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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 오승환' 이승현 임팩트, 강민호 홀렸다 [SQ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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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 오승환' 이승현 임팩트, 강민호 홀렸다 [SQ초점]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5.18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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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오랜 만에 감동을 느꼈다.”

2000년생 신인 투수의 공을 받은 베테랑 포수 강민호(36)의 짧고 강렬한 평가다. 삼성 라이온즈 좌투수 이승현(19)을 향한 기대감이 어느 정도인지 잘 보여주는 말이다.

이승현은 17일 서울시 송파구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전 2021 신한은행 SOL(쏠) KBO리그(프로야구) 방문경기에서 팀이 0-1로 뒤진 5회말 등판해 1이닝 2사사구 1탈삼진 무실점 호투했다.

삼성 라이온즈 왼손 신인 이승현(왼쪽)이 17일 LG 트윈스전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올 시즌 입단 후 단 2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벌써부터 화제의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고개가 끄덕여질 수밖에 없는 투구를 펼친 당찬 신예다.

대구상원고 졸업 후 1차 지명을 받아 삼성에 입단한 이승현은 동명이인 투수가 있어 ‘좌승현’이라고 불렸다.

2군에서도 가능성을 보였다. 6경기에 등판했는데 4경기를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최근 3경기에선 매번 탈삼진 2개를 곁들여 1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그리곤 허삼영 감독의 부름을 받아 1군에 올라왔다.

지난 14일 LG전 데뷔전을 치렀다. 추격을 이어가던 1점 차 상황에서 등판했다. 긴장감이 더해질 수 있었음에도 이천웅을 땅볼, 문보경을 루킹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존 바깥쪽으로 강력하게 꽂히는 속구에 문보경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러났다. 김민성을 상대로는 연이어 낙차 큰 변화구 승부를 펼쳐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이승현(왼쪽)이 흔들리자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이후 이승현은 스스로 위기를 지워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강렬한 임팩트를 남긴 데뷔전에도 팀 패배로 아쉬움이 남았던 이승현은 이날 다시 한 번 기회를 잡았다. 시작은 불안했다. 팀이 0-1로 끌려가던 5회말 등판한 이승현은 첫 타자 유강남에게 몸에 맞는 공을 던지며 불안하게 시작했다. 보내기 번트로 1사 2루, 폭투로 1,3루에 주자를 내보냈다. 좀처럼 제구가 잡히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코칭스태프가 마운드에 올라 이승현을 안정시켰다.

슈퍼루키의 대범함은 위기에서 더 빛났다. 오지환에게 과감한 속구 승부를 펼쳐 포수 파울 플라이를 유도해냈다. 이후 상대할 타자는 LG 간판 김현수. 더욱 과감해졌다. 한복판에 시속 150㎞대 속구를 꽂았다. 2구 연속 복판으로 향하는 공에 헛스윙을 한 뒤 김현수는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볼카운트 2-2에서 강민호는 다시 한 번 한복판 공을 요구했다. 예상했다는 듯 김현수의 방망이가 힘차게 돌았지만 공을 때려낼 순 없었다. 배트가 공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이승현의 막강한 속구 힘을 믿었다. 경기 후 강민호는 김현수가 타이밍을 잡지 못한다고 생각해 5개 연속 속구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오랜 만에 감동적인 공을 받았다”며 만족감을 감추지 못했다.

당차게 시속 150㎞대 강속구를 뿌리는 왼손 투수 이승현이 연이어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신인상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비범함은 태도에서도 나타난다. 강민호는 어린 선수들에게 과감히 의사를 표현하라고 하는데 이날 이승현은 두 세 번이나 고개를 흔들었다고. 그럼에도 결정적인 순간엔 장점을 극대화하는 강민호의 리드를 따라 위기를 지워냈다.

허삼영 감독은 조심스럽다. 연투에 대한 계획도 있지만 1군 연착륙을 위해 섣부른 결정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

최근 몇 년간 하위권에 머물던 삼성은 올 시즌 완벽하게 반등했다. 이날도 이승현의 호투 속 위기를 넘기며 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다. NC 다이노스에 1경기 앞선 단독 1위.

팀 평균자책점(ERA) 3.85(2위)로 높은 마운드를 자랑하는 삼성의 고민은 불펜. 계투진의 ERA는 4.66으로 전체 5위다. 이승현의 화려한 등장이 더욱 반가운 이유다. ‘지옥까지 따라가더라도 데려온다’는 왼손 파이어볼러. 과감함과 당찬 태도까지 갖춰 오승환을 떠올리게 하는 이승현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부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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