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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이제 커리어 첫 우승 바라본다 [카라바오컵 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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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이제 커리어 첫 우승 바라본다 [카라바오컵 결승]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4.23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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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개인 한 시즌 최다골 기록을 작성한 손흥민(29·토트넘 홋스퍼)이 이제 프로 데뷔 이래 첫 우승에 도전한다. 최근 계속해서 좋지 않은 일과 마주해야만 했던 손흥민이 커리어에 첫 트로피를 새길 수 있을까. 2007~2008시즌 칼링컵(카라바오컵 전신) 정상에 등극한 뒤 우승이 없는 토트넘을 다시 가장 높은 곳에 올리겠다는 각오다.

손흥민은 26일 오전 0시 30분(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와 2020~2021 잉글랜드 풋볼리그(EFL) 카라바오컵 결승전(스포티비 나우·온, 쿠팡플레이 생중계)에 출격 대기한다.

리그 득점 1위(21골)와 도움 1위(13도움)를 모두 달리고 있는 주포 해리 케인이 발목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상황. 22일 사우샘프턴전에선 손흥민이 후반 45분 페널티킥 결승골을 터뜨리며 팀을 구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입성 이래 개인 최다골 기록을 새로 썼다. 리그 15호골로 토트넘 이적 뒤 두 번째 시즌이던 2016~2017시즌 넣은 14골을 넘어섰다.

올 시즌 참가한 모든 대회에서 이날까지 20골을 기록한 손흥민은 이제 한 골만 더 넣으면 역시 2016~2017시즌 세운 자신의 한 시즌 공식전 최다골 타이기록도 세운다.

EPL 커리어 최다골을 달성한 손흥민이 프로 데뷔 이래 첫 우승에 도전한다. [사진=EPA/연합뉴스]

손흥민은 프로에 입문한 뒤 아직까지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다. 많은 팬들이 더 늦기 전에 그가 토트넘을 떠나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2016~2017시즌 EPL 2위로 마쳤고, 2018~2019시즌 '별들의 전쟁'으로 불리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에 진출했지만 리버풀에 져 준우승에 머물렀다. 

23세 이하(U-23) 국가대표팀이 출전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와일드카드(23세 이상 선수)로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건 게 유일한 우승 경력이다. A대표팀에선 역시 우승을 맛 본 적이 없다. 한국이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 3연패를 달성했지만 모두 국내파 위주로 치러졌다.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호주 아시안컵 결승에서도 연장 혈투 끝에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손흥민은 사우샘프턴전을 마친 뒤 인터뷰에서 우승 열망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결승에서 뛰는 것만으로 자랑스러워하는 데서 만족할 생각은 전혀 없다"면서 "꼭 승리해서 '위너'가 되는 것을 자랑스러워하고 싶다"고 힘줬다.

이번 카라바오컵 결승에는 관중 8000명이 입장한다. 그는 "선수들보다 팬들이 더 결승전에 올 자격이 있는 것 같다"면서 "잘 쉬고 회복한 뒤 팬들을 위해 싸우겠다. 팬이 있기에 축구는 아름답다"고 말했다. 최근 이른바 '유러피언 슈퍼리그(ESL)' 창설로 팬심을 어지럽힌 데 미안한 마음을 간접적으로 전하며 좋은 경기력으로 마음의 빚을 갚겠다고 밝혔다.

손흥민은 이날 페널티킥 골 넣기 앞서 후반 30분 한 차례 골망을 흔들었지만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아 득점이 취소되기도 했다. 손흥민이 슛하기 전 오프사이드 위치에서 앞서 달려가던 루카스 모우라가 상대 수비진 시야를 방해해 득점에 관여했다는 판정이었다.

그는 웃으면서 "'이게 골이 아니라니'하며 나도 정말 실망했다"면서도 "그러나 불평하면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할 수는 없었다. 결승골을 넣고 이긴 게 중요하다"고 돌아봤다.

토트넘과 손흥민(오른쪽)은 최근 여러 악재와 마주했다. 어려움을 딛고 우승할 수 있을까.

토트넘은 최근 ESL에 참가하겠다고 선언했다가 여론이 좋지 않자 탈퇴하는 촌극을 빚었다. 동시에 조세 무리뉴 감독을 경질하고, 라이언 메이슨 코치를 감독대행으로 하는 임시 체제로 전환하는 등 격동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무리뉴 감독 총애를 받았던 손흥민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아쉬운 감정을 나타내며 무리뉴 감독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12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전에선 헐리웃 액션 시비에 휘말렸다. 맨유가 득점하는 과정에서 팔꿈치로 가격당하는 명백한 반칙을 당했다. 비디오판독(VAR)을 거쳐 골이 취소됐는데, 불똥이 손흥민에게 튀었다. 올레 군나르 솔샤르 맨유 감독이 공개적으로 비판했고, 일부 몰지각한 팬들이 손흥민 SNS 계정을 찾아와 욕설을 퍼붓는 등 여파에 시달렸다. 영국 내 여러 축구계 명사들도 손흥민을 저격하면서 인종차별 논란으로 번지기까지 했다.

맨유전을 마친 뒤 손흥민은 미소를 잃었다. 늘 밝은 얼굴로 영국에서도 사랑받았던 손흥민이지만 UCL 진출이 멀어진 팀 상황과 개인사가 겹쳤기 때문인지 어두운 표정을 지었고 많은 축구팬들을 우려하게 했다. 

또 지난 17일 에버튼전에선 멀티골을 넣은 팀 주포 해리 케인이 발목 부상을 입고 말았다. 메이슨 감독대행은 복귀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맨시티전 출전이 가능한 지, 경기에 나서더라도 몸 상태가 얼마나 올라올 지 장담할 수 없다. 이날 동점골을 넣은 가레스 베일뿐만 아니라 손흥민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손흥민은 지금껏 숱한 위기를 극복해오며 월드클래스 반열에 올랐다. 이번에도 여러 악재를 딛고 커리어의 정점을 찍을 수 있을지 시선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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