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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동맥류 수술' 민병헌 복귀, 잠자는 거인 깨울까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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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동맥류 수술' 민병헌 복귀, 잠자는 거인 깨울까 [프로야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5.27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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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빨리 돌아와 맹활약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수술대에 올랐던 민병헌(34·롯데 자이언츠)이 4개월 만에 돌아왔다. 

민병헌은 26일 LG 트윈스와 2021 신한은행 SOL(쏠) KBO리그(프로야구) 홈경기가 열린 부산 사직구장에 나타났다. 지난 1월 뇌동맥류 수술 후 2군에서 컨디션을 끌어올린 뒤 이날 1군 콜업을 받은 것.

이날 선발 출장한 그는 1회 1타점 내야안타를 날리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롯데가 반전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는 계기가 될까.

롯데 자이언츠 민병헌이 26일 1군 복귀전에서 1타점 내야안타를 날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병헌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콘택트형 타자였다. 2006년 두산 베어스에서 데뷔해 주전급으로 성장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으나 2013년부터 롯데 이적 후인 2018, 2019년까지 7년 연속 3할 타율 기록을 썼다.

커다란 신뢰 속 주장 완장까지 찼던 2020년. 민병헌은 최악의 부진을 맞았다. 타율 0.233 2홈런 23타점.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미 위험신호를 감지하고 있었다. 2019년 두통 때문에 찾은 병워너에서 뇌동맥류 진단을 받았다. 뇌혈관 벽 일부가 약해지면서 혈관이 부풀어 오르는 질환으로 자칫 뇌출혈로 이어질 경우 생명을 위협하거나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도 있었다.

민병헌은 이를 알고도 시즌을 치르던 민병헌은 부진이 길어지자 2군행을 자처했다. 이 사실을 알고 있던 구단에선 쉽게 피로해지는 그에게 최대한 휴식을 주려고 배려했으나 2군행엔 동의하지 않았다. 1군에서 민병헌이 컨디션을 회복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성적은 나아지지 않았다.

가족력도 있던 터라 우려가 컸다. 민병헌의 아버지는 그가 중학교 1학년 때 뇌출혈로 세상을 떠났다. 이 사실을 동료들에게도 숨기고 시즌을 마친 민병헌은 결국 수술을 결정했다.

복귀전에서 건재함을 알린 민병헌은 최하위에 처져 있는 롯데에 활력을 불어넣을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야구계에선 흔치 않은 질환이자 수술이었기에 회복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예상하는 게 쉽지 않았다. 특히 뇌 관련 질환이라 더욱 걱정의 시선이 많았다.

수술대에 오르면서도 팀과 팬들에 대한 미안함과 함께 “빨리 돌아오겠다”고 말한 민병헌은 약속을 지켰다. 2군에서 10경기에 나서 타율 0.429 3홈런 9타점으로 완벽히 타격감을 되찾았다. 팀에서는 수비와 주루에서도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고 결국 1군 콜업 사인을 보냈다.

올 시즌 갑작스러운 감독 교체를 단행한 롯데는 무서운 활약을 펼치던 이대호까지 부상으로 빠져 어수선한 상황이다. 15승 26패로 최하위다. 이날도 민병헌의 1타점 활약에도 3-5로 패했다.

그러나 래리 서튼 감독으로선 든든할 수밖에 없다. 타선에도 힘을 보탤 예정이다. 이대호가 빠진 가운데 에이스 손아섭이 좀처럼 타격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데, 민병헌의 합류는 그의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시즌 민병헌은 컨디션 난조 속에도 주장 역할을 완벽히 해 박수를 받았다. 동료들이나 코칭스태프 모두 입을 모아 ‘캡틴’ 민병헌을 칭찬했다. 팀이 흔들리는 상황에선 중심을 잡아주는 존재가 필요하다. 민병헌의 복귀로 롯데가 희망을 갖게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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