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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석희 부활, 고개숙인 최민정에도 호재다 [회장배 쇼트트랙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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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석희 부활, 고개숙인 최민정에도 호재다 [회장배 쇼트트랙대회]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3.19 14: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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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여자 쇼트트랙에 긍정적 신호가 켜지고 있다. 심석희(24·서울시청)가 갖은 고초를 겪고 부활하며 ‘여제’ 최민정(23·성남시청)과 다시금 상승효과를 이끌어내리라는 기대다.

심석희는 19일 의정부 실내 빙상장에서 열린 제36회 회장배 전국 남녀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대회 첫날 여자 일반부 1000m 결승에서 1분30초514로 정상에 올랐다.

회장배는 지난해 11월 제37회 전국남녀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대회 이후 4개월 만에 개최된 올 시즌 국내 첫 대회였다. 대회가 미뤄진 동안 성공적으로 몸 관리를 해냈고 전날에 이어 2관왕에 올랐다는 건 꽤나 고무적인 일이다.

심석희가 19일 제36회 회장배 전국 남녀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대회 첫날 여자 일반부 1000m 결승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8일 1500m에서 초반 여유롭게 레이스에 나서던 심석희는 6바퀴를 남기고 선두로 올라섰다. 최민정이 인코스로 파고드는 과정에서 밀려 2바퀴를 남기고 5위까지 떨어졌지만 곧바로 스피드를 올려 바깥으로 달리며 다른 선수들을 추월해 정상에 섰다.

결승선을 통과할 때까지만 해도 2위였다. 가장 먼저 들어온 건 최민정. 그러나 직선 주로에서 다른 선수와 접촉한 뒤 2바퀴를 남기고 인코스에서 아웃코스로 레인을 변경하며 접촉해 각각 옐로 카드를 받았다. 2차례 페널티를 받은 최민정이 실격처리 돼 심석희가 1위로 올라섰다.

소속사 갤럭시아SM에 따르면 심석희는 경기 후 “뒤로 밀린 순간 남은 바퀴 수를 봤다. 끝까지 해봐야겠다고 판단했고 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포기하지 않고 다시 스피드를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이날은 첫 바퀴부터 선두로 치고 올라갔고 상대 선수에게 빈틈을 내주지 않으며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소연(스포츠토토·1분30초749)과 최민정(1분31초037) 또한 심석희를 따라잡진 못했다.

심석희는 전날 1500m에 이어 대회 2관왕에 올랐다. [사진=연합뉴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한국 쇼트트랙 간판이었던 심석희는 몇 년간 선수생활에만 전념하기 힘들었다. 전 대표팀 코치였던 조재범으로부터 폭행을 당해왔고 용기를 내 이를 폭로했다.

당초 조 전 코치의 폭행 피해 사실을 밝혔으나 형량이 생각보다 무겁지 않았고 진심으로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자 성폭행 사실까지 추가 폭로했다. 이후 길고 긴 법정 공방 속 지난 1월 조 전 코치에게 징역 10년 형이 내려졌다. 

한동안 쇼트트랙 선수 심석희가 아닌 피해자 심석희에 대한 관심이 컸다. 심석희는 온전히 운동에만 집중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피해자로서 조 전 코치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정신적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도 적지 않았을 터.

그렇기에 더욱 놀라운 부활이다. 대회가 열리지 않는 동안 체력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했다. 심석희는 “대회가 없어서 실전 감각이 떨어진 상태였다. 이런 가운데 체력을 보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꼈다”며 “코어 훈련 등을 하며 체력을 끌어올렸고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심석희와 쌍벽을 이루던 최민정으로서도 반가운 일이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던 둘의 경쟁 구도는 심석희이 ‘미투’ 이후 균열이 갔다. 심석희가 흔들리는 동안 최민정이 독주하기 시작했다. 심석희의 부활은 최민정에게도 긍정적인 자극제가 될 수 있을 전망이다.

심석희(오른쪽)와 경쟁하고 있는 최민정. 다시 시작된 선의의 경쟁으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게 만든다. [사진=연합뉴스]

 

최민정은 경기 후 최민정은 “실전이 없다 보니 경기 감각이 확실히 떨어졌다”며 “유럽선수권 등 영상을 보며 다른 나라 선수들을 분석하고 있지만 일단 내년 베이징동계올림픽에 나가려면 다음 달 국가대표 선발전이 우선이기에 국내 선수들과 경쟁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올림픽을 위한 국가대표 선발전이 다음달 열린다. 지금 페이스대로라면 둘 모두 무난히 승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심석희는 “그동안 휴식도 취하고 재정비 시간도 가진 만큼 다시 태극마크를 달고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 많이 간절하고 그립다”고 국가대표에 대한 애착을 나타내며 “열심히 준비하기는 했는데 기대하고 예상했던 것보다 결과가 잘 나와 기분이 좋다”고 밝혔다.

그러나 100% 만족할 만한 상태는 아니다. 심석희는 “체력이 많이 떨어져 있어서 차근차근 만들어나가려고 했다. 쉬는 날도 최대한 반납하고 재활과 운동을 하며 준비했다”며 “지난 대회와는 기량 자체에도 차이가 있다. 그때는 체력과 스피드가 많이 못 미쳤는데 이제 만들어 가는 단계다. 안주하거나 방심하지 않고 더 세세한 부분까지 잡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체력과 스피드는 좋아졌지만 아직 목표치에 도달하지는 못했다”는 심석희는 “레이스 영상들도 찾아보며 더 공부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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