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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계 샛별, 감독 겸 배우 조현철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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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계 샛별, 감독 겸 배우 조현철 [인터뷰]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5.23 1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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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타운'서 경악할 정신지체 연기...힙합뮤지션 매드클라운이 형

[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최대성기자] “의미 있는 흥행인 듯해요. 여성들이 주연하고, 새로운 배우들이 많이 나왔잖아요. 제게도 좋은 기회였죠.”

여성 누아르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며 146만 관객이라는 값진 성과를 올린 ‘차이나타운’에는 한국영화계의 미래를 책임진 젊은 피들이 빼곡하다. 이 가운데 독립영화계 감독 겸 배우 조현철(29)은 창창한 앞날을 선연하게 드러냈다.

차이나타운을 지배하는 엄마(김혜수)네 가족의 일원인 정신지체아 홍주는 평소 살뜰하게 대해주는 일영(김고은)을 누나처럼 따르지만, 엄마의 명령에 절대 복종함으로써 자신의 '쓸모'를 본능적으로 입증한다. 어눌한 말투의 천진난만함을 보이다가도, 돌연 튀어 나오는 광기에 관객은 섬뜩함을 느끼게 된다.

 

◆ 한예종 영상원 연출 전공...연기까지 소화하며 ‘양수겸장’

‘성격파 신인 배우의 탄생’으로 생각할 법한데 그의 전문 영역은 ‘연출’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출신인 조현철은 단편영화 ‘9월이 지나가면’ 연출과 동시에 ‘인간중독’ ‘간신’의 임지연과 주연을 소화했다. 단편 ‘영아’에서는 김고은과 멜로연기를 펼쳤다. 임지연 김고은은 한예종 동문 사이다. 2010년엔 대단한 단편영화제에서 좀비물과 멜로를 결합한 ‘척추측만’으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지난해엔 ‘알레르기’와 옴니버스 독립영화 ‘서울연애’의 6번째 에피소드 ‘뎀프시롤: 참회록’을 연출해 호평 받았다. 멜로거나 타인에게 미안해 하는 이야기를 주로 만들었다.

연출이 아닌 배우로서의 필모그래피도 적잖다. ‘건축학개론’에선 이제훈의 대학친구 동구 역을 맡았으며 자신의 연출작 대부분에 주연을 겸했다.

“원래는 연출하려고 영화과에 입학했는데 친구들의 작품을 도와주다가 재밌어서 연기를 하게 됐어요. 제 연기를 보는 게 아직도 어색해요. 아무래도 연출을 하는 입장이다 보니 어디에서 집중했는지, 어디에서 틀어졌는지 아니까요. 운이 좋아서 연출과 연기를 모두 했는데 기회가 되면 계속 병행하고 싶어요.”

감독의 주요 역할 가운데 하나는 배우 디렉션이다. 작품이라는 전체 그림 안에 배치된 캐릭터 하나하나를 이해하는 감독은 자신의 캐릭터에 ‘올인’하는 배우들과 의견을 조율하며 작품 및 다른 캐릭터와 조화를 이루는 연기를 끌어내야 한다. 그런 면에서 감독인 그는 배우로서 연기할 때 유리함을 안고 출발하지 않을까.

▲ '차이나타운'의 홍주, '뎀프시롤: 참회록' '9월이 지나가면'의 조현철(사진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연기할 때 연출 경험이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진 않아요. 디렉션은 또 다른 영역이니까요. 연기할 땐 전체 그림을 많이 생각해요. 감독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려고요. 연출할 땐 연기가 쉬워 보이고, 연기할 땐 하고 싶고 그래요.(웃음)”

‘차이나타운’의 한준희 감독은 조현철이 연출·출연한 단편영화를 본 뒤 홍주 역에 캐스팅했다. “연출을 해와서 카메라 앵글, 동선, 조명, 표정 등을 잘 알고 있기에 조현철의 연기에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 정신지체아 홍주로 섬뜩한 연기...‘바보 역할 전문 배우’ 평가 우려

홍주 역을 맡게 된 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연기하기가 힘들겠다”였다. 잘 소화해내더라도 향후 이런 이미지로 소비되지 않을까 우려가 솟구쳤다. 어눌한 캐릭터를 몇 차례 해와 ‘바보 역할 전문 배우’ 소리를 듣기 일보직전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선을 넘어가면 관객이 불편해할 것 같아 그 선을 지키려 감독과 많은 논의를 이어갔다.

