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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컵] '프로의 품격' 이랜드, 대승 비결은 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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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컵] '프로의 품격' 이랜드, 대승 비결은 체력
  • 김준철 명예기자
  • 승인 2021.03.29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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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Q(큐) 김준철 명예기자] 서울 이랜드FC가 한 수 위 경기력으로 상대를 완파했다. 체력 싸움서 절대 우세를 점한 것이 대승의 원동력이었다.

이랜드는 지난 27일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펼쳐진 2021 하나은행 FA컵 2라운드 송월FC(이하 송월) 전서 5-0 완승을 거뒀다. 전반 33분과 38분, 후반 16분 터진 이건희 해트트릭으로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고, 후반 15분과 30분 한의권과 고재현이 쐐기 골을 터뜨려 스코어 차를 넉넉히 벌린 점이 주효했다.

해트트릭을 터뜨린 서울 이랜드FC 이건희가 동료들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서울 이랜드FC]
해트트릭을 터뜨린 서울 이건희가 동료들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서울 이랜드FC]

이번 라운드는 체력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경기를 앞두고 비가 내려 체력 부담이 더 커진 상황서 어느 팀이 효율적으로 경기를 펼치느냐가 관건이었다.

두 감독 모두 경기 전 인터뷰부터 체력 중요성을 날카롭게 꼬집었다. 진경수 송월 감독은 “체력 안배가 중점이라 생각한다. 이 부분에 한계가 있다. 전반전 내려서 수비 위주로 하다가 역습 찬스를 노리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K5 리그는 정규 시간이 80분밖에 되지 않는다. 프로를 상대로 하는 레벨에서 10분 차이는 크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여파로 경기장 대관이 어려워 훈련 양마저 극히 적었다. 진경수 감독 우려가 이해되는 대목이었다.

정정용 이랜드 감독 역시 체력전을 염두에 두는 모습이었다. 그는 “압박을 강하게 하고 스리백이 공격적으로 나서 공간 활용을 주도해야 한다. 상대를 지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일주일 간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춰 준비했다. 선수들이 잘 이행해주리라 믿는다”며 많이 뛰는 축구로 상대를 공략하겠다는 의중을 밝혔다.

전반 초반부터 양 팀이 체력을 사용하는 방법이 대비됐다. 먼저 ‘아마추어 팀’ 송월은 버티기에 나섰다. 전력 열세 속, 그들이 활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맞불을 놓아 의미 없는 체력 소모를 할 바에 최대한 체력을 아끼는 방법으로 접근했다.
 
스리백이 페널티 박스 근처 단단한 후방 라인을 쌓았다. 안재준과 이상희가 이랜드 최전방 공격수 이건희를 강하게 압박해 박스 안 볼 투입을 저지했다. 또한 윙백 홍순관과 신현석이 철저한 수비 가담으로 파이브백을 형성해 후방 지역서 일정 숫자를 유지했다.

시간이 갈수록 이랜드를 세차게 옭아맸다. 수비 성공 후 공격 전환서 선수들이 대거 올라가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 체력을 아낀 터라 수비 시 확실한 클리어링과 공간 커버로 상대 공세를 어렵지 않게 막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진경수 감독 전술이 대성공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이 밝았다. 점유율은 상대에 내줬지만 수비 자원의 집중력 있는 대인 마킹과 라인 컨트롤, 김정인 골키퍼 선방쇼로 위기를 적절하게 넘겼다. 전반 초반부터 득점에 성공해 경기를 주도하려는 이랜드의 계획을 완전히 꼬이게 만들어 자멸하게 만들 가능성도 매우 높았다.

데뷔전을 치른 서울 한의권 [사진=서울 이랜드FC]
데뷔전 득점에 성공한 이랜드 한의권 [사진=서울 이랜드FC]

하지만 ‘프로 팀’ 이랜드는 만만치 않았다. 전반 33분 김정인 골키퍼 키핑 미스를 놓치지 않은 이건희가 선제골을 터뜨렸고, 5분 후 또 한 골을 적중해 순식간에 달아났다.

리드를 잡은 이랜드는 서서히 체력 우위를 앞세워 ‘원 사이드’ 게임으로 끌고 갔다. 사실 경기 시작 전부터 체력 이점을 꿰차고 있었다. 외국인 선수들을 모두 명단 제외했으며, 리그 경기서 많은 시간을 소화하지 못한 선수들이 대거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얇은 선수층 탓에 햄스트링 부상이 있는 송월 이상희와 김도연이 출전을 강행한 것과 대비되는 라인업 구성이었다.

이는 경기력으로 이어졌다. 선수들이 쉴 새 없이 그라운드를 누볐다. 윙백 고재현과 홍승현이 윙 포워드 위치까지 올라서 공격 숫자를 늘렸고, 중원 미드필더까지 왕성한 활동량을 기반으로 측면과 최전방 지원에 힘을 보탰다. 

특히 윙백 배후 공간을 활용하는 침투가 인상적이었다. 의도적으로 측면을 활용해 상대 수비 체력을 소모하려는 움직임이었다. 문상윤과 김정환이 공을 받으면 홍승현과 곽성운, 이재훈 등이 센터백과 윙백 사이를 파고들어 균열을 만들었다. 송월 선수들이 템포 빠른 상대 공격을 효과적으로 저지할 재간이 없었다.

이랜드는 90분 내내 스리백을 공격적으로 활용해 압박을 지속했다. 이미 송월 선수들이 실점 최소화를 위해 전원 수비에 들어간 상황서 수비수들까지 하프 라인까지 라인을 올려 공격 시작점을 당겼다. 이로 인해 공격 자원들은 후방 불안을 덜고 공격에 온 힘을 쏟을 수 있었고, 다양한 전술을 가미해 점수 차를 벌렸다.

물론 송월도 득점을 위해 후반 막판까지 분전했다. 그러나 상대 공세를 막기 위해 에너지를 모두 소진한 터라 라인을 올리기에 여의치 않았다. 공격 전환 속도가 현저히 떨어졌고 부정확한 공격으로 일관했다. 김정인 골키퍼와 수비수 김지호는 근육 경련이 발생해 경기를 지속하는 것만으로도 힘들어 보였다.

경기를 끝내는 심판 휘슬이 울리자 지친 송월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전부 쓰러진 반면, 이랜드 선수들은 환한 얼굴로 승리를 자축했다. 결국 이번 승부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요인은 다름 아닌 ‘체력’이었다. 이랜드는 이 부분서 프로팀 저력을 가감 없이 뽐내며 대승을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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