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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슈퍼리그 출범-무리뉴 경질, 손흥민 미래는? [SQ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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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슈퍼리그 출범-무리뉴 경질, 손흥민 미래는? [SQ이슈]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4.20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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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유럽에서 실력과 인기를 모두 겸비한 최상위 클럽들이 유러피언 슈퍼리그(ESL) 출범을 선언했다. 토트넘 홋스퍼도 그들 중 하나다. 직후 조세 무리뉴 토트넘 감독이 경질됐다. 그야말로 유럽축구가 격동의 시간을 맞았다. 손흥민(29·토트넘)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빅6'로 통하는 리버풀, 맨체스터 시티(맨시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첼시, 토트넘, 아스날, 이탈리아 세리에A 유벤투스, AC밀란, 인터밀란, 스페인 라리가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 아틀레티코(AT) 마드리드 등 12개 구단이 ESL 창설에 동의했다.

12개 구단은 19일(한국시간) 공동성명을 내고 "새로운 주중 대회인 슈퍼리그 창설에 동의했다"며 "새로운 리그와 축구계 전반에 최상의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 유럽축구연맹(UEFA), 국제축구연맹(FIFA)와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FIFA와 UEFA, 각국 축구협회와 리그 사무국 등은 ESL이 유럽축구가 그간 지켜온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유럽 12개 빅클럽이 유러피언 슈퍼리그 출범을 선언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 슈퍼리그, 대체 뭔데?

유럽 명문구단들 사이에서 UEFA 주관 챔피언스리그(UCL), 유로파리그(UEL)와 별개인 최고 리그를 만들자는 협의가 물밑에서 이뤄져왔는데, 결국 현실화됐다. ESL은 리그 창립 멤버가 주관하는데, 앞서 말한 12개 구단에 추후 3개 구단을 추가해 15개 구단이 창립 멤버가 된다. 플로렌티노 페레스 레알 회장이 초대 회장을 맡는다. 2022~2023시즌 개막을 목표로 한다.

15개 창립 멤버와 직전 시즌 성적에 따라 출전 자격을 얻은 5개 구단을 더해 총 20개 구단이 리그를 벌인다. 각국 정규리그와 별개로 주중에 치러지며 8월부터 10개 팀씩 2개 조로 나뉘어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경기한다. 각 조 상위 3개 팀이 8강에 진출하고, 4~5위 팀은 플레이오프(PO)를 거쳐 8강에 도전한다. 결승전은 5월 중립 구장에서 단판으로 열린다.

12개 구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유럽축구 경제 불안정성이 가속됐다"며 "유럽축구 이익을 지키고 가치를 강화하기 위해 전략적 비전과 지속가능한 상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SL에 투입되는 자본 규모는 그동안 유럽 최고대회로 여겨졌던 UCL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경제적 이익을 꾸준히 창출할 새로운 방안이라고 주장하는 배경이다.

이들은 "새 대회 연대지급액(solidarity payments)은 현재 유럽 대항전을 통해 얻는 금액보다 훨씬 높아질 것이다. 초기에 100억 유로(13조3600억 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며 "또 창립 구단들에는 인프라 투자와 코로나19 피해 극복을 위해 35억 유로(4조6782억 원)가 주어진다"고 전했다.

미국 대형 금융사 JP모건이 ESL에 46억 파운드(7조1185억 원)를 투자하는데, 창림 멤버들은 매해 모든 경기에서 지더라도 1억3000만 파운드(2011억 원)를 받을 수 있다. 우승할 경우 여기에 2억1200만 파운드(3282억 원)를 더 갖는다. 2019~2020시즌 UCL 우승상금이 1900만 유로(254억 원)였다. 각종 경기수당 등을 합쳐도 8200만 유로(1096억 원) 수준이었으니 ESL 최하위 상금보다도 적다.

UEFA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 강경한 반대 입장

하지만 여기저기서 반발하고 있다.

UEFA는 잉글랜드·스페인·이탈리아 축구협회와 EPL·라리가·세리에A 사무국과 함께 "일부 구단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진행하는 프로젝트"라며 "대회가 창설된다면 우리는 이를 막기 위해 연합할 것"이라고 맞섰다.

UEFA 등은 "이 사태를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고려할 것이다. 축구는 개방된 경쟁을 기반으로 한다. 다른 방법은 있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어 "FIFA와 6개 대륙연맹이 발표했듯, 슈퍼리그에 참가하는 구단들은 국내외 리그나 국제대회 참가가 금지될 수 있다. 또 해당 구단에 속한 선수들은 자국 국가대표팀에서도 뛸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치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EPL에서 참가를 결정한 6개 구단이 지역 연고를 바탕으로 성장해온 만큼 지역 팬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선거 당시 승리 기반이 된 영국 북부와 중부 지역은 지역 정체성이 강한 지역으로 꼽힌다. 지역 축구 클럽은 필수 요소가 아닐 수 없는데, ESL이 그 근간을 위협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BBC, 로이터 등에 따르면 올리버 다우든 영국 문화부 장관은 의회에 "이 일이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성명을 보냈다. 그는 "슈퍼리그 참가 구단들을 제재하는 방안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축구단은 단순한 사업이 아니며, 구단주는 임시 관리인일 뿐이란 점을 기억해야 한다"며 "슈퍼리그 참가 구단도 정부와 납세자 도움을 크게 받았으며, 이들은 그 대가로 납세자에 진 의무에 관해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힘줬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 회장인 윌리엄 영국 왕세손도 트위터에 "팬들과 우려를 함께 나눈다. 슈퍼리그는 우리가 사랑하는 축구를 훼손할 위험이 있다"며 "축구 공동체 전체와 경쟁·공정성 가치를 지켜야 한다"고 썼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슈퍼리그는) 연대와 스포츠 가치를 위협한다. 프랑스 구단들이 동참하지 않은 걸 환영한다"고 전했다.

