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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링 '안경선배' 김은정, 이젠 '슈퍼맘으로' [SQ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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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링 '안경선배' 김은정, 이젠 '슈퍼맘으로' [SQ인물]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4.21 17: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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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3년 전 평창 동계올림픽이 낳은 스타 ‘안경선배’ 김은정(31·강릉시청). 특유의 매력적인 경상도 사투리로 부르는 ‘영미’는 유행어가 됐고 경기 중에 뽐내는 카리스마와 달리 링크 밖에선 한 없이 해맑은 매력에 전 국민이 매료됐다.

꽃길만 걸을 것으로 예상됐던 미래는 가시밭길이었다. 올림픽 은메달 수확 이후에도 지도자 갑질 피해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3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완전히 자유로워 졌다.

팀은 비온 뒤 더 단단해졌고 특히 김은정은 더욱 강해졌다. 이젠 ‘안경선배’가 아닌 ‘워킹맘’으로 슈퍼우먼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20일 미디어데이에서 각오를 밝히고 있는 김은정.

 

올림픽 이후 컬링 신드롬이 일었다. ‘팀 킴’은 예능 프로그램 섭외 1순위였다. 광고도 여럿 찍었다. 익숙지도 않았던 컬링이 인기 스포츠로 거듭날 수 있었던 데에는 ‘팀 킴’의 역할이 지배적이었다.

그 중에서도 김은정은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선수였다. ‘스킵’을 맡아 경기 도중엔 감독과 코치 역할까지도 수행해야 했고 가장 중요한 경기 막판엔 경기 결과를 좌우할 수 있는 역할까지 맡았다. 엄청난 부담 속에서도 냉철한 판단과 정확한 샷을 구사해 한국 동계 올림픽 역사를 새로 썼다.

배구 김연경, 스피드스케이팅 이상화 못지 않은 ‘걸크러시’ 매력을 뽐냈다. 경기 도중엔 선수들에게 큰 소리를 치며 지시하며 성공적인 샷을 이끌어냈는데, 경기 후 혹은 예능 프로그램 등에 출연해선 해맑은 미소와 오히려 동료들의 놀림감이 되는 등 반전매력까지 뽐냈다.

그해 7월 백년가약을 맺고 임신까지하며 행복한 나날이 이어지는 듯 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11월 ‘팀 킴’은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부회장 일가로부터 당한 부당대우에 대해 폭로했다. 팀을 사유화하려하고 지나친 언론통제와 상금의 불투명한 사용 등이 문제가 됐다. 이들의 만행은 10여년 간 이어진 것으로 밝혀져 더욱 충격을 낳았다.

김용빈 대한컬링연맹 회장(오른쪽)과 새로 바뀐 엠블럼을 소개하고 있는 김은정.
김용빈 대한컬링연맹 회장(오른쪽)과 새로 바뀐 엠블럼을 소개하고 있는 김은정.

 

문화체육관광부는 대한체육회가 합동으로 특정감사를 실시했고 여러 문제점을 밝혀냈지만 제대로 된 처분과 후속관리 및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에도 기자회견을 열어 “호소문 사태 이후 근본적으로 변한 게 없어 하루하루 걱정과 불안으로 보내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어려운 상황을 해치고 지난해 11월 한국컬링선수권대회 여자부 결승전에서 경기도청을 꺾고 우승을 차지하며 2년 만에 다시 태극마크를 달았으나 이번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목을 잡았다. 각종 대회가 취소돼 제대로 경기 감각을 유지하기 힘들었다. 세계선수권 대회도 지난달 스위스 샤프하우젠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미뤄진 끝에 캐나다로 장소를 옮겨 열리게 된 것.

그러나 어느 때보다 안정감을 찾았다. 지난달 올림픽 은메달 좋은 기억이 있는 강릉에 새 둥지를 텄다. 대한컬링연맹 새 수장 김용빈 대우조선해양건설 및 한국테크놀로지 회장의 전폭적 지원 속에 더욱 훈련에만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받게 됐다.

한 가지 더 힘을 내게 만들어주는 요인이 있다. 2019년 9월 낳은 아들. 20일 서울시 중구 남대문로 T타워에서 열린 2021 세계여자컬링선수권 출정식 겸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김은정은 “훈련과 육아를 병행했지만 본격적으로 대회를 준비하면서 아이와 떨어져 지냈다. 가족이 육아에 신경 써준 덕분에 컬링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며 “해외에는 ‘엄마 선수들’이 많다. 그들처럼 나도 잘하고 좋은 성적을 거둬서 (국내 다른 여성 선수들에게) 본보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더욱 단단해진 김은정(오른쪽부터)은 김선영, 김영미, 김경애, 김초희와 여전한 호흡을 바탕으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진출권 획득에 나선다.
더욱 단단해진 김은정(오른쪽부터)은 김선영, 김영미, 김경애, 김초희와 여전한 호흡을 바탕으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진출권 획득에 나선다.

 

존재만으로도 힘이 된다. 김경애는 “은정 언니가 훈련, 육아를 병행하니 자기 시간이 없어서 힘들어 보였다”면서도 “하지만 항상 아들 얼굴을 보며 힐링한다. 나도 아이가 있으면 그렇게 힘든 순간에 힘을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 때 아들 사진을 보고 우리에게 보내주기도 한다. 우리도 같이 힐링을 한다”고 전했다.

그의 친구이자 동료 김영미도 2019년 3월 결혼했지만 김은정에게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김은정이 육아와 운동을 같이 하면서도 운동할 때에는 아이 생각을 하지 않고 컬링 생각만 하더라”며 “나도 본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대단하다”고 말했다.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캐나다 앨버타주 캘거리에서 열리는 세계여자컬링선수권대회엔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출전권 6장이 걸려있다.

김은정은 “국내에서 최대한 할 수 있는 걸 다했다. 기본기 위주로 훈련하고 바뀐 규정에 맞춰 전략도 새로 짰다. 또 남자팀과 연습경기를 치러 실전 감각을 유지했다. 현재 컨디션은 평창 동계올림픽 때의 80~90% 수준”이라며 “올림픽 본선 출전권이 걸린 만큼 최선을 다해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2018년 이후 3년 만에 나서는 세계선수권 출전. 더욱 강해진 스킵 김은정이 있어 ‘팀 킴’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부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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