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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통합우승, '산틸리 체제' 뭐가 달랐나 [SQ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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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통합우승, '산틸리 체제' 뭐가 달랐나 [SQ포커스]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4.17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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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남자배구 만년 3위 이미지를 탈피, V리그 최강으로 거듭난 인천 대한항공이 창단 첫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첫 외국인 감독 선임에 탈도 많고, 말도 많았지만 결국 결과로 잡음을 씻어낸 격이다.

대한항공은 17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2020~2021 도드람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5차전 홈경기에서 서울 우리카드에 세트스코어 3-1(24-26 28-26 27-25 25-17) 역전승을 거뒀다.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대한항공이 통합우승에 성공했다. 과거 2010~2011시즌과 2016~2017시즌, 2018~2019시즌 정규 시즌을 제패하고도 챔피언결정전에선 웃지 못했다. 2017~2018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했지만 정규리그는 3위에 그쳤었다.

박기원 전임 감독 체제에서 꾸준히 챔피언결정전에 올랐지만 한 번도 샴페인을 터뜨리지 못했다. 지난 시즌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시즌이 조기 종료됐고, 5라운드 종료 시점을 기준으로 순위를 산정하는 바람에 2위에 머물렀다. 드디어 숙원 사업을 달성했다.

대한항공이 창단 첫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사진=KOVO 제공]

세터 한선수를 중심으로 윙 스파이커(레프트) 정지석과 곽승석 등 국가대표 트리오가 중심을 잡았다. 지난 시즌 득점 1위를 차지한 외국인선수 비예나와 재계약했지만 부상으로 부진한 바람에 교체를 단행했다. 요스바니가 합류하기 전까지 정규시즌 일정 절반가량을 국내파로만 뛰면서도 순위표 선두를 지켰다. 만년 유망주였던 임동혁이 기회를 잡았고, 기량을 만개하며 팀을 정상에 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틸리 감독은 주전과 외인에 의존하기보다 팀 구성원 전체의 발전에 중점을 뒀다. 천하의 한선수라 할지라도 흔들릴 때면 유광우로 교체했다. 전역한 황승빈에게도 꾸준히 기회를 줬다. 김규민이 입대하고, 진상헌이 이적한 공백을 진지위, 조재영 등 젊은 미들 블로커(센터)들이 잘 메웠다. 진성태마저 부상 당하자 레프트 손현종을 센터로 세우는 등 선수단 전체에 대한 믿음을 보여줬다.

적장 신영철 감독은 경험과 선수층에서 대한항공에 밀렸다고 진단했다. "박빙일 때 나온 몇 가지 범실을 비롯해 경기운영 능력이 아쉬웠다. 훈련 때 만든 리듬이 깨지면서 흔들렸다"면서 "대한항공의 경우 임동혁이라는 카드가 있어 요스바니의 체력 안배가 가능했지만 우리는 선수층이 대한항공만큼 두텁진 않았다. 우리도 이번에 챔프전을 경험했으니 앞으로 더 발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틸리 감독을 향한 평가는 엇갈린다. [사진=KOVO 제공]

산틸리 감독은 소통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강도 높게 로컬 룰을 비판하고, 심판 판정에 수차례 공개적으로 날선 반응을 보이는 등 국내 정서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강경한 행보로 질타받았다. 사무국과 소통도 아쉬워 배구계에선 통합우승에도 불구하고 재계약을 장담할 수 없다고 전망한다.

허나 한 명에 의존하지 않는 팀을 만들었다는 점에선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대한항공은 국가대표급이 다수 포진된 경험 많은 팀이지만 그동안 주전 의존도가 높아 중요한 순간 발목을 잡히기도 했다. 주축 선수들은 비시즌 늘 대표팀에 차출됐고, 숨 돌릴 틈 없이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주축 선수들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늘 체력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임동혁, 진지위, 조재영이 주전급으로 성장했다. 선수층을 더 두텁게 만들었다는 평가다.

산틸리 감독은 시상식을 마친 뒤 "원래 다양한 선수들을 기용하는 성향은 아니다. 일정이 빠듯한 V리그이기 때문에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정규시즌 내내 추구한 변화를 통해 챔프전에서도 빛을 볼 수 있었다. 오늘 같은 경기에서 유용했고, 3세트 지친 선수 2명을 바꿔주는 변화도 주효했다"며 "모든 선수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 모두 잘 준비했기 때문에 가능했고, 우승할 자격이 충분했다"고 밝혔다.

[인천=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대한항공 우승의 주역 요스바니(왼쪽부터), 한선수, 정지석.

남자배구판 첫 외국인 감독인데, 대한항공의 창단 첫 통합우승을 견인했다. 업적을 쌓기까지 이방인으로서 가진 고충도 상당했다.

산틸리 감독은 "V리그에서 통합우승이 흔치 않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자랑스럽다. 사람들은 처음에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여기기도 했다. 어떻게 감독이 저렇게 반응할 수 있느냐며 비난받기도 했다. 나는 다른 방식, 다른 접근으로도 가능하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세계 배구를 봐도 전통만 고수하기보다 다른 시스템을 도입했을 때 배우는 게 있다는 걸 알 수 있다"고 했다.

챔프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데다 정규리그 MVP 수상도 유력한 정지석은 "부담감이 많았던 시즌이다. 정말 힘든 과정 속에서 얻어낸 통합우승이라 기쁨이 배가 된다"고 기뻐했다.

주장 한선수는 "처음 정규리그를 제패했을 때 큰 산을 넘었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산에서 가장 힘든 구간인 챔프전이라는 껄떡고개가 남아 있었다. 2018년에는 3위로 올라와 마음을 비우고 챔프전에 나섰지만 이번에는 정규리그 우승을 하고 나니 '당연히 해야 된다'는 중압감을 느꼈다. 선수들 모두 알 것이다. 올 시즌 힘든 상황에서 어떻게든 끈기있게 버텨서 승리를 가져간 경기가 많았다. 그걸 이겨냈기 때문에 우승했다"고 복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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