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7:11 (금)
수베로 시프트 '파격', 한화가 달라졌다 [프로야구 시범경기]
상태바
수베로 시프트 '파격', 한화가 달라졌다 [프로야구 시범경기]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3.24 1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창단 이래 첫 외국인 사령탑과 함께하는 한화 이글스가 시범경기부터 기대를 자아낸다.

한화는 23일 서울 잠실 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1 신한은행 쏠(SOL) KBO리그(프로야구) 시범경기에서 6회 나온 라이온 힐리의 역전 결승포에 힘입어 두산 베어스를 4-3으로 꺾었다. 

시범경기라고는 하나 3전 전승이다. 이날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출신 힐리가 0-2로 뒤진 6회 역전 스리런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4번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해 첫 아치를 그렸다. 21일 첫 안타, 22일 첫 타점에 이어 기세를 올렸다. 장운호는 멀티히트를 기록했고, 선발 로테이션 경쟁 중인 김이환도 3⅔이닝을 2피안타 1탈삼진 1볼넷 1실점으로 잘 막았다.

송윤준, 박주홍, 윤호솔, 주현상, 장민재로 이어진 불펜진이 한 점 차 리드를 끝까지 지켜냈다. 특히 내야수에서 투수로 전향한 한화 주현상은 8회 등판해 1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묶었으니 투수 1군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마친 셈이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이끄는 한화가 시범경기에서 달라진 경기력과 파격적인 수비 전술로 눈길을 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는 지난 21일 LG 트윈스와 시범경기 첫 일정에서 박정현의 끝내기 홈런을 앞세워 3-2로 이겼고, 22일 두산전에선 1회에만 7점을 폭발하며 12-5로 승리했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23일 역전승은 물론 숱한 위기 속에서도 승리를 지켜낸 데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른바 '수베로 시프트'가 눈길을 끈다. 지난해 NC 다이노스 '이동욱 시프트'가 주목받았는데, 이를 뛰어넘는 극단적인 수비 배치가 인상적이다. 수베로 감독의 과감성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 이닝 안에서도 타자에 따라 또 주자 유무 및 볼카운트에 따라 끊임없이 수비 위치가 바뀐다. 때로 3루를 비워두거나 2루수가 외야수처럼 뒤로 물러서 대기하는 등 파격의 연속이다. 유격수 하주석과 2루수 정은원, 3루수 박정현의 수비 위치는 상황에 따라 변화 폭이 상당하다.

수베로 시프트는 데이터에 기반한다. 아직 KBO리그 상대 구단, 그리고 타자들을 많이 접해보지 않은 상황에서 철저하게 데이터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타자 타구 특성에 맞춰 커버 범위가 가장 넓은 유격수를 중심으로 시프트를 가동한다. 같은 두산 좌타자지만 김재환과 호세 페르난데스가 나왔을 때 내야수 위치는 눈에 띄는 차이를 느낄 수 있을 만큼 달랐다.

수베로 감독은 23일 두산전 앞서 "빈도가 아니라 속도에 집중한다"며 "강한 타구가 몰리는 지점에 수비를 배치하는 게 기본이다. 약한 타구는 수비가 따라가서 잡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파격적인 수비 시프트는 올 시즌 한화의 변혁을 대변한다. [사진=연합뉴스]

시프트 완성도를 높이고자 미팅 때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전력 분석 미팅 때는 통상 투수와 타자로 나뉘어 상대 팀 특징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는데, 최근 한화는 시프트 전략까지 공유한 뒤에야 경기에 나선다. 수베로 감독이 수치에 기반한 전략을 세우면, 한국야구를 잘 아는 조성환 코치가 조언을 더한다.

아직 몇 경기를 치렀을 뿐이니 성패를 따질 표본이 만들어진 건 아니나 한화가 올 시즌 보여줄 변화를 상징하기에는 충분하다. 공 하나 하나에 온 신경을 곤두 세워야 하니 수비 집중력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란 분석도 따른다. 또 이런 파격 자체가 올 시즌 한화 내부적으로 '올해는 예년과 다르다'는 자신감을 공유하는 근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한화는 지난해 팀 역사상 최저 승률로 리그 최하위에 머물렀다. 선수단에 '실패할 자유'를 강조하고 있는 외인 지도자 수베로 감독과 함께 더 젊고 역동적인 팀으로 변모 중이다. 수베로 감독은 부임 뒤 선수들에게 "결과에 얽매이지 마라. 신념을 통해 야구에 접근하는 태도를 바꾸고, 결과는 하늘에 맡기자"고 주문했다.

패배의식이 만연했던 한화이기에 반가운 변혁이다. '노 피어(No fear)' 정신으로 가을야구에 진출했던 제리 로이스터 감독 시절 롯데 자이언츠처럼 반전 드라마를 쓸 수 있을까.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