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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균-윤석민 아듀, 구단과 함께 찍은 마침표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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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균-윤석민 아듀, 구단과 함께 찍은 마침표 [프로야구]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5.31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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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한 시대를 풍미한 김태균(39)과 윤석민(35)이 홈팬들 앞에서 선수로서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두 선수와 십여년 동행한 구단은 마지막에 성대한 은퇴식까지 열어주며 레전드를 예우했다.

KBO리그(프로야구) 사상 최고 우타자로 꼽히는 김태균은 2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은퇴식 및 영구결번식에서 눈물을 삼키며 작별 인사를 했다.

김태균은 교복을 떠올리게 하는 정장을 입고 나섰다. 천안북일고 재학 시절 한화와 계약하기 위해 대전구장을 처음 방문한 날 교복을 입었던 그는 "선수 생활 처음과 끝을 비슷한 복장으로 하고 싶다"며 이날 교복 스타일의 정장을 준비했다.

김태균은 지난해 은퇴 이후 오랜만에 대전구장 그라운드를 밟았다. SSG 랜더스와 홈경기에 4번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한 뒤 1회초 플레이볼 선언 직후 노시환과 교체됐다. 교체 사인을 받은 뒤 모자를 벗고 경기장을 메운 관중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김태균이 홈팬들 앞에서 은퇴식 및 영구결번식을 가졌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올 시즌 앞서 은퇴경기 선수를 위한 특별 엔트리 제도를 도입했다. 소속 선수로 등록된 선수가 은퇴 경기 거행을 위해 엔트리 등록이 필요한 경우 정원을 초과해 엔트리에 등록할 수 있다. 은퇴경기를 치른 선수는 다음날 엔트리에서 자동 말소되며, 해당 선수는 남은 시즌 동안 엔트리 등록이 불가하다. 

김태균이 첫 수혜자였다. 이날 경기는 그의 마지막 공식 출전경기로 남았고, 김태균의 통산 출전경기 수도 2015경기로 늘었다. 통산 기록은 2209안타 311홈런 1358타점 타율 0.320 장타율 0.516 출루율 0.421.

첫 시즌부터 남다른 타격 재능으로 신인왕에 오른 그는 타율 3할과 20홈런이 보장되는 4번타자로 자리매김했다. 2005년과 2008년 1루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하고, 2008년엔 홈런왕(31개)에 올랐다.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을 준우승에 올린 활약을 인정받아 대회 올스타에 선정됐다.

주가를 올리던 2010년 구단주 신동빈 회장이 직접 영입을 지시할 만큼 환대 받으며 일본프로야구(NPB) 명문 지바 롯데 마린스로 이적했다. 첫 시즌 성적과 인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당시 KBSN스포츠 아나운서였던 김석류와 결혼하고, 재팬시리즈에서도 우승하며 한국에서 연이 없었던 트로피에도 입을 맞췄다. 이어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도 획득했다.

2012시즌 한화로 돌아와 타격왕(타율 0.363)에 등극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홈런은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출루율과 장타율을 기록했고 2016년 지명타자로 커리어 3번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김태균의 등번호 52는 영구결번 지정됐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팬들 앞에서 작별을 고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김태균은 지난 시즌 2군에서 활동하다 은퇴했다. 당시 그는 은퇴경기 권유를 마다했다. 엔트리 한 자리를 차지해 후배들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2020시즌이 끝난 뒤 특별 엔트리 제도가 생겼고, 해설위원으로 제2 인생을 시작한 그도 편한 마음으로 뒤늦게 은퇴경기를 치를 수 있었다.

상대 팀 SSG도 김태균이 교체될 때 더그아웃 앞에 도열해 박수를 보냈다. 동갑내기 친구 추신수, 한화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우완 투수 이태양이 김태균에게 꽃다발을 전달해 의미를 더했다. SSG 선수들은 한화 요청에 응해 붉은색 원정 유니폼 대신 흰색 홈 유니폼을 입기도 했다. 한화는 이날 김태균이 입단하던 때 입었던 붉은색 올드 유니폼을 착용해 SSG 원정 유니폼과 색이 겹쳤다.

한화의 또 다른 영구결번 레전드 정민철 한화 단장은 단상에 올라 "2001년 너를 처음 만난 게 어제처럼 생생하다"며 "너를 만난 건 내게 큰 영광이었다"고 밝혔다.

김태균은 "배트를 처음 잡았던 30년 전 한화는 내게 꿈이자 동경의 대상이었다. 한화에 지명받아 선수생활을 했고, 이렇게 야구 인생에 마침표를 찍게 돼 영광스럽다"며 "한화는 현재 큰 변화의 과정을 겪고 있다. 팬들이 염원하는 정상에 서는 그날이 꼭 올 것이라고 믿는다. 항상 응원하겠다"고 했다.

