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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연기상' 윤여정, 영화계 새 역사를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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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연기상' 윤여정, 영화계 새 역사를 쓰다
  • 김지원 기자
  • 승인 2021.04.26 1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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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지원 기자] 윤여정(74)이 한국 배우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연기상을 수상했다. 앞서 아카데미 시상식 참여를 위해 미국으로 향한 윤여정은 무대에 올라 직접 소감을 밝혔다.

윤여정은 25일(현지시간)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미국 독립 영화 '미나리'의 순자 역으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수상자 호명은 '미나리'의 제작사인 A24를 설립한 배우 브래드 피트가 직접 나섰다.

 

25일(현지시간)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이 오스카 시상식 프레스룸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25일(현지시간)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이 오스카 시상식 프레스룸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수상을 위해 무대에 오른 윤여정은 "브래드 피트 씨, 드디어 뵙는다. 저희가 영화 찍을 때 어디에 계셨냐"며 위트 있는 소감을 시작했다. 이어 "아시다시피 저는 한국에서 왔다. 많은 분들이 제 이름을 '여영'이라고 하거나 그냥 '정'이라고 부르는데 오늘만큼은 모두 용서해드리겠다"고 말해 현장에 웃음을 자아냈다. 또한 "저한테 일하러 나가라고 종용을 하는 두 아들 덕분에 열심히 일했더니 이런 상을 받게 됐다"면서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윤여정은 "아시아권에 살았지만 그동안 서양 TV 프로그램을 많이 봤다. 오늘 직접 이 자리에 오게 되다니 믿을 수가 없다. 정신을 가다듬고 말해보도록 하겠다"면서 아카데미 시상식 관계자들과 투표를 해준 아카데미 회원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어 '미나리'를 함께 촬영한 배우들을 호명하며 "'원더풀 미나리' 가족들에게도 감사하다. 우리 모두 영화를 함께 찍으면서 가족이 됐다"고 밝혔다. 또 "무엇보다 정이삭 감독님이 없었으면 제가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라면서 "그는 캡틴이자 감독이었다.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고 전했다.

윤여정은 이어 후보들에게 영광을 돌리기도 했다. 그는 "나는 경쟁은 믿지 않는다”면서 “내가 어릴 때부터 많이 보고 훌륭한 연기를 봤던 글렌 클로즈를 이길 수 있겠는가. 각자 다른 캐릭터를 연기한 각자가 승자다. 경쟁이라 할 수 없고, 운이 좋았던 것 같고, 한국 배우에게 호의를 표해준 미국인들 덕분”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윤여정은 특히 자신이 출연한 첫 영화의 감독 김기영에게 감사를 표했다. 윤여정은 1971년 김기영 감독의 ‘화녀’로 영화에 첫 데뷔했다. 윤여정은 이날 마지막으로 고(故) 김기영 감독에 대해 "천재 감독이었다. 여전히 살아계셨다면 제 수상을 기뻐하실 것"이라며 감격을 표했다.

 

배우 윤여정이 2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배우 윤여정이 2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윤여정은 레드카펫 인터뷰에서 “한국 배우로서 처음으로 오스카 연기상 후보에 올랐고, 한국인이자 아시아 여성으로서 우리에게 이것은 매우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나에게는 정말 신나면서도 무척 이상한 일”이라고 했다.

이번 수상은 '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의 마리아 바칼로바, '힐빌리의 노래'의 글렌 클로스, '맹크'의 어맨다 사이프리드, '더 파더'의 올리비아 콜맨 등 쟁쟁한 후보들을 제친 결과다. 윤여정은 아카데미에서 연기상을 받은 최초의 한국 배우이자, '사요나라'(1957)의 우메키 미요시 이후 64년 만에 역대 두 번째로 아카데미 연기상을 받은 아시아 여성 배우가 됐다.

1947년 생인 윤여정은 1966년 TBC 3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다. 그는 1971년 MBC '장희빈'에서 악녀 장희빈 역을 맡고, 같은 해 영화 '화녀'로 스크린에 데뷔해 스타덤에 올랐다. 전성기였던 1975년 가수 조영남과 결혼해 배우 생활을 쉬고 미국에서 생활했으나, 13년 만에 이혼한 뒤 연예계에 복귀했다.

이후 90년대 드라마 '사랑과 야망', '사랑이 뭐길래', '목욕탕집 남자들', 2000년대 '굳세어라 금순아', '넝쿨째 굴러온 당신', '디어 마이 프렌즈' 등에서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열연했으며, 최근에는 나영석 PD 예능 '꽃보다 누나', '윤식당', '윤스테이' 등에 출연해 세대를 넘나드는 쿨한 위트로 사랑받고 있다.

영화 '미나리'에서 미국 남부 아칸소주 시골로 이주한 딸 모니카(한예리)를 돕기 위해 한국에서 건너간 할머니 순자 역을 연기한 윤여정은 그간의 내공을 보여주는 '전형적이지 않은' 연기로 국내외 호평을 받았으며 결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까지 품에 안게 됐다. '영화 데뷔 50주년'과 함께 제2의 전성기를 맞게 된 74세 현역 배우 윤여정에게 세계의 박수가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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