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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배 트윈스', LG 오지환 남다른 책임감 [SQ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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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배 트윈스', LG 오지환 남다른 책임감 [SQ초점]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5.06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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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이형종, 이천웅이 모두 2군으로 향했어도 오지환(31)만큼은 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오지환은 기다림을 택한 류지현 감독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잘해야 할 의무’라는 무거운 책임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오지환은 5일 어린이날 매치로 치러진 두산 베어스와 2021 신한은행 SOL(쏠) KBO리그 경기에서 5타수 3안타 2타점 맹활약하며 7-4 역전승의 발판을 놨다.

1할대 타율에 허덕였던 오지환은 경기 중반 이후 3연타석 안타를 날리며 반등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LG 트윈스 오지환이 5일 두산 베어스전 3연타석 안타 등으로 역전승을 이끌었다. [사진=뉴시스]

 

2009년 데뷔한 그는 이듬해부터 줄곧 LG 주전 유격수 자리를 지켜온 프랜차이즈 스타. 그러나 팀 내 비중에 비해 부침이 많았다. 결정적인 실책으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잘할 때 임팩트도 커 이중적 의미로 ‘오지배’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2019년 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는데 그해 타율 0.252 9홈런 53타점으로 부진했다. 긴 협상 끝에 오지환은 구단에 백지위임했고 LG는 4년 40억 원에 그를 붙잡았다. 이듬해 오지환은 타율 0.300 10홈런 71타점, 커리어 첫 3할 타율을 달성하며 LG 관계자들과 팬들로부터 최고의 가성비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그러나 기세는 올 시즌 초반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극심한 타격 슬럼프 속 4월 타율 0.188에 그쳤다. 삼성 라이온즈와 3연전에서도 13타수 2안타에 그치며 팀 3연패 속 고개를 떨궈야 했다.

경기 전까지만 해도 우려가 컸다. 류지현 감독은 유격수 기대주 신인 이영빈(19)을 콜업했는데 “팀이 정상적으로 잘 돌아가면 벌써 엔트리에 올릴 선수는 아니었다”면서도 “주축의 변화가 있고 오지환도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아 체력적으로도 세이브 해줘야 한다면 이영빈이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오지환에게 자극제가 된 걸까. 2번 타자 유격수로 나선 오지환은 첫 두 타석 범타로 물러났지만 이후 결정적인 안타 3개로 팀 연패를 끊어냈다. 

오지환(오른쪽)의 활약 속 LG는 어린이날 매치업 승리와 함께 3연패에서 탈출했다. [사진=뉴시스]

 

5회초 선두타자로 나서 좌전 안타를 때려내며 출루했고 김현수의 투런 홈런으로 홈을 밟았다. 동점이 된 뒤 나선 6회엔 1사 2루에서 역전 1타점 적시타를 날렸다. 살얼음판 리드를 지키던 8회 활약도 인상적이었다. 구원 등판 후 연속 삼진으로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아낸 홍건희를 상대로 깔끔한 중전안타를 때려내며 달아나는 타점을 올린 것.

이날 오지환은 ‘김수진’이라는 이름을 등에 달고 뛰었다. 어린이날을 기념해 다문화 가정 어린이팬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사하기 위한 KBO 차원 이벤트였다. 경기 후 오지환은 “어린이날엔 항상 사람이 많았었는데 작년엔 (무관중으로 인해) 어린이날이 맞나 싶었다. 오늘은 관중도 오고 두산과 붙다보니 꼭 이기고 싶었다”며 “항상 그런 게 주어지면 책임감 따른다. 시합 전부터 좀 더 잘하자난 생각. 다행히 이겨서 친구에게도 기분 좋은 추억으로 남길 바란다”고 뿌듯함을 나타냈다.

섣불리 판단할 순 없지만 3연타석 안타를 떠뜨린 건 의미가 남다르다. 달라질 수 있었던 계기는 무엇일까. 오지환은 “이미지 트레이닝을 계속 한다. 작년에도 초반에 안 좋았고 올해도 그런데 나는 잘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예전엔 내가 못했어도 팀이 잘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편했는데 지금은 투수들이 잘해줄 때 타선에서 점수를 내줘야 한다”고 말했다.

프로라면 누구나 책임감을 가져야 하지만 오지환의 그것은 조금 특별해 보였다. 과연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 그는 “팀 내 비중도 높아지고 날 보는 후배들도 많아졌다. 실망을 안겨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내 몫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오지환은 "작년에도 초반에 안 좋았고 올해도 그런데 나는 잘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며 강한 책임감을 나타냈다. [사진=연합뉴스]

 

이영빈의 콜업도 자극제가 됐다. “그 때문인지 좀 더 욕심이 생기더라. 지금은 좀 더 많이 경기에 나서고 싶고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라면서도 “이영빈은 항상 다가오는 선수다. 많은 걸 얘기해주고 싶고 도와주고 싶다”고 ‘선배미’를 뽐내기도 했다.

과거와 달리 정신적으로도 더 단단해졌다. 3회 팀 분위기를 해칠 수 있는 실책이 있었다. 팀이 1-3로 끌려가던 3회말 수비에서 실책을 범했다. 2사 1,2루에서 박계범의 타구를 몸을 날려 잘 막아냈는데, 이후 다급한 토스로 인해 3루 주자가 홈까지 파고 든 것. 점수는 더 벌어졌다.

그러나 오지환은 개의치 않았다. 결과보단 과정에 의의를 뒀다. “나에겐 최선의 선택이었다. 가장 가까운 곳에 던져 아웃카운트를 늘리려고 한 것”이라며 “결과론적으로 실점이 늘었지만 (타구를) 빠뜨리지 않고 막은 것에 스스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타격감 부진에도 2번 타자로 나서는 부담감은 없다. “가장 활동적이어서 부담이 없고 좌타자니 기습번트 등 선택할 수 있는 게 많다. 초반에 흐름 좌우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오지환에겐 어느 때보다 중요한 5월이다. 오는 7월 열리는 도쿄올림픽 출전을 위해서는 확실한 반등세를 그려야 하기 때문이다.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미국 진출로 유격수 자리는 무주공산이 됐는데 예비 엔트리에 포함된 만큼 이달 상승세를 탄다면 충분히 대표팀 승선을 노려볼 수도 있다. 책임감으로 중무장한 오지환의 5월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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