은퇴식엔 김태균의 부모님과 아내 김석류 전 아나운서, 두 자녀도 참석했다. 김태균은 고별사를 전하면서 몇 차례나 울컥하는 바람에 감정을 추슬러야만 했다. 고별사를 마친 그는 1루와 2루, 3루, 홈플레이트를 밟은 뒤 후배들의 헹가래를 받고 선수생활을 마무리했다.

[사진=연합뉴스]
KIA 타이거즈 윤석민도 홈팬들 앞에서 은퇴식을 가졌다. [사진=연합뉴스]

30일에는 KIA(기아) 타이거즈 윤석민이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은퇴식을 가졌다. KT 위즈전 앞서 자신이 절정의 기량을 뽐내던 때 달았던 등번호 21을 새기고 시구자로 나섰다.

2019년 12월 은퇴를 선언했으니 1년 6개월 만에 진행된 은퇴식. 그동안 구단과 의견을 조율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일정을 잡기 쉽지 않았다. 더 늦춰서는 안 될 것 같아 이날 은퇴식을 갖기로 했다.

2005년 KIA에 입단한 윤석민은 2009년 통합우승에 이바지했으며 2011년에는 17승 178탈삼진 평균자책점(ERA·방어율) 2.45 승률 0.773를 기록하며 투수 4관왕 올랐다. 단일 시즌 승리, ERA, 탈삼진, 승률 4개 부문 1위를 차지한 선수는 프로야구 역사상 선동열 전 국가대표팀 감독과 윤석민 2명뿐이다.

태극마크를 달고서도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수확에 힘을 보탰다. 2013시즌 종료 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계약했지만 끝내 빅리거가 되진 못했다. 한 시즌 만에 미국 생활을 청산하고 KIA로 돌아왔다. 이후에는 보직을 마무리 및 불펜으로 옮겨 활약했다.

하지만 끝은 아쉬웠다. 은퇴도 갑작스러웠다. 2019시즌을 마치고 돌연 은퇴했다. 어깨 부상으로 재활하던 그는 정상적인 투구가 어렵게 되자 야구공을 내려놓았다. KBO리그 통산 398경기 77승 75패 86세이브 18홀드 ERA 3.29를 기록했다. 목표였던 통산 100승-100세이브는 결국 달성하지 못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민 은퇴식도 1년 6개월 만에 진행됐다. [사진=연합뉴스]

윤석민은 "은퇴를 결정할 때가 가장 힘들었다. 재활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며 "이후 푹 쉬면서 99%를 잊었지만 여전히 1%가 남아있다. 시간이 흐른 뒤 나를 돌아봤는데 향수병처럼 하나씩 생각나 이런저런 후회가 들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부상이 가장 아쉽다. 누구보다 마운드에 오래 서고 싶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며 "난 아직 젊은 편이다. 또래들이 여전히 현역으로 뛰는 걸 볼 때마다 '어깨 관리를 좀 더 잘했어야 한다'는 후회가 든다. 그렇지만 이미 다 끝난 일"이라고 덧붙였다.

윤석민은 "100승과 100세이브를 다 이룬 뒤 은퇴하고 싶었는데 내 바람일 뿐이었다. 1군 수준도 되지 않는데, 그런 허황된 꿈을 갖는 건 현명하지 않았다"며 "은퇴를 고민할 때 '내가 투수코치라면 투수 윤석민을 기용할까'라는 생각도 했다. 답은 '아니다'였다. 연투가 불가능하고 어쩌다 한 번 잘 던질 수 있어도 세심한 관리가 필요했다. 그런 건 선수나 팀에게 해가 될 수밖에 없다. 평범한 투수가 된 만큼 냉정하게 판단했다"고 돌아봤다.

그래도 윤석민은 한 시대를 풍미했다. 구단은 은퇴식을 마련했고, 팬들은 환대했다. 그는 "타이거즈 역사에 이름을 남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기쁘다"는 소감을 전했다.

끝으로 팬들에게 죄송스러운 마음도 전했다. 윤석민은 "난 팬서비스가 좋은 선수는 아니었다. 팬을 싫어하거나 무시한 건 아니다. (어렸을 때) 난 야구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다"며 "너무 죄송하다. 수만 명이 내 이름을 연호했는데 잊을 수가 없다. 감사한 마음을 영원히 마음속에 품고 살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윤석민은 아마추어 골프선수로 변신해 프로골퍼에 도전 중이다. 그렇지만 "언젠가 야구로 돌아오기 위한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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