets smashed by a gilded gramophone as 'BTS Bruisers")라는 설명이 담겨 있었다.

해당 카드 제작사가 유명인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한 카드를 주로 출시했기 때문에 이는 단순한 상황 풍자라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카드에 'BTS' 대신 'K-POP'을 기재하며 방탄소년단이라는 아티스트의 인기를 단순한 K팝 유행 현상으로 뭉뚱그린 점, 미국에서 아시아인 대상 혐오 범죄가 들끓는 시국에 방탄소년단 멤버로 보이는 7명이 맞아 죽고 있는 상황을 묘사했다는 점에서 해당 일러스트는 풍자를 가장한 인종차별, 아시아인 혐오와 차별에 가까워보인다.

여론이 악화되자 톱스는 "저희 제품 속 BTS의 묘사에 대해 불쾌함을 느낀 소비자들을 존중하고 이해하며, 이를 포함시킨 것을 사과한다. 방탄소년단 스티커 카드를 세트에서 제외했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게재했다.

다만 대부분의 누리꾼들은 잘못에 대한 언급 없이 '불편하다면 판매하지 않겠다'는 식의 무책임한 사과문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국내외 누리꾼들은 "아시아 커뮤니티에 대한 폭력을 표현해 아시아 아티스트를 묘사한 이유를 해명하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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