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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축구 투혼, '벤투호'가 잃어버린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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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축구 투혼, '벤투호'가 잃어버린 그것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4.14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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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한국 여자축구 국가대표팀이 사상 첫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적지에서 보여준 투혼은 한국 축구가 잊고 있던 게 무엇인지 다시금 일깨우기 충분했다. 많은 팬들을 감동시켰다. 특히 지난달 한일전에서 전의마저 상실한 채 완패하고 돌아온 남자축구 대표팀과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여자축구 대표팀은 13일 중국 쑤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중국과 도쿄 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플레이오프(PO) 2차전 원정경기에서 연장 끝에 2-2로 비겼다.

지난 8일 국내서 치러진 1차전에서 1-2로 패한 한국은 방문경기에서 다득점 승리를 따내야 했는데, 정규시간 동안 2-1로 앞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갔지만 실점하며 합계 3-4 통한의 패배를 당했다. 

올림픽과 좀처럼 인연이 없었던 여자 대표팀은 31년 만에 본선행 적기를 맞았고, 마지막까지 투지를 보였지만 국제축구연맹(FIFA·피파)랭킹에서 앞서는 데다 힘까지 갖춘 중국의 벽을 넘지 못했다. 특히 중국 홈팬들의 방역은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듯한 응원 행태가 마음을 더 아프게 만들기도 했다.

한국 여자축구 국가대표팀에 적지에서 투혼을 발휘했지만 끝내 석패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1차전 결장한 미드필더 조소현(토트넘 홋스퍼)과 벤치에서 시작한 공격수 이금민(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 그리고 지소연(첼시)까지 유럽파가 모두 선발 출전해 맹활약했다. 

지소연은 변함없이 공격을 이끌었고, 후반 막판 근육 경련에도 불구하고 풀타임을 소화했다. 이금민은 헤더 경합 과정에서 입은 부상으로 눈이 퉁퉁 부은 채로도 88분을 뛰었다. 공격포인트는 없었지만 전방위로 활발히 움직이며 공격에 일조했다. 특히 조소현은 강채림(인천 현대제철)의 선제골을 돕고, 결정적인 헤더로 중국 수비수 리멍원의 자채골 장면도 간접적으로 이끌어냈다. 본래 수비적인 임무를 주로 맡는 선수지만 공격적으로 전진했을 때도 클래스를 과시했다.

하지만 한국은 후반 24분 왕솽의 프리킥에 실점했고, 연장전에서도 수비에서 공을 잘못 걷어내는 바람에 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이후 연장 후반 추가시간까지 만회골을 위해 뛰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중국은 피파랭킹 15위로 한국보다 3계단 높고, 역대 상대전적에서도 4승 6무 28패 절대 열세일 만큼 강한 상대였다. "역사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끝내 지키지 못했지만 여자축구 대표팀이 그동안 넘기 힘들 것으로만 여겨졌던 '만리장성'을 상대로 보여준 경기력은 박수받기 부족함이 없다.

벨 감독은 패배를 아쉬워하며 다음을 기약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벨 감독은 부임 이래 지난 1년 4개월 동안 대표팀에 꾸준히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고강도'를 강조하며 공수간격이 벌어지는 점, 수비 집중력 결여 등 문제점을 보완해나가고 있다. 대학 선수들까지 두루 관찰하며 선수층을 넓혀나가고 있기도 하다. 중국과 이번 2경기에서 보여준 경쟁력은 다음을 기대하게 만든다.

벨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이겨 올림픽이 진출할 것으로 예상했었다"며 "결과적으로 져서 마음이 아프지만, 배우고 넘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인성적으로 훌륭하고 훈련도 열심히 참여하는 선수들이 충분히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며 "선수들과 나를 포함한 스태프들은 부족한 부분을 돌아보고 개선해야 한다. 우리가 조금이나마 가능성을 본 건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남자축구 '벤투호'는 지난달 일본원정에서 무기력한 경기 끝에 0-3 완패했다. 또 김태환과 이동준(이상 울산 현대) 등이 거친 플레이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고 '매너에서도 졌다'는 평가를 받고 말았다. 투혼이 실종된 이례적인 한일전이라는 비판이 따랐는데, 중국 원정에서 벨호가 보여준 투지는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말에 딱 어울리는 그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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