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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 꽉 쥔 박동원, 성적도 쑥쑥 [SQ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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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 꽉 쥔 박동원, 성적도 쑥쑥 [SQ초점]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5.20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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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박동원(31·키움 히어로즈)이 무려 3연타석 홈런으로 팀 4연승을 이끌었다. 늘 논란이 됐던 타격폼을 수정한 뒤 최근 성적까지 좋아졌으니 더할 나위 없다.

키움은 19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2021 신한은행 쏠(SOL) KBO리그(프로야구) 원정경기에서 9-2 대승을 거뒀다. 시즌 초 7연패에 빠졌던 키움이 거침없이 상승가도를 달리며 시즌 20승(19패) 고지를 밟았다. 반면 삼성은 이틀 연속 키움에 덜미를 잡혀 선두를 내줬다.

3타석 3타수 3홈런을 친 박동원이 일등공신이었다.

삼성 간판을 넘어 국가대표 에이스로 떠오른 원태인 공을 세 차례나 통타해 담장을 넘겼다. 4월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하고 5월에도 다승 1위, 평균자책점(ERA·방어율) 1위로 기세를 올리던 원태인은 이날 박동원에게 연거푸 홈런 3방을 얻어맞고 5⅔이닝 10피안타 7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키움 박동원이 올 시즌 다승 1위이자 평균자책점 1위였던 삼성 원태인을 상대로 3연타석 홈런을 몰아쳤다. [사진=연합뉴스]

박동원은 1-0으로 앞선 2회초 2사 원태인에 시즌 첫 피홈런을 선사했다. 3회말 삼성 외국인 타자 호세 피렐라가 투런으로 맞서자 박동원이 4회초 1사 재차 달아나는 솔로포로 응수했다. 승부에 쐐기를 박은 것도 그다. 6회초 2사 1루 때 원태인의 4구째 시속 125㎞ 체인지업을 공략해 3연타석 홈런으로 연결했다. 2009년 프로에 입문한 이래 개인 첫 3연타석 홈런. 박동원은 6회말 수비부터 교체되며 일찌감치 경기를 마무리했다.

보통 야구에서 우타자는 좌완 투수에 강하다. 공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기 때문이다.

박동원은 대표적인 예외 성향 타자로 통한다. 우타자인 그는 2019년 우투수를 상대로 타율 0.317, 좌투수를 상대로 0.247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우투수엔 0.260, 좌투수엔 0.231 성적을 올렸다. 프로 데뷔 후 지난해까지 우투수 상대 통산 타율은 0.269, 좌투수 상대 통산 타율은 0.244로 일반적이지 않다.

이날도 우투수 원태인을 상대로 타격감을 뽐냈다.

지금껏 박동원은 특유의 와일드한 타격폼 탓에 정교함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로 인해 좌투수를 상대로 공을 오래 보는 이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따랐다. 하지만 올 시즌 박동원은 '좌투수에 약한 우타자'라는 인식도 지우고 있다.

지난 16일 생애 첫 연타석 홈런을 친 박동원(오른쪽 두 번째). [사진=스포츠Q(큐) DB]

지난 16일 한화 이글스와 홈경기에선 올 시즌 리그 최고 좌투수로 꼽히는 라이언 카펜터를 맞아 맹타를 휘둘렀다. 데뷔 후 첫 연타석 홈런을 작렬했다. 3타수 2안타(2홈런) 4타점으로 5-1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전까지 올 시즌 좌투수 상대로 17차례 맞붙어 13타수 4안타 타율 0.308을 남겼는데, 이날 좌투수 상대 타율을 0.375까지 끌어올렸다. 올 시즌 현재까지 좌투수 상대로 타율 0.389, 우투수 상대로 0.254를 기록 중이다. 아직 많은 타석을 소화한 건 아니지만 의미를 부여하기에는 충분하다.

박동원은 한화전을 마친 뒤 "그동안 타격폼을 교타자인 팀 후배 이정후처럼 바꾸고자 노력했는데, 난 이정후가 아니였다"며 "타격폼을 다시 수정했고, 내 리듬을 잡으면서 최근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어 "중계방송을 돌려보니 좌투수 상대 타율이 많이 올라왔다. 조금씩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며 "아직은 (좌투수를) 좀 더 상대해봐야 할 것 같다. 좋은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동원은 몇 년째 타격폼을 매만지고 있다. 폼을 교정하기 전에는 상대 포수 등 다른 선수들을 다치게 하는 플레이로 질타를 받았지만 이번에 자세를 바꾸면서 그런 비판에서도 벗어나고 있다.

타격폼을 수정한 뒤 성적도 지난 시즌보다 좋아졌다. [사진=스포츠Q(큐) DB]
▲ 키움 박동원(왼쪽)의 스윙에 또 다시 포수가 다쳤다. 13일 LG 이성우가 왼쪽 삼두근 타박상으로 그라운드 위에 쓰러졌다. [사진=스포티비 중계 화면 캡처] 
과거 박동원(왼쪽)은 팔로 스윙이 길어 상대 포수를 다치게 하는 일이 잦았다. [사진=스포티비 중계 화면 캡처]

그는 온몸에 체중을 실은 풀스윙을 해왔다. 2년 전까지 팔로우 스윙 과정에서 오른손을 놓은 채 배트를 지나치게 뒤까지 휘두르다 보니 때로 포수가 배팅 가동범위 안에 들어가는 위험한 장면이 연출됐다. 더불어 올 시즌 시범경기 때까지 배트 끝을 잡는 습관 탓에 배트를 놓쳐 상대 야수진과 더그아웃을 위협하는 일도 많았다.

아직도 이따금씩 배트를 놓치는 일이 발생하지만 그의 배트가 상대 포수와 부딪히는 일은 현저히 줄었다. 동업자들에게 피해를 주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노력해 온 결과다.

3월 23일 올 시즌 시범경기에서 배트 끝을 잡는 자세로 스윙하다 배트를 상대 더그아웃에 날려 논란이 된 뒤 그는 그립을 바꿨다. 정규시즌 개막 직전 폼을 바꾸면서까지 상대에 해가 되는 동작을 줄이겠다는 의도였다. 그는 5월 15일 김혜성 대타로 타석에 들어선 뒤 헛스윙 삼진을 당하면서 또 배트를 놓쳤다. 곧장 한화 더그아웃에 고의가 아니었다는 뜻으로 헬멧을 벗고 고개 숙여 사과했다. 

박동원은 "남을 다치게 하고 피해를 주는 건 정말 싫다. 내가 고쳐야 할 부분"이라며 "시즌 끝날 때까지 어떤 모습이 나올지 모르겠지만 성적이 떨어지더라도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걸 우선순위에 두고, 고치려고 한다"고 밝혔다.

타격폼을 수정한 뒤 타격도 좋아졌다. 올 시즌 89타수 25안타 7홈런 타율 0.281을 생산 중이다. 아직 시즌 초반이기는 하나 지난 시즌(12홈런 타율 0.251)과 비교하면 더 나은 기록을 남길 것이란 기대감을 낳는다. 힘이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는 그의 올 시즌 목표는 25홈런이다. 지금껏 14개가 개인 시즌 최다홈런 기록(2015, 2016시즌)이었는데 이보다 10개 이상 더 쳐내겠다는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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