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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왜? 끝없는 공격 정당한가 [SQ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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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왜? 끝없는 공격 정당한가 [SQ이슈]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4.15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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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얼굴을 가격 당한 손흥민(29·토트넘 홋스퍼)은 넘어졌고 이후 상대팀 득점은 취소됐다. 헐리우드 액션 논란이 일었으나 심판판정은 정심이었다. 그럼에도 손흥민을 향한 공격은 끊이지 않고 있다. 도를 넘어섰고 인종차별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지난 12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트넘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2020~2021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경기. 결과는 토트넘의 1-3 패배. 그러나 결과와 무관하게 손흥민이 파울을 얻어낸 장면에 대한 관심이 폭증했다.

손흥민을 향한 비판이 거세다. SNS에선 인종차별적 발언까지 이어지고 있다. [사진=토트넘 홋스퍼 페이스북 캡처]

 

스캇 맥토미니의 돌파에서 시작돼 맨유가 선제골을 만들어 냈는데 비디오판독(VAR) 결과 손흥민이 맥토미니의 오른손에 맞은 것으로 밝혀져 골이 취소됐다.

그러나 올레 군나르 솔샤르 맨유 감독이 논란에 불을 지폈다. “파울이 불린 걸 보고 놀랐다. 속임수를 쓰면 안 된다”며 “내 아들이 3분 동안 쓰러져 있었다면 먹을 걸 주지 않았을 것이다. 부끄러운 행동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손흥민이 헐리우드 액션을 써서 파울을 얻어냈고 그로 인해 골을 도둑맞았다는 것.

조세 무리뉴 토트넘 감독이 “손흥민의 아버지가 솔샤르 감독보다 좋은 사람이라 다행”이라며 손흥민을 두둔했으나 현지 전문가들까지 비판 여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맨유 레전드 중 하나인 로이 킨도 “이것이 파울이라면 우린 모두 집에 가야 한다. 손흥민 같은 선수가 저렇게 나뒹굴었다는 게 당황스럽다”고 말했도 마이카 리차즈도 “당황스럽다. 이건 축구가 아니”라고 날을 세웠다.

로비 새비지는 “절대 파울일 수가 없다. 손흥민은 경기가 끝나고 자신의 리액션에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말했고 가브리엘 아그본라허는 “손흥민은 그렇게 오랫동안 누워있으면 안됐다. 어리석었고 선수라면 더 남자다워야 한다”고 전했다. 토트넘 출신 저메인 제나스 조차 “전혀 파울 상황이 아니다. 당연히 상대가 뛰어나갈 때 할 수 있는 동작인 만큼 고의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맥토미니의 오른손에 분명히 가격을 당했음에도 손흥민(왼쪽)을 향한 비판은 꺼질줄 모르고 있다. [사진=스포티비 중계화면 캡처]

 

SNS에선 손흥민을 향한 공격 강도가 훨씬 거세다. “다이빙을 멈춰라”, “축구선수가 아닌 한국 드라마 배우”라는 등의 발언은 웃어 넘길 정도. “고양이나 박쥐, 개나 먹어라”, “작은 눈의 황인종”, “중국 연기대상감” 등 인종차별적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익스프레스는 “손흥민은 어릴 때부터 넘어지는 연기를 연습했다”며 억지스러운 비판을 가했다. 아마존 프라임 다큐멘터리 ‘손세이셔널’에서 손흥민의 형 손흥윤 씨의 발언을 인용한 것인데, 어릴 적 아버지에게 훈련을 받다가 꾀를 부렸던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낸 것을 두고 악의적으로 보도한 것.

문제는 EPL 프로경기심판기구(PGMOL)와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 ‘맥토미니 동작이 자연스러운 행동이 아니라 조심성 없는 반칙’이라며 정심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줬다. 이어진 논란에 영국 스카이스포츠와 BBC 또한 의심할 여지없는 파울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문제가 되는 이유는 뭘까. 과거부터 이어져 온 거친 EPL 문화로 인해 파울에 대해 과도하게 관대해져 있는 측면이 있다. 항간에선 아시아인을 바라보는 그릇된 시선에서 비롯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팀 동료이자 잉글랜드 핵심 선수인 해리 케인이 그 같은 행동을 했으면 같은 반응이 나왔겠냐는 것.

토트넘은 손흥민을 향한 인종차별적 발언 등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강경하게 나서고 있다. [사진=토트넘 홋스퍼 페이스북 캡처]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목소리가 일부 몰지각한 이들에겐 손흥민을 향한 공격의 정당성을 부여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EPL, 축구계를 넘어 글로벌 이슈로 번지는 모양새다. 토트넘은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우리 선수 중 한 명에 대한 혐오스러운 인종차별이 있었다. 구단은 프리미어리그와 함께 전수 조사를 단행할 것이며 해결을 위한 가장 효율적인 조치를 찾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엔 아스날 레전드 티에리 앙리가 인종차별 발언을 막을 방법을 찾을 때까지 SNS를 보이콧하겠다고 선언했고 EPL 스완지시티와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레인저스도 이같은 피해 사례로 인해 당분간 SNS 중단 선언을 했다.

이번 사건을 주목하고 있는 미국 CNN에 따르면 트위터는 “트위터에 인종차별은 없다. 우리는 팬과 선수들이 안전하게 축구 얘기를 나눌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겠다”고 입장을 밝혔고 인스타그램을 소유한 페이스북도 “규정을 어긴 수많은 코멘트를 삭제하고 있다. 규정 위반에 대해 단호하게 조치하겠다”고 입장을 나타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지만 잘못한 게 있다면 비판받아야 하는 게 마땅하다. 그러나 정당하지 못한 비판, 도를 넘는 비난은 그 원인을 규명하고 뿌리 뽑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최근 해외에선 아시아계 증오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손흥민을 향한 과도한 공격도 이러한 선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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