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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두산 효과, 최주환 함덕주 그리고 오재일 [2021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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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두산 효과, 최주환 함덕주 그리고 오재일 [2021 프로야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4.05 0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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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비로 인해 전국 4개 구장에서 하루 뒤늦게 열린 2021 신한은행 SOL(쏠) KBO리그(프로야구) 개막전. 눈에 띄는 점 하나가 이적생들의 활약이었다.

멀티홈런을 때려낸 최주환(33)과 중간계투로 1⅓이닝을 틀어막은 함덕주(26)는 각각 SSG 랜더스와 LG 트윈스에 승리를 안겼다.

공교로운 점은 둘 모두 지난해까지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는 것. ‘믿고 보는 두산 출신’이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닌 이유다.

[인천=스포츠Q 손힘찬 기자] 두산 베어스를 떠나 SSG 랜더스 유니폼을 입은 최주환은 4일 롯데 자이언츠와 개막전에서 멀티홈런을 쏘아올리며 팀 승리를 견인했다.

 

지난 시즌 후 두산은 자유계약선수(FA)만 무려 7명이 쏟아져 나왔다. 모기업 재정난으로 절반도 잡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허경민, 정수빈과 우선적으로 장기 계약하며 예상을 뒤집었으나 모두 붙잡을 순 없었다. 결국 최주환은 두산을 떠나 4년 42억 원에 SSG와 손을 잡았다.

국내에서 가장 큰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면서도 2018년 26홈런을 때려냈던 최주환이다. 일발장타를 갖춘 그가 타자친화적인 SSG랜더스필드를 홈으로 삼으면서 기대효과가 커졌다. 추신수까지 합류하며 SSG는 ‘최신맥주(최정-추신수-로맥-최주환)’라는 KBO 최고 수준의 중심타선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시범경기에선 6경기 16타수 무안타 아쉬움을 남겼다.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었지만 기대가 지나치게 컸던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역시 기우였다. 창단 후 열린 첫 경기부터 매진을 이뤄낸 2300명 홈 팬들의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들었다. 5번 타자 2루수로 선발 출장한 최주환은 2회말 첫 타석에서 좌전 안타를 만들어내더니 양 팀이 1-1로 맞선 4회 무사 1루에서 롯데 선발 댄 스트레일리의 속구를 잡아당겨 우월 결승 투런포를 날렸다. 8회엔 최정에 이어 백투백 홈런을 쏘아 올리며 팀 승리에 축포를 당겼다. 4타수 3안타 3타점 2득점으로 화려한 첫 경기를 마쳤다.

LG 트윈스 함덕주는 NC 다이노스전 케이시 켈리에 이어 2번째 투수로 등판해 호투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사진=LG 트윈스 제공]

 

LG도 함덕주 효과에 웃었다. 투수전 양상으로 진행되던 경기에서 케이시 켈리가 물러난 6회초 함덕주가 마운드에 올랐다. 당초 4일 NC 다이노스전 선발 등판할 예정이었으나 우천 순연되면서 일정이 꼬여 불펜으로 시즌을 시작하게 됐다.

갑작스런 등판에도 함덕주는 애런 알테어와 권희동, 박석민을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이닝을 완벽히 끝냈다. 그 사이 타선이 힘을 내 역전을 성공시켰고 7회에도 등판한 함덕주는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고 볼넷 2개를 내줬으며 후속 투수 정우영이 병살을 유도해내며 무실점 피칭, 결국 승리까지 따냈다.

국가대표 출신으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군 면제 혜택까지 받게 됐으나 1루수 자원이 급했던 두산의 트레이드 매물로 나와 놀라움을 자아냈던 함덕주. 왜 많은 이들이 트레이드 승자가 LG라고 말했는지 보여준 경기였다.

반면 삼성은 두산發(발) 새 얼굴 오재일(35)의 부재로 뼈아픈 개막 2연전을 치렀다. 키움 히어로즈와 고척 원정을 치른 삼성은 2경기에서 모두 졌다. 구자욱, 피렐라, 이원석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에선 홈런은 하나도 나오지 않았고 22타수 2안타로 빈타에 허덕였다. 키움이 19안타로 13점을 낸 반면 삼성이 14안타로 5득점에 그친 이유다.

팀을 떠난 오재일, 최주환 등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나타낸 두산 박건우(가운데)도 스리런 홈런을 터뜨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은 올 시즌을 앞두고 4년 최대 50억 원에 거포 왼손 1루수 오재일을 통 크게 영입했다. 부족한 장타력을 메워줄 후보로 제격이라는 평가였다. 그러나 시즌을 앞두고 복사근 부상으로 5주 진단을 받았다. 허삼영 삼성 감독은 “마음이 찢어진다”며 아쉬워했고 그 이유가 결과로 나타났다.

두산 박건우는 “확실히 최주환, 오재일 형의 빈자리가 느껴진다. 전광판에 이름 하나 빠진 게 크다. 솔직히 그립다”며 최주환의 멀티홈런 소식을 전해 듣고는 “내가 잘한다고 했지 않냐. 주환이 형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애틋한 감정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적생들의 활약 못지않게 두산 또한 놀라움을 자아낸다. 오재일과 최주환을 내주고도 KIA 타이거즈를 4-1로 격파했다. 최주환, 오재일의 빈자리는 박건우, 허경민, 정수빈 절친 삼총사가 더 분전하며 메웠다. 특히 8회 결승 스리런 홈런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함덕주가 떠난 자리는 이승진, 박치국, 김강률 등이 막아냈다.

두산은 화수분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그만큼 새로운 선수들이 끊임없이 나온다는 것. 주축 선수들을 놓치고도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할 수 있었던 이유다. 올 시즌을 앞두고도 크나 큰 타격이 있었다. 최주환과 함덕주, 오재일의 활약과 이들을 내준 두산의 행보를 함께 지켜보는 것도 새 시즌 프로야구를 흥미롭게 볼 수 있는 하나의 관전포인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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