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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호' 허울뿐인 빌드업, '플랜B'는 대체 언제쯤... [축구 한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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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호' 허울뿐인 빌드업, '플랜B'는 대체 언제쯤... [축구 한일전]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3.26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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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이번에도 '플랜 B'는  없었다. 주전 대다수가 빠졌지만 파울루 벤투 감독이 강조하는 빌드업 축구에 대한 집착은 여전했고, 최악의 졸전을 벌였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25일 일본 요코하마 닛산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 친선경기에서 0-3 완패했다. 최근 한일전 2연승을 달리던 한국은 지난 2011년 삿포로에서 0-3 패배를 당한 뒤 10년만에 성사된 순수한 평가전 의미의 한일전에서 다시 같은 스코어로 졌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황인범(루빈 카잔), 김민재(베이징 궈안) 등 '벤투호' 공격, 중원, 수비 핵심자원이 모두 결장했다. 볼 간수 능력이 좋은 이강인(발렌시아)을 최전방에 두는 제로톱 전술로 변화를 꾀했지만 완전히 실패했고, '플랜 A'로 회귀했지만 열세를 극복하기는 역부족이었다.

공을 가졌을 때 진가를 발휘하는 이강인(왼쪽)은 전반 45분 내내 공을 받고자 뛰어다니기만 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이날 이강인이 최전방에 서고, 남태희(알 사드)가 뒤를 받쳤다. 좌우에는 나상호(FC서울), 이동준(울산 현대)이 배치됐다. 공을 잘 다루는 이강인과 남태희가 공을 따내 버텨주면 발이 빠르고 침투 능력이 좋은 나상호, 이동준이 수비 배후를 공략하는 전략이었는데, 성과가 없었다.

일단 전방에 공이 전달되지 않았다. 빌드업 시발점인 센터백 조합은 김영권(감바 오사카)-박지수(수원FC)로 꾸렸는데, 둘 모두 실전감각이 온전치 않았다. 

김영권은 소속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올 시즌 1경기도 치르지 못해 실전감각이 떨어진 상태였다. 박지수 역시 발목 부상에서 회복된 지 얼마되지 않았다. 최근 K리그에서 3경기 연속 핸드볼 반칙을 범하는 등 고전하고 있었다. 선발로 나선 레프트백 홍철(울산) 역시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아 홍명보 울산 감독이 차출에 볼멘소리를 낸 터였다.

포백을 보호하고 공을 배급해야 할 정우영(알 사드)은 상대 거센 압박에 고전했다. 좀처럼 동료들에게 양질의 패스를 공급하지 못했다. 결국 이강인, 이동준, 나상호(이상 173㎝), 남태희(174㎝) 등 키가 작은 공격수들을 향해 롱볼이 뿌려졌다.

실전감각이 떨어진 김영권은 실수를 연발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벤투 감독은 경기를 마치고 "상대 수비라인에 균열을 꾀하고자 했으나 잘되지 않았다"며 전술적 실패를 시인했다. 그는 "상대가 압박할 때 강하게 나가면서 수비를 제 위치에서 끌어낸 뒤 2선 윙어들과 남태희가 뒷공간을 침투하는 움직임을 원했지만, 잘 나오지 않았다"면서 "후반에는 좀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이강인 제로톱 전술은 잘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벤투 감독의 주 전술은 좌우 풀백을 높이 전진시키고, 윙어들이 중앙으로 이동해 공격에 힘을 보태는 방식인데, 벌써 3년째 같은 패턴을 반복하다보니 읽히는 경향이 없지 않다. 주전으로 평가 받는 선수들로 팀을 꾸렸을 때는 어느 정도 완성도를 보였지만, 전열에 일부 공백이 발생하면 어김없이 흔들려왔다.

앞서 당한 2연패로 단단히 벼르고 나온 일본은 한국을 잘 연구한 듯 강한 전방 압박으로 빌드업을 방해했다. 전반전 한국은 유효슛 1개 없이 물러났다. 나상호가 슛 1개를 허공에 띄운 게 전부였다.

공을 지켜내고, 공격을 전개하는데 능한 이강인을 중원으로 내리는 방안도 있었지만, 이강인은 전반 내내 전방에서 부정확한 긴 패스를 따내려 수차례 스프린트만 시도하는데 체력을 썼다. 결국 후반 시작과 동시에 교체아웃 됐다.

벤투호가 한일전에서 무기력한 패배를 당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이 없이 잇몸으로 경기하는 상황에서 색다른 시도를 벌인 건 벤투 감독으로서도 나름 큰 변화를 준 셈이었으나 유연성이 부족했다.

결국 후반 들어 제공권을 갖춘 전형적인 원톱 자원 이정협(경남FC·186㎝)을 투입한 뒤 세트피스를 통해 흐름을 찾아왔다. 하지만 득점에 실패했고, 한 골 더 얻어맞았다. 골키퍼 김승규(가시와 레이솔)의 선방이 아니었다면 더 큰 점수 차로 졌을 거라 봐도 무방하다.

대표팀은 오는 6월 국내에서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2차예선 4연전을 소화한다. 그때도 100% 전력을 가용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주전이 빠졌다는 이유로 선수들 개인능력 부족에 따른 답답한 축구를 되풀이할 텐가.

어느새 벤투 감독이 부임하고서 2년 반이 지났다. 축구계는 물론 팬들 사이에서 빌드업 축구에 대한 회의론이 일고 있다. 빌드업에 중점을 두는 플랜 A를 계속 밀어붙일 거라면, 계획대로 되지 않았을 때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벤투 감독의 플랜 B는 언제쯤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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