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7:11 (금)
[K리그2] '이랜드 킬러' 아산, 절대 뚫리지 않는 방패
상태바
[K리그2] '이랜드 킬러' 아산, 절대 뚫리지 않는 방패
  • 김준철 명예기자
  • 승인 2021.04.12 09: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잠실=스포츠Q(큐) 김준철 명예기자] 충남아산 프로축구단이 단단한 수비를 앞세워 리그 선두 서울 이랜드FC를 또 잡아냈다. 이쯤 되면 ‘이랜드 킬러’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아산은 지난 10일 서울 송파구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펼쳐진 2021 하나원큐 K리그2 6라운드 원정경기에서 1-0으로 이겼다. 경기 내내 끈적한 경기 운영을 펼쳤고, 후반 종료 직전 김인균이 결승골을 터뜨려 승점 3을 획득했다. 

지난 시즌 아산은 이랜드의 천적이었다. 특히 전력 열세를 딛고 원정 잠실에서 2경기 연속 승리를 따내는 기염을 토했다. 이랜드가 날카로운 공격을 앞세워 몰아쳤지만 아산은 탄탄한 수비로 각각 2-1, 1-0으로 상대를 무너뜨린 바 있다. 

승리 기쁨을 만끽하는 아산 선수단.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이번 경기 역시 창과 방패의 대결 구도로 흘러갈 공산이 높았다. 우선 선두 이랜드는 지난 5경기 무패 행진(3승 2무) 무패 행진을 달리는 중이었다. 지난 시즌 내내 지적됐던 빈약한 공격력을 개선해 12골을 터뜨렸다. 부산 아이파크전 3-0, 김천 상무전 4-0, 부천FC전 4-0 등 연이은 대승으로 기세가 하늘을 찔렀다. 

반면 아산은 끈끈한 수비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5라운드까지 3실점만 내줬다. 이랜드에 이은 리그 최소 실점 2위. 개막 이전까지 강팀으로 분류됐던 부산과 전남 드래곤즈에 모두 클린시트를 거뒀다. 부천과 안산 그리너스를 상대로 패한 2경기마저 스코어는 0-1이었다. 쉽게 무너진 경기가 없었다.

두 팀 감독 역시 경기 전부터 매치 포인트에 신경을 곧추세웠다. 정정용 이랜드 감독은 “선수들이 골을 넣으며 자신감을 얻었다. 골을 넣으면 경기력이 더 좋아진다”고 기대했다. 박동혁 아산 감독은 “상대는 공격진이 좋지만 우리는 수비 셋이 좋다. 공격을 잘 막는다면 우리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먼저 시동을 건 쪽은 이랜드였다. 이전 라운드 부천전 4-0 대승을 거둘 당시와 똑같은 라인업을 가동했다. 가장 눈길을 끈 건 레안드로-베네가스-바비오로 이어지는 외국인 스리톱이었다. 

이랜드는 다양한 전술 변화로 상대 수비 조직을 흔들었다. 공격수들이 스위칭을 통해 수비 마킹을 혼란스럽게 만든데 이어, 중원 조합인 김선민과 장윤호도 전진과 후퇴를 반복해 아산 뒷문에 긴장을 가했다. 선제골만 터지면 또 다시 대량 득점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기세였다.

밝은 표정의 아산과 좌절하는 이랜드가 대비된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그러나 이랜드의 창은 아산의 방패에 완벽히 막혔다. 상대 수비에 90분 내내 꽁꽁 묶였다. 슈팅이 10개였으나 유효슛은 단 하나였다. 경기당 평균 10회에 육박하던 특유의 역습은 단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다. 

아산은 경기 초반부터 작정하고 내려섰다. 이랜드가 공세를 높이자 맞붙어 싸우기보단 라인을 뒤로 잡았다. 상대 가 중원서 공을 잡을 경우 빠르게 하프라인 아래서 진을 치고 전진을 막았다. 또한 공이 위험 지역으로 들어왔을 때 확실한 클리어링으로 위기를 최소화했다.

하지만 무작정 숫자만 늘리는 단순한 수비를 펼친 것은 아니었다. 공간에 중점을 뒀다. 이랜드는 공격 시, 끊임없이 빈 공간을 점유하며 공세를 지속하는 팀이다. 아산 입장에선 얼마나 공간 노출을 최소화하고 자신들이 후방에서 안정적인 플레이를 이어나가느냐가 중점이었다. 

유준수-최규백-한용수로 이어지는 스리백이 이랜드 공격진을 1대1 마킹했다. 이랜드 외인들이 1대1 매치업에 수비 1명을 상대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개인 기량과 스피드가 뛰어난 선수들이라 측면 돌파로 얼마든지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따라서 아산은 이은범과 박세진을 좌우 윙백으로 배치해 언제든지 협력 수비가 가능하게 했다. 레안드로 혹은 바비오가 측면서 공을 잡을 때 가까운 쪽 선수가 센터백 한 명과 함께 압박에 들어가니 이들이 좀처럼 손을 쓰지 못했다. 박동혁 감독도 "3-4-3 포메이션 대신 3-5-2 변칙 포메이션을 사용한 점이 주효했다. 공간을 주지 않으려 했는데 수비수들이 잘 맡아줬다. 커버 플레이 또한 좋았다"고 수비 성과를 칭찬했다.

장윤호를 묶는 수비 역시 완벽에 가까웠다. 사실 이랜드의 공격은 장윤호부터 시작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넓은 중원에서 공을 점유할 경우, 유독 쉽게 전환 패스와 크로스를 넣는 경향이 짙다. 아산은 박세직-김종국 투 볼란치 조합으로 중원을 완벽히 틀어막았다. 이랜드가 수비에서 중원으로 공격을 풀어나갈 때 빠르게 장윤호를 압박해 그가 편하게 공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그의 영향력이 줄어들자 아산은 한층 편하게 수비를 가져갈 수 있었다.

급해진 이랜드는 한의권과 김정환 등 공격적으로 교체 카드를 사용했다. 그러나 아산 수비는 이미 안정감을 갖춘 후였다. 아산은 이랜드가 전술에 변화를 주더라도 기존 수비 대형을 유지하면서 유연하게 대처했다. 결국 방패의 아산이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려 또 다시 이랜드를 울렸다.

박동혁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창과 방패의 싸움에서 방패가 이긴 경기였다”고 미소 지었다. 유사한 전술로 3연승을 거둔 승장의 여유였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