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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도 인정한 울산 빌드업 축구, 그 실체는? [K리그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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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도 인정한 울산 빌드업 축구, 그 실체는? [K리그1]
  • 김준철 명예기자
  • 승인 2021.05.24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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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스포츠Q(큐) 김준철 명예기자] “울산 현대는 지난해보다 속도가 떨어졌다. 횡패스와 백패스가 늘었고, 좁은 공간에서 유기적인 패턴 플레이로 빌드업한다. 스피드는 줄었지만 세밀함은 작년보다 위협적이다.”

김기동 포항 스틸러스 감독이 경기 종료 후 밝힌 지난 시즌과 올 시즌 울산의 차이다. 상대도 깜짝 놀랄 만큼 울산 경기 스타일은 변해있었다.

울산은 지난 22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1 하나원큐 K리그1(프로축구 1부) 18라운드 홈경기 포항전에서 1-0으로 이겼다. 전반적으로 대등한 경기를 펼쳤으나 후반 38분 터진 윤빛가람 프리킥 골로 승점 3을 추가했다. 이날 승리로 울산은 선두(승점 33)를 공고히 지켰다.  

유기적인 빌드업 축구로 포항전 승리를 따낸 울산.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유기적인 빌드업 축구로 포항전 승리를 따낸 울산.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울산은 속도에 중점을 둔 축구를 구사했다. 스피드 경쟁에 강점 있는 윙 포워드를 배치해 빠른 공격을 시도했다. 중원에서 공을 잡으면 점유율을 늘리기보다 상대 수비 배후를 침투하는 공격수에게 전진 패스를 넣는데 급급했다.

이번 시즌도 비슷한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문가 평이 지배적이었다. 선수 수급 역시 빠른 선수를 중점적으로 이뤄졌다. 이동준 영입이 대표적인 예다. 왼쪽에 김인성을 두고, 오른쪽에 이동준을 배치해 노골적으로 속도를 활용할 의도가 보였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은 빠른 축구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승부처라 할 수 있는 라이벌전이나 강팀과 맞대결이 신경 쓰였다. 상대 수비는 울산 측면만 틀어막으면 됐고, 쉽게 울산 공격을 단조롭게 만들었다. 따라서 울산은 올 시즌 초부터 선수 한 두 명의 플레이로 경기를 풀기보다 중원에서 점유율을 높여 주도적으로 경기를 운영하는 데 집중했다.

일정을 치르면서 울산의 변화된 축구는 색깔을 내기 시작했다. 중원에서 미드필더들이 공을 점유하는 시간을 늘렸으며, 수비수들 또한 공을 빠르게 방출하지 않고 패스를 돌렸다. 실제로 앞서 리그 7경기 무패를 기록하는 동안 점유율 열세를 보인 적은 17라운드 전북전이 유일했다.

이번 라운드 경기 접근법도 마찬가지였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 라운드와 똑같은 선발 명단을 들고 나왔다. 빡빡한 일정 탓에 주전 선수들 체력 부담은 분명했다. 하지만 선수들이 함께 발을 맞추는 시간이 늘어나자 오히려 조직력은 강화됐다. 공·수 가릴 것 없이 활발한 움직임을 가져가며 유기적인 패턴 플레이를 뽐냈다.

울산은 전반부터 주도권을 쥐었다. 경기 초반 포항 직선적인 움직임에 당황했으나 빠르게 진영을 정비했다. 과도하게 라인을 끌어올려 전진하는 대신 중원에서 패스를 주고받으며 자신들의 템포를 찾았다. 윤빛가람과 바코, 고명진이 미드필드 깊숙한 곳까지 내려와 원두재와 함께 빌드업을 풀어갔다.

울산 결승골의 주인공 윤빛가람.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울산 결승골의 주인공 윤빛가람.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전방 숫자를 많이 두지 않아 공격으로 올라가는 속도는 늦었지만 세밀함이 빛났다. 발 빠른 오프 더 볼 움직임과 정교한 숏패스 위주로 상대 압박을 벗겨냈다. 이날 포항은 이승모와 고영준을 선발 출전시켜 강한 전방 압박을 시도했으나 울산 미드필드진의 지키는 플레이에 고전했다.

그렇다고 단조롭게 경기를 풀어간 것은 아니었다. 효율이라는 토끼도 잡았다. 상대 위험 지역에서 공간을 발견하면, 진영을 유지한 채 빠르게 방향을 옮겼다. 1, 2선 공격진이 포항을 수세로 몰았다.

또 울산은 이날 특이하게 교체 카드 3장을 모두 측면 자원에 활용했다. 전반 막판 이청용을 투입했고, 후반전 승부수에서 이동준과 김인성을 함께 교체했다. 경기가 풀리지 않자 윙어들의 개인 기량을 앞세운 축구로 회귀하는 듯했다.

그러나 이들은 꾸준하게 중원 지역을 노렸다. 측면에서 공을 잡은 뒤 중앙으로 들어오며 윤빛가람, 고명진, 원두재와 짧은 패스로 포항 수비 압박을 힘들이지 않고 벗겨냈다. 라인 전진과 후퇴를 반복해 일정한 간격을 유지했고, 팀 플레이 속도를 유지했다.

결승골도 연장선상에서 이뤄졌다. 중원에서 간결한 패스를 연결하는 동안 김인성이 측면으로 벌리지 않고 중앙으로 침투하는 움직임을 가져간 게 시발점이었다. 이를 본 윤빛가람이 전진 패스로 파울을 얻어냈고, 윤빛가람이 프리킥 득점으로 종지부를 찍었다.

홍명보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우리 팀의 최대 강점은 미드필더 플레이다. 빌드업 축구를 이어나가기 위해 최적의 조합과 포메이션을 계속 고민 중이다. 선수들도 자신들이 잘할 수 있는 플레이를 찾는 시점이다. 집중력을 갖고 좋은 위치에서 전반기를 마무리하고 싶다”며 팀 플레이 철학을 밝혔다. 

수훈선수 윤빛가람 역시 “올해는 아기자기한 패스 위주로 경기를 풀어가려 한다. 유기적으로 빌드업하려는 생각이 강하다”며 선수들이 팀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결국 울산은 자신들이 원하는 축구로 포항전 3경기 무승을 끊었다. 팀 스타일 변화가 승부처에서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힘이 됐다. 우승 경쟁에서 절대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말하긴 섣부르긴 하나 울산 특유의 빌드업 축구가 지속적으로 묻어나올 경우 대권 도전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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