슈퍼리그에 참가하기로 결정한 리버풀을 이끌고 있는 위르겐 클롭 감독은 슈퍼리그의 폐쇄적 구조를 비판하며 반대 입장을 표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선수나 감독 중에서도 불만을 제기하는 이들이 많다.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은 "나는 축구의 경쟁적인 측면을 좋아한다"면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현재 4위)가 다음 시즌 UCL에 출전하는 건 원치 않지만, 웨스트햄이 UCL에 도전할 수 있는 시스템은 좋아한다"고 힘줬다. ESL은 15개 팀이 고정으로 참가하는 폐쇄적인 구조다. 강등 없이 수익과 지위를 보장 받으니, 기존 리그에서 퇴출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새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셈이다. 클롭 감독이 이를 꼬집었다.

맨유 레전드인 게리 네빌 전 발렌시아 감독은 "정말 역겨운 일이다. 이건 순전히 탐욕이다. 참가 팀들은 사기꾼이나 마찬가지다. 모든 승점을 삭감해 강등시켜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패트릭 뱀포드(리즈 유나이티드)는 "축구는 결국 팬이 주인공인데 이번 결정을 좋아하는 팬을 한 명도 보지 못했다"고 씁쓸해 했다. 리즈 선수들은 이날 리버풀전 앞서 단체로 '축구는 팬들을 위한 것(Football is for the fans), 정당하게 얻어내라(Earn it)'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준비운동에 나섰다.

팬 지분이 절반 이상인 바이에른 뮌헨,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등 독일 클럽들과 파리 생제르맹(PSG)은 ESL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했다. 한동안 UEFA와 빅클럽 간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칼 하인츠 루메니게 뮌헨 회장은 조별리그 참가 팀을 늘리고, 일정을 수정하는 UCL 개혁안을 환영하며 "슈퍼리그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보다 유럽 모든 구단은 선수 임금과 에이전트 수수료 등 비용 구조를 수입에 맞게 조정할 수 있도록 연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경기 후 조세 무리뉴 감독(오른쪽)이 밝은 미소로 손흥민의 두 볼을 감싼 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EPL 홈페이지 캡처]<br>
조세 무리뉴(오른쪽) 토트넘 감독이 경질됐다. 토트넘이 슈퍼리그에 나서고, 손흥민이 잔류하면 국가대표팀에서 뛰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그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사진=EPL 홈페이지 캡처]

◆ 그래서 손흥민은?

한국 대표팀 간판 손흥민의 미래 역시 관심사다.

FIFA와 6개 대륙연맹은 슈퍼리그 창설에 대한 이야기가 돌던 지난해 1월 "이 같은 대회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해당 대회에 속한 구단과 선수들은 FIFA와 각 연맹이 주관하는 대회에 출전할 수 없을 것"이라고 못 박은 바 있다.

최악의 경우 ESL에 참가할 구단에 소속된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 등 수많은 스타플레이어가 국가대표 자격을 잃는다. 토트넘이 ESL에 나서고 손흥민이 팀에 잔류하면, 한국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한편 토트넘은 같은 날 무리뉴 감독을 해고했다. 그가 2019년 11월 토트넘 지휘봉을 잡은 이래 1년 5개월 만이다. 당분간 팀은 라이언 메이슨 코치가 대행으로 이끈다. 율리안 나겔스만 RB라이프치히 감독이 후임으로 거론된다.

토트넘은 현재 EPL 종료까지 6경기만 남겨둔 시점에서 7위(승점 50)에 머물고 있다. 다음 시즌 UCL 출전이 사실상 어렵다. UEL에서도 디나모 자그레브(크로아티아)에 져 16강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우승청부사로 불렸던 무리뉴 감독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무리뉴 감독 애제자로 통했던 손흥민은 인스타그램에 무리뉴 감독과 자신이 함께 담긴 사진을 게시하며 작별 인사를 건넸다. 그는 "내 기분을 어떤 말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당신과 함께 일해서 기뻤다"며 "일이 잘 풀리지 않아 미안하고, 함께 한 시간에 진심으로 감사하다. 미래에 행운이 있길 빈다"고 썼다.

ESL에 참가하겠다고 발표한 날 무리뉴 감독이 팀을 떠났다. 토트넘과 재계약 혹은 타구단 이적 등 미래를 두고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손흥민 거취에 시선이 집중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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