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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조작 의심' 윤성환, 화려한 커리어 그렇지 못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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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조작 의심' 윤성환, 화려한 커리어 그렇지 못한 끝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6.03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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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한 때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 좌투수 트리오에 대적하는 유일한 우투수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젠 불법도박과 승부조작에 연루된 범죄자로 전락할 위기에 놓이게 됐다. 윤성환(40)의 마지막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구 경찰 관계자는 2일 “전 프로야구 선수 윤성환을 검거해 조사했고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많은 나이에 실력 저하가 나타나긴 했으나 그가 야구계를 떠난 건 다른 이유 때문이었다.

윤성환이 승부조작 의혹으로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시작은 불법 도박이었다. 지난해 말 불법 도박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프로 데뷔 후 줄곧 삼성에서만 뛰어왔으나 구단은 이러한 이유 등으로 그를 방출했다.

그럴 만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윤성환은 2015년 해외 원정도박 사건으로 인해 도마에 올랐다. 핵심 피의자가 잡히지 않은 가운데 공소시효가 만료돼 무혐의처분을 받았으나 당당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이 영향으로 삼성은 통합 5연패 기회를 놓쳤고 윤성환은 이듬해 복귀해 다시 공을 던졌다. 통산 135승 106패 28홀드 평균자책점 4.23으로 굵직한 커리어를 남겼다.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누구보다 성대하게 은퇴를 할 수도 있었으나 커리어 말미 또 하나의 오명을 쓰게 됐다. 지난해 9월 사기 혐의로 피소된 것. 또 다른 피의자 B로부터 현금 5억 원을 받아 불법도박에 사용한 혐의를 받았다. 윤성환도 사기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화려한 커리어를 자랑하던 윤성환이지만 불법 도박과 승부조작까지 겹치며 팬들에게 큰 상처를 주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그러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불법도박 첩보를 받은 경찰은 1일 윤성환을 검거하고 불법도박 등에 대해 조사에 돌입했다.

윤성환은 강력히 반박했다. 지난해 11월 “상습 도박을 하지 않았다. 조직 폭력배와 연루돼 있다는 것도 말이 안되는 이야기”라며 “채무가 있기는 하지만 도박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도망다니거나 잠적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가 있었다. 스포츠 선수로서 절대 금기시되는 승부조작 연루 의혹으로 불이 옮겨붙고 있다. 대구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윤성환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진행하는데, 승부조작 혐의가 주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윤성환이 승부조작에 대해 제안하고 공모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왔다는 것.

뉴시스에 따르면 경찰 관계자는 “윤 씨가 승부조작을 제안하고 공모했기에 승부조작 말이 나오는 것”이라며 “윤 씨의 주된 혐의는 승부 조작이다. 불법도박에 대해서는 추가로 수사해봐야 안다”고 말했다.

승부조작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야구계에 또 다른 충격을 던져줄 수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의심되는 경기가 구체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지난해 8월 21일 SK 와이번스전. 1군 합류 후 경쟁력을 보이며 커리어 연장에 대한 희망을 키워가고 있었기에 어느 때보다 중요한 경기였다.

그러나 시작부터 맥이 빠졌다. 1회 선두타자에게 볼 3개를 던진 뒤 4구째 몸에 맞는 공을 허용했다. 사사구 4개로 1회에만 3실점한 뒤 2회 강판됐다. 이전 경기들에서 연이은 호투를 보였기에 더욱 납득할 수 없는 결과였다. 이 경기는 한국야구위원회(KBO) 클린베이스볼 센터에 의심사례로 접수되기도 했다.

2012년 LG 트윈스 김성현과 박현준, 2016년 NC 다이노스 이태양은 선두타자 고의 볼넷 혹은 몸에 맞는 볼로 승부조작에 가담했고 영구제명됐다. 앞선 사례와 유사하다는 점에서 더욱 의심을 키운다.

그 누구보다 화려한 커리어를 장식하고도 야구계에서 함부로 부를 수 없는 이름으로 남을 상황에 처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야구 격언처럼 마지막까지도 프로선수의 품격을 지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윤성환의 씁쓸한 행보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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