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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월클' 리더십, 흥국생명을 한 차원 진화시켰다 [여자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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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월클' 리더십, 흥국생명을 한 차원 진화시켰다 [여자배구]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3.25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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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김연경(33·인천 흥국생명)이 어쩌면 마지막일지 모를 국내 여자배구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불꽃을 태우고 있다. 부상 투혼을 발휘, 팀을 챔피언결정전에 올렸다.

김연경은 24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화성 IBK기업은행과 프로배구 2020~2021 도드람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PO) 3차전에서 23점(공격성공률 59.46%)을 폭발하며 흥국생명을 2년 만에 챔피언결정전(5전 3승제)에 진출시켰다. 2차전 입은 손가락 부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최고의 기량을 뽐냈다.

2008~2009시즌 흥국생명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끈 뒤 해외에 진출했던 김연경이 12년 만에 돌아와 다시 한 번 정상 등극을 노린다.

흥국생명은 2월 중순 이재영·다영 쌍둥이가 학교폭력(학폭) 논란으로 무기한 출전정지 징계를 받은 뒤 전력이 약해진 건 물론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패배가 늘었다. 지난 한 달여 시간 동안 포스트시즌을 바라보며 전열을 재정비했고, 산전수전 다 겪은 월드클래스 김연경이 중심을 잡았다. 결국 PO에서 2승 1패로 웃으며 정규리그 우승팀 서울 GS칼텍스와 격돌할 기회를 얻었다.

[인천=스포츠Q(큐) 손힘찬 기자] 김연경이 PO 3차전에서 맹활약, 흥국생명을 챔피언결정전에 올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연경은 경기를 마치고 "트레이너가 테이핑을 잘해주셔서 괜찮았다. 모든 선수가 느끼는 통증을 갖고 있고, 모든 선수가 먹는 약을 먹었을 뿐"이라며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2차전 블로킹 도중 손가락을 다쳐 경기력에 여파가 있을 수 있다는 전망이 따랐는데, 기우였다.

12년 만에 챔프전 무대를 밟는 소감을 묻자 그는 "감동적"이라고 했다. 올 시즌 참 다사다난했다. 또 이번 시즌이 끝나면 다시 해외로 떠날 가능성이 대두된다. 매 순간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나서고 있는 그다. "많은 일이 있었는데 선수들이 이겨내고 챔프전에 올라간다는 게 정말 감동적"이라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해줘서 모든 선수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흥국생명은 쌍둥이 이탈 앞서 외국인선수 루시아도 부상으로 빠졌다. 새로 발탁한 브루나는 입국하자마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격리됐고, 여러 악재 속에 적응에 긴 시간이 걸렸다.

주전 세터와 윙 스파이커(레프트),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까지 모두 바뀌었다. 시즌 막판에는 베테랑 미들 블로커(센터) 김세영까지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으니 김연경이 코트 위에서 의지할 데를 찾기 쉽지 않았다. 박미희 감독은 정규리그 막판 성적에 연연하기보다 '봄 배구'만 바라보며 새로 짠 베스트7 전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

[인천=스포츠Q(큐) 손힘찬 기자] 흥국생명은 김연경(왼쪽 첫 번째)을 중심으로 전력을 재편했다.

1997년생 세터 김다솔이 야전사령관 역할을 맡게 됐고, 센터진은 4년차 김채연과 3년차 이주아로 꾸려졌다. 김연경의 대각에선 김미연이 부상을 안고 뛰면서도 끝까지 버텨줬다. PO 3차전에선 김미연이 목적타 서브를 잘 버텨낸 게 승리 원동력이 됐다.

김연경은 시즌 말미 새 주전 세터 김다솔과 호흡이 완벽하지 않은 상황에서 어려운 공을 묵묵히 처리하면서도 동료들을 북돋는 일을 잊지 않았다. 최근 기록을 살펴보면 김연경이 리베로 도수빈보다도 많은 디그를 기록하면서도, 팀 내 최다득점을 올리는 일이 잦았다. 김연경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흥국생명은 쌍둥이가 빠진 뒤 치른 7경기에서 2승을 챙기며 자신감을 얻었다.

정규리그에서 IBK기업은행에 막판 2연패를 당했다. 모두 셧아웃 완패였다. 하지만 PO에선 2승 1패로 웃었다. 김연경은 PO 3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24점, 공격성공률 55.37%, 리시브효율 33.33%로 활약했다. 동료들도 장단을 잘 맞췄다. 

특히 3차전에선 브루나가 각성했다. 14점, 공격성공률 42.42%로 비로소 '외인'다운 기록을 남겼다. 그동안 자신감이 결여된 듯 플레이에 불안함이 느껴졌는데, 이날은 눈빛부터 달랐다. 세터에게 공을 달라고 요구하기도 하고, 몸을 던져 디그를 하기도 하는 등 남다른 투지를 보여 챔프전을 기대케 한다.

[인천=스포츠Q(큐) 손힘찬 기자] 흥국생명은 이제 도전자 입장에서 GS칼텍스를 만난다.

중국 여자배구 레전드 랑핑 감독은 "김연경의 기술적인 면을 많이 배울 필요가 있다. 또 경기 중 자신의 팀을 하나로 끈끈하게 모을 수 있는 능력을 갖췄는데, 이런 리더는 드물다"고 김연경을 극찬한 바 있다. 이번 흥국생명의 반전 드라마를 통해 다시 한 번 김연경의 리더십을 새삼 느낄 수 있다.

랑핑은 1980년대 현역 시절 중국 대표팀에서 1984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감독으로서도 1996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 2016 리우 올림픽 금메달을 이끈 인물이다. 스타플레이어가 가득한 중국을 지도하면서도 그가 늘 김연경을 치켜세웠던 데는 그 특유의 리더십이 있다.

IBK기업은행 김수지 역시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서 "(김)연경이는 경기가 잘 되면 잘 되는 대로 그 기분을 동료들과 나누며 극대화한다. 안 풀리면 안 풀리는 대로 도 강하게 파이팅하며 사기를 끌어올리는 스타일"이라고 경계했다.

흥국생명의 포스트시즌 슬로건이 인상적이다. 바로 '끝까지 간다'다. 김연경은 "GS칼텍스가 오히려 부담을 갖지 않을까"라며 "우리는 도전자 입장이다. GS칼텍스 바짓가랑이를 잡아 끌어내리는 심정으로 끝까지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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