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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재정, 미운오리의 생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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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재정, 미운오리의 생존법
  • 이예림 기자
  • 승인 2014.03.27 1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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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자 Tip!] 2008년 소녀시대의 윤아와 출연한 KBS2 드라마 ‘너는 내 운명’으로 연기력 논란이 일었지만 당차게 예능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유이와 가상 결혼을 했다.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맏이’를 촬영하는 동안 영화 ‘스케치’에선 고은아와의 뜨거운 사랑을 연기했다.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동시에 바쁘게 오고 가며 남자들이 선망하는 여자들과 호흡하는 이 남자. 행운의 부적이 따라다니듯 어떤 위기가 와도 활동이 꾸준하다. 그러나 대화하다보니 행운아가 아닌 열정과 마주하고 있단 생각이 들게 한 박재정(34)이다.

[스포츠Q 글 이예림 ‧ 사진 이상민기자] "세상에 안 힘든 일이 어딨어요. 저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통해 힘을 얻고 저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100이 있으면 80, 50으로 점차 줄여나가자는 생각으로 살고 있어요."

대학에 입학하기도 전부터 영화 동아리에 가입했다는 박재정은 그 정도로 연기가 좋았다. 연극영화과 교수에게 “어떻게 하면 연기를 잘할 수 있을까요?”라고 묻자 “10년만 해봐라”는 답을 들었다. 그로부터 10년 후 그는 지금 영화 ‘스케치’ 개봉과 함께 연기 변신에 대한 대중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 미운오리새끼가 살아남는 법

박재정은 대구 출신으로 대학에 입학하면서 서울로 상경했다. 동국대 경영학과생이었던 그는 연극영화과 수업을 청강했다. 시작은 CF였다. 정극에서 연기를 하며 드라마를 찍다가 예능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에 당시 대세였던 유이와 출연했다. 브라운관에서 활동하다 2010년 ‘우리 만난 적 있나요’로 첫 스크린 데뷔를 했다.

대학 동기들은 안정적인 샐러리맨들이 많을 터. 그가 이런 불안정한 일터에서 얼굴도 모르는 이들의 평가를 받아가며 왜 연기에 집착하는지 궁금했다.

“부모님은 제가 법대나 경영학과에 가길 원했죠. 당연히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길 원하셨고요. 연기자는 작품이 끝나면 휴식기라고 말하지만 사실 백수잖아요. 그래도 촬영장에 가면 그 기분은 진짜 말할 수가 없어요. 동국대를 선택한 이유도 연극영화과 수업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었어요. 그런데 부모님이 ‘넌 연영과에 진학해서 어떤 역할을 맡고 이런 연기자가 돼라’라고 정해주셨으면 못했을 것 같아요. 연기는 부모님의 계획이 아닌 제 소신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매달리는 거죠.”

박재정이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작품은 소녀시대의 윤아와 출연했던 KBS2 드라마 ‘너는 내 운명’이다. 그러나 그의 이름보다는 연기력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 시청자들의 비난과 조롱은 신인 배우에게 감당할 수 없는 상처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박재정은 연기력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처음에는 감당이 안됐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제가 일일드라마 시스템에 적응을 못했어요. 당일에 촬영하고 방송을 내보내는 상황에 정신이 나가있었죠. 오히려 네티즌들의 반응이 약이 됐어요.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그 당시 좌절로 끝났다면 거기서 끝인 거죠.”

 

◆ ‘스케치’의 창민과 현실의 박재정

영화 '스케치’ 속 창민은 수연(고은아)을 지켜보기만 하는 캐릭터다. 이 남자, 좋아하는 여자의 주위만 맴돌고 적극적인 펀치도 없어 답답하다. 창민에게는 사람의 마음을 읽는 초능력까지 있다. 일반적이지도 정상적이지도 않는 이 남자를 연기하기 위해 박재정은 어떤 노력을 했을까.

“창민의 초능력을 CG로 작업한다는 말을 들었어요. CG가 있다 해도 초능력을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감이 오질 않았어요. 송강호 선배님은 연기를 할 때 5~6가지 버전을 준비한다고 들었는데 시간이 촉박해서 제대로 준비를 못했죠. 편집 과정에서 CG 작업이 빠졌어요. 그런데 저는 창민이 보통의 남자처럼 보여서 더 좋았어요.

박재정과 창민은 비슷한 면이 많다. 그는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보통 남자 같지 않게 유이를 고급 레스토랑이 아닌 소박한 식당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파트너를 리드하지 않고 눈을 마주하며 말이 많지 않은 타입이 창민과 비슷하다.

“창민에게는 트라우마가 있어요. 창민의 능력 때문에 전 여자친구가 못견뎌했어요. 여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봤어요. 연인이 내 마음을 다 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죠. 이별의 상처가 있는데 창민 입장에선 수연이란 여자한테 다가가고 싶어도 적극적으로 다가갈 수가 없는 게 당연해요. 그런데 요즘 남자들도 다 그래요. 트라우마가 있으면 그 다음 여자에게 조심스러워요. 보기에는 답답하고 소극적일 수 있지만 창민은 요즘 남자들을 상징한다고 생각해요.”

 

◆ “늦은 밤 DJ가 되고 싶어요”

박재정이 닮고 싶은 배우는 누구인지 궁금했다. 너무도 뻔한 질문에 그는 오랜 시간 숙고했던 자신의 소신을 담은 답을 음식물을 꼭꼭 씹듯이 정성스럽게 답했다.

“제가 좋아하는 배우는 오다기리조, 조니뎁 그리고 하정우 선배님이예요. 세 배우의 공통점은 메이저 상업 영화, 인디 마이너 영화 둘 다 자유자재로 넘나들죠. 문화는 하나에 맞춰지기 보단 다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블록버스터 영화들만 판치기 보단 독특하고 다양한 영화들이 공존했으면 해요. 저도 그런 영화들에 참여하고 싶고요.”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분야에 대해 물었더니 한국 배우의 할리우드 진출이 톱 기사가 되는 연예계에서 그는 아날로그 감성의 라디오를 답한다.

“새로운 게 있다면 뭐든지 도전할 생각이에요. 그런데 지금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단순히 좋아한다 해서 달려들기 보단 좋아하고 제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하게 돼요. 제가 라디오를 좋아해서 늦은 시각 DJ를 맡아보고 싶어요.”

[취재후기]

아직 성공한 배우가 아니라고 겸손해하는 그에게 “10년째 작품을 하고 있는 당신은 이미 성공한 별”이라고 했더니 “나는 화려한 별이 아닌 다른 별이 되고 싶다”고 답하는 그. 사람들이 평가하는 성공의 당도가 ‘복숭아’라면 내가 느낀 박재정은 달달한 ‘감’이었다.

pres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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