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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전 패착은 벤투 '고집', 완패보다 뼈아픈 '불통' [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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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전 패착은 벤투 '고집', 완패보다 뼈아픈 '불통' [기자의 눈]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3.25 2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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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10년 만에 열린 순수한 의미의 친선 축구 한일전에서 파울루 벤투 감독이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맡고서 꾸준히 지적됐던 문제들이 한 번에 터져나왔다. 좋지 않은 의미로 '종합선물세트'와 같았다. 좀 더 논조를 높이면 과정도 결과도 '총체적 난국'이었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25일 일본 요코하마 닛산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 올해 첫 A매치 원정경기에서 0-3 완패했다. 반쪽 짜리 전력이었긴 하나 일본의 제안을 수락한 건 우리다. 10년 전 '삿포로 참사'를 재현한 셈이다. 

여러모로 어려움이 많았다. 급작스레 추진된 매치업이라 준비 기간이 짧았다. 원정경기라 이동 과정에서 절차도 까다로웠고, 적지에서 경기하는 부담도 안았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황인범(루빈 카잔) 등은 부상으로, 황의조(지롱댕 보르도), 김민재(베이징 궈안) 등은 소속팀 반대로 불참했다. 가진 살림 안에서 최선을 다했겠지만 전술도 투지도 아쉬웠다.

하지만 무엇보다 뼈아픈 건 이번 '요코하마 참사(?)'가 벤투 감독 특유의 고집에서 기인했다는 점이다. 과정 면에서도 대표팀 근간이 되는 K리그 구단들의 신뢰도 저버린 꼴이라 앞으로 어려움이 가중될 전망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일본 원정에서 0-3 완패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원칙'보다 '고집'에 가까웠던 선수선발

벤투 감독은 손흥민을 쉬게 놔두지 않는 감독이다. 명단 발표 당일 새벽 손흥민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리그 경기를 20분도 소화하지 못했지만 어김 없이 엔트리에 포함했다. 결국 지난 주말까지 토트넘 측 회신을 기다렸고, 끝내 합류가 불발됐다.

앞서 언급한 선수들 외에도 황희찬(RB라이프치히), 이재성(홀슈타인 킬), 권창훈(SC프라이부르크), 손준호(산둥 루넝), 김진수(알 나스르), 김문환(LA FC) 등 주전급 대다수가 제외됐다. 이미 선발했던 자원들 중에서도 주세종(감바 오사카), 윤빛가람(울산 현대), 엄원상(광주FC) 등이 추가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및 부상 이슈로 배제됐다.

대체자를 선택하는 데는 거침이 없었다.

자가격리 이슈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K리그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 중 축구계 및 팬들의 두터운 신임을 얻는 자원들이 몇 있었다. 강상우(포항 스틸러스)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선발된 인원들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K리그에서 현재 가장 잘하거나 컨디션이 좋은 선수들이라 보기 어려웠다. '벤투호' 전술 성향에 맞는 선수들로 대체했겠지만 면면을 살펴보면 과거 벤투 감독과 함께한 바 있어 특성을 잘 아는 선수들이 대다수였다. 그렇게 총 23명이 확정됐고, 킥오프 전 베스트일레븐이 결정됐다. 

벤투 감독은 평소보다 무게중심을 뒤에 뒀고, 공격형 미드필더 이강인(발렌시아)을 제로톱으로 쓰는 파격 전술을 들고나왔다. 결과적으로 패착이 됐다. 전반전 기록한 슛은 1개, 유효슛은 없었다. 스타팅라인업에 든 수비진 상당수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홍철(울산), 김영권(감바 오사카), 박지수(수원FC) 등은 모두 부상에서 회복한 지 얼마되지 않아 실전감각이 결여된 게 눈에 띄었다. 결국 실수를 연발했고,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경기를 뛰진 않았지만 박주호(수원FC)는 기동력이 크게 저하된 상태임에도 무려 1년 4개월 만에 태극마크를 탈환했다. 조영욱(FC서울)은 리그에서 공격포인트 하나 없었지만 올림픽 대표팀에서 월반했다. 반면 지난해부터 꾸준했던 송민규(포항), 오세훈(김천 상무)은 '김학범호'에 남았다. 조재완, 김영빈(이상 강원FC) 역시 최근 강원에서 활약이 아쉬웠던 인물들이나 일본전 벤치에서 대기했다.

