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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 골' 손흥민 황의조, 운수 좋은 날 [해외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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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 골' 손흥민 황의조, 운수 좋은 날 [해외축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4.12 1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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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한국 대표 골잡이 둘이 나란히 골 맛을 봤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모두 마지막엔 웃지 못했다. 현진건의 소설 ‘운수 좋은 날’과 같은 결말이었다.

토트넘 홋스퍼 손흥민(29)은 12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 2020~2021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1라운드 홈경기에 선발 출전, 전반 40분 선제골을 작렬했다.

그러나 팀은 이후 3골을 내리 내주며 1-3으로 패했다. 경기 후 손흥민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실망스러운 반응을 나타냈다.

토트넘 홋스퍼 손흥민(왼쪽)이 12일 맨유와 2020~2021 잉글랜드 EPL 31라운드 홈경기에서 선제골을 넣고 포효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손흥민의 경기력만 놓고 본다면 더할 나위가 없었다. 지난 2월 19일 볼프스베르거와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에서 골을 넣은 뒤 2개월 가량 만에 골을 넣었다. 전반 40분 루카스 모우라가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패스한 땅볼 크로스를 왼발로 침착하게 밀어넣었다.

리그 14번째 골이자 시즌 전체 19호골. 특히 리그에선 개인 역대 최다골(2016~2017시즌)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개인 최다인 21골 기록 경신에도 한 걸음 가까이 다가섰다. 

한동안 골 소식이 없었던 손흥민은 부상까지 겹치며 경기력 면에서도 아쉬움이 있었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유럽 축구통계 전문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에 따르면 양 팀에서 가장 많은 슛 4개를 날리며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선 손흥민은 높은 패스 성공률(90%)을 보였고 키패스도 3개나 찔러 넣었다. 수비에도 적극 가담해 태클을 2개나 성공시켰다. 평균은 팀 내 최고인 7.4.

문제는 팀이 웃지 못했다는 것. 우승은 멀어진 가운데 챔피언스리그 진출 마지노선인 4위와 격차도 벌어졌다. 웨스트햄 유나이티드는 승점 55, 토트넘은 이날 패배로 제자리에 머물며 승점 49. 5위 첼시(승점 54), 6위 리버풀(승점 52)가 위에 버티고 있어 험난한 경쟁이 예상된다.

경기 후 구단 공식 채널과 인터뷰에 나선 손흥민은 잔뜩 실망스런 표정으로 “슬픈 날이고 실망스럽다.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지난 경기 부상에서 돌아와 후반에 교체 출전했는데 우리는 이기고 있다가 비겼다. 오늘은 정말 승리를 원했다. 골에 대해선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정말 이기고 싶었다”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 도중 맥토미니에게 가격당한 뒤 쓰러져 있는 손흥민(오른쪽).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인터뷰 진행자가 “당신을 6년 동안 알고 많은 인터뷰를 했지만 이렇게 침울한 건 본적이 없다”고 말할 정도였다.

한 때 1위까지도 도약했던 토트넘이지만 최근 행보는 실망스러울 법 하다. 올 시즌 초반과 달리 손흥민에겐 여전히 많은 수비 부담이 주어지고 있고 앞서가던 경기도 역전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트로피가 간절한 손흥민에겐 더욱 허탈히 느껴지는 결과다.

이날은 악재가 겹쳤다. 전반 33분 스캇 맥토미니의 돌파에서 시작된 맨유의 공격에서 에딘손 카바니가 골을 만들어냈는데, 비디오판독(VAR) 결과 경합한 손흥민이 맥토미니의 오른손에 맞은 것으로 밝혀져 골이 취소됐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손흥민이 다이빙을 했다는 것.

올레 군나르 솔샤르 맨유 감독은 “파울이 불린 걸 보고 놀랐다. 속임수를 쓰면 안 된다”며 “내 아들(SON)이 3분 동안 쓰러져 있고 10명의 동료가 그를 일으켜 세우는 걸 도와야 한다면 나는 아들에게 먹을 걸 주지 않을 것이다. 부끄러운 행동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맨유 팬들의 반응은 더욱 거세다. 손흥민의 인스타그램을 찾아 “다이빙을 멈춰라”, “축구 선수가 아닌 드라마 배우”라는 표현을 비롯해 각종 인종차별적 발언까지 쏟아내고 있다. 

조세 무리뉴 토트넘 감독이 “손흥민의 아버지가 솔샤르 감독보다 좋은 사람이라 다행”이라며 손흥민을 두둔했으나 현지 전문가들까지 나서며 논란은 거세지고 있다.

지롱댕 보르도 황의조(가운데)의 4경기 연속골에도 보르도는 3연패로 깊은 부진에 빠져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동갑내기 친구 지롱댕 보르도 황의조(29)도 마냥 웃지 못했다. 11일 생테티엔과 리그앙 32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전반 8분 페널티킥 선제골을 넣고도 팀이 1-4 역전패를 당했기 때문이다.

지난 경기에 이어 동료가 얻어낸 페널티킥의 키커로 나섰다. 팀에서 받고 있는 깊은 신뢰를 보여준 대목. 깔끔하게 성공시킨 황의조는 리그앙 4경기 연속골이자 자신의 11번째 골을 기록했다.

그러나 불안한 수비로 팀은 내리 4골을 내줬다. 최근 3연패를 당한 보르도는 10경기 1승 1무 8패로 추락하고 있다. 순위 또한 15위(승점 36)로 잔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19,20위가 강등되고 18위는 승강 플레이오프를 거치는데, 현재 페이스대로라면 18위 님 올랭피크(승점 30)로부터 안정권이라고 말할 수 없다.

올 시즌 두각을 나타내며 여름 이적시장 많은 구단들의 러브콜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황의조. 팀 부진으로 이적의 명분이 확실해지고 있다. 시즌 막판까지 최대한 좋은 활약을 펼쳐야 할 또 다른 동기부여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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