“정신지체아 캐릭터라 처음엔 요양병원에 몇 차례 가서 환자들을 살펴봤는데 마음의 부채가 생겨서 그 뒤부턴 가질 않았어요. 비슷한 느낌의 영화 ‘마스터’(감독 폴 토마스 앤더슨)와 ‘데인저러스 메소드’(감독 데이비드 크로넨버그)를 참고했고 동네를 다닐 때도 ‘홍주라면 어땠을까’를 생각했어요. 산책을 많이 하며 캐릭터가 몸에 익을 수 있도록 했던 것 같아요. 예전에 연기했던 달리 이번엔 연습을 많이 했죠. 캐릭터를 잡을 때 ‘오버’하거나 ‘부족’하면 관객은 어색하게 느끼게 되니까. 촬영 현장에선 편하게 연기했어요. 힘든 건 별반 없었어요.”

 

스스로는 연출 경험이 연기에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으나, 연기의 전 과정에 임하는 자세가 매우 체계적이며 분석적이다. ‘차이나타운’에서 아파트 복도에서 일영과 석현(박보검)을 향해 서슬 퍼런 칼을 들고 돌진하는 장면과 야구연습장에서 형처럼 지내온 우곤(엄태구)과 동물처럼 절규하며 칼부림을 벌이는 장면은 잔상이 강렬하다. 어수룩한 모습일체의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살인기계 같은 모습 탓이다.

“아파트 복도신은 조명의 개가예요.(웃음) 개인적으론 야구연습장 신이 아쉬워요. 감정과 액션을 동시에 끌고 가는 게 낯설고 힘들었어요. 가장 폭발하는 장면이라 ‘이렇게 소리 질러도 되느냐’고 감독님께 물어봤더니 OK하시더라고요.”

◆ ‘형제는 용감했다’ 힙합뮤지션 매드 클라운, 동생 응원 눈길

영화 마니아였던 어머니가 비디오를 자주 빌려오곤 해서 유년기부터 영화를 많이 봤다. 어머니는 장이모 감독 등의 예술영화를, 조현철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탐닉했다. 그러면서 극단적 취향이 형성됐다.

영화 연출에 관심을 갖게 돼 특목고인 애니메이션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싶었는데 좌절하고는 충북 공주에 있는 기숙사 학교에서 가족과 떨어져 지냈다. 당시는 홍콩 액션영화와 한국영화 ‘쉬리’가 돌풍을 일으키던 시기라 영화계에 입문하겠다는 결심을 굳히곤 한예종에 입학했다.

 

조현철의 형은 유명 힙합뮤지션 매드 클라운(조동림·30)이다. 중학교 시절 형은 미국에 있었고, 고교 시절에 조현철은 공주의 기숙학교에 있어서 6년여를 떨어져 지냈다. 그런 영향 탓인지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서로의 근황을 파악한 채 지낸다”고 웃는다. 하지만 매드 클라운은 ‘차이나타운’ 개봉 전후로 자신의 트위터에 동생의 출연 소식을 알리며 열심히 홍보해 눈길을 끌었다.

◆ “단편 연출하며 외상 많이 입어...지금은 감독으로서 찾아가는 과정”

대학을 오랜 기간에 걸쳐 다녔다. 영화작업에 지치거나 염증이 느껴지면 집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지냈다. 자신에 대해 “의지가 없는 편”이라고 건조하게 말한다. 뭔가 딱 맞아 떨어지는 순간이 오면 미친 듯이 열심히 일하는 타이프다. 지난해 졸업한 뒤 세상 밖으로 내보낼 규모의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단편 ‘뎀프시롤’을 확장시킨 작품이 머리에 똬리를 튼 상태다.

“단편들을 찍으면서 외상을 많이 입어서 엄두가 잘 나진 않아요. 준비도 덜 된 것 같고요. 지금은 감독으로서 찾아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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