부상에서 갓 회복해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홍철(왼쪽)은 전반에 크게 부진했고, 일본전 풀타임을 소화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K리그 구단과 소통은 잘 이뤄진걸까

선수 선발 '결과'만큼 아쉬움이 남는 게 그 '과정'이다.

지난해까지 대한축구협회(KFA)에서 전무이사로 재직했던 홍명보 울산 감독도 소통 부재에 난색을 표했다. 홍 감독은 "이렇게 많이 뽑힐 거라고는 예상 못 했다. 개인적으로 대표팀에 포함되는 건 선수들에게 큰 영광이다. 하지만 주전 11명 중 6명이 나가게 돼 이들을 빼놓고 경기를 준비해야 하는 클럽 입장에선 난감한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특히 홍철은 부상으로 개막 후 2경기를 소화한 뒤 경기에 나서지 않았다. 몸 상태도, 체력도 준비되지 않았지만 어김 없이 차출됐고,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다. 컨디션이 저하된 게 눈에 띄었지만 대체자는 없다는 듯 혹사했다. 경기를 중계한 서형욱 MBC 축구 해설위원은 동포지션 강상우를 언급하며 선수 선발에 아쉬움을 표했다.

홍 감독은 "홍철 상태는 우리가 정확하게 알고 있다. 미리 조율이나 협의가 됐다면 뽑히지 않았을 텐데, 그런 과정이 없었던 게 아쉽다"며 "앞으로도 카타르 월드컵 예선과 K리그가 계속될 것이다. 정상적인 선수들은 괜찮지만, 부상에서 돌아온 선수들에 대해선 일방적으로 소집하기보다 K리그 팀들과 소통하는 기회의 장이 열리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삽시간에 추진된 A매치였다. 원정을 다녀오면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일주일간 코호트 격리 기간을 가져야 한다. 정부와 협의를 마친 덕에 통상적인 2주보다는 기간이 짧지만 경기력 저하가 우려된다. 또 일본 내 코로나19 상황이 한국보다 좋지 않다. 일일 확진자는 훨씬 많은데, 방역 레벨은 상대적으로 낮다. 경기 당일에도 1만 명까지 관중 입장을 허용했다. 지난해 11월 오스트리아 원정에서 선수 7명 포함 총 11명이 감염돼 추후 일정에 큰 차질을 빚은 바 있기 때문에 불안감을 자아낸다.

위험 부담이 동반되는, 갑자기 성사된 단 한 경기를 위해 울산 같은 구단은 많은 희생을 감내해야 한다. 비슷한 전력으로 평가받고, 역시 국가대표 경력자가 많은 전북 현대에선 1명도 부르지 않았다는 데 팬들이 불만을 제기한 이유다.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은 선수 선발에 아쉬움을 표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KFA에서 K리그 구단에 양해를 구하는 작업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따른다. K리그를 관장하는 프로축구연맹을 통해 소집 사실을 알린 게 전부다. 하다못해 벤투 감독이 기자회견 당시 짧막한 감사 인사만 건넸어도 여론이 이렇게까지 악화되진 않았을 터다. A대표팀에 3명을 내준 박진섭 FC서울 감독도 사전에 언질이 없었던 데 섭섭함을 나타냈다. 

대표팀은 오는 6월 국내에서 월드컵 2차예선 잔여일정 4경기를 소화한다. 일본전과 달리 해외파 상당수가 합류하겠지만 역시 K리그의 도움을 받지 않을 수 없다. 한일전은 결과와 상관 없이 K리그 구단들의 민심을 잃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리그 내 경쟁이 더 치열해져 있을 6월에 구단들이 지금처럼 마냥 순종적이고 협조적이기만 할지 장담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위험을 무릅쓰고 나선 원정에서 대패했다. 도쿄 올림픽 강행을 노리는 일본이 대외적으로 국제 스포츠 이벤트를 개최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홍보하기 위한 파트너로 나섰는데, 수단이자 들러리가 돼 돌아온 꼴이다. 코로나 감염과 부상 발생이라는 위험은 여전히 잠재한다.

벤투 감독을 향한 여론은 지난 2019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 탈락 수모 때 이상으로 좋지 않아 보인다. 일본전을 마치고 변명 없이 깔끔하게 완패를 시인한 그다. 전술이나 선수 운용 면은 물론 구단과 협력하는 측면에서도 보다 유연성이 필요해 보인다. 이는 KFA에도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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