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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뛴 베어스, '허슬두'는 살아있다 [SQ모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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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뛴 베어스, '허슬두'는 살아있다 [SQ모먼트]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4.23 2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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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화수분 야구, 뚝심두 등. 두산 베어스의 팀 컬러를 나타내주는 표현들이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허슬두’다.

2000년대 중반 이종욱과 고영민 등 육상부를 바탕으로 뛰는 야구를 펼치며 얻어낸 별칭이다. 이후 오재원, 정수빈 등이 몸을 아끼지 않는 플레이로 이 명맥을 이었다.

수식어를 얻은 이후 꽤 오랜 시간이 흘렀으나 두산의 ‘허슬 정신’은 여전했다. 그리고 23일 NC 다이노스와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홈경기에서 그 진가가 제대로 나타났다.

두산 베어스 안권수가 23일 NC 다이노스전 8회말 절묘한 슬라이딩으로 득점에 성공한 뒤 활짝 웃고 있다.

 

이날 선발 투수는 토종 에이스로 거듭난 최원준. 초반부터 호투를 이어가며 기대감을 높였다. 문제는 득점지원이었다. 최원준이 아무리 잘 던진다고 하더라도 1,2점만으론 승리를 기대하기 쉽지 않았다.

베테랑들의 집중력 있는 주루 플레이가 빛났다. 양 팀이 0-0으로 맞선 2회말 앞선 타자를 깔끔히 돌려세운 송명기를 상대로 김재호가 간결한 중전 안타로 출루했다. 앞서 뛰어난 투구를 펼치던 송명기. 김재호는 신예 흔들기에 나섰다.

포수의 사인을 받고 투구를 준비하던 송명기. 김재호는 허를 찌르는 도루를 시도했다. 송명기는 당황한 나머지 상하체를 동시에 풀어 2루로 몸을 돌렸다. 투수 보크. 하체 동작을 먼저 푼 뒤 상체를 움직여야 했지만 당황한 나머지 그럴 틈이 없었다. 2사에서 득점권 찬스를 만들었고 박계범의 중전 안타 때 선취 득점에 성공했다.

NC 포수 양의지(오른쪽)의 태그를 피해 오른손으로 홈을 태그하고 있는 안권수(가운데).

 

4번 타자 김재환도 가세했다. 3회말 1사에서 볼넷으로 출루한 김재환은 양석환의 중전 안타 때 2루를 돌아 3루까지 내달렸다. 짧은 타구였으나 상대가 방심한 틈을 타 과감한 주루플레이를 했다. 아슬아슬했으나 결과는 세이프. 그 사이 양석환도 2루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득점으로 이어지진 못했으나 인상적인 주루플레이였다.

팀이 2-0으로 앞선 7회말 호세 페르난데스의 2루타 때 대주자로 출루한 안권수는 김재환의 2루수 땅볼 때 3루를 돌아 홈으로 파고 들었다. 여유 있는 아웃 타이밍. 그러나 심판은 세이프를 선언했다.

왼손으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던 안권수는 손을 바꿔 오른손으로 홈을 터치했고 이 과정에서 태그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판정이었다. NC에서 비디오판독을 요청했으나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안권수는 “2루에서 상대 수비 위치를 확인한 뒤 여차하면 홈까지 대시하겠다고 마음 먹었다. 불규칙 바운드 등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기 때문”이라며 “ 3루를 향해 뛰는데 코치님이 팔을 돌리셔서 자신 있게 홈까지 달렸다. 아웃타이밍이었지만 공이 날아오는 걸 본 순간 상대에게 왼손을 보여주고 오른손으로 승부하겠다고 생각했다. 운이 좋았다”고 당시 상황을 복기했다.

조수행(왼쪽)도 김재호의 희생 번트 때 상대 수비 빈틈을 노려 3루를 파고 들었고 후속 타자 안타로 득점에 성공했다.

 

8회말 공격에서도 두산의 적극적 주루플레이는 이어졌다. 볼넷으로 걸어나간 조수행은 김재호의 희생번트 때 2루를 돌아 3루까지 작정하고 달렸다. 1사 2루가 아닌 3루에 주자를 보내놓고 타석에 나선 박계범은 부담 없이 자신감 있게 스윙해 1타점 2루타를 만들어냈다. 이후 두산은 추가 타점까지 만들어내며 승리를 확신할 수 있게 됐다.

올 시즌을 앞두고 주전 1,2루수 오재일(삼성 라이온즈)과 최주환(SSG 랜더스)을 떠나보낸 두산이다. 공백이 클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고 가을야구 진출도 힘들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더욱 이를 악물었다. 최근 들어 타선이 살아났으나 타격감에만 의존하지 않았다. 집중력 있는 주루 플레이로 적은 힘을 들이고도 점수를 만들어냈다. 김태형 감독도 “김재환 안권수 조수행 등 타자들의 재치 있는 주루플레이도 칭찬한다”고 야수들의 과감성에 박수를 보냈다.

과거와 달리 ‘어우두(어차피 우승은 두산)’를 논하기엔 어려운 상황이 됐지만 ‘두산 걱정은 사치’라는 말은 여전히 통하는 것 같이 보인다. 핵심 타자가 빠져나가도, 타선이 폭발하지 않아도 ‘허슬’ 정신으로 승리하는 법을 알고 있는 두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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