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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로 갈라선 투타, 도쿄올림픽 엔트리로 보는 한국야구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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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로 갈라선 투타, 도쿄올림픽 엔트리로 보는 한국야구 고민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6.17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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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곡동=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투수는 우향우, 타자는 좌향좌.

한국야구의 현실이다. KBO리그를 정복하고 메이저리그로 떠난 좌투수 삼총사 이후 한국을 대표할 만한 왼손 투수가 증발했다. 반면 타자는 대표적인 오른손잡이들이 사라져버렸다.

김경문 감독은 16일 오전 서울시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야구 국가대표팀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대회에 나설 최종엔트리 24명을 공개하며 선발 배경을 밝혔다.

LG 트윈스 차우찬은 부상에서 복귀하자마자 대표팀에 발탁됐다. 2명 뿐인 좌투수이자 베테랑으로서 어깨가 무겁다. [사진=연합뉴스]

 

뚜렷한 특징이 있었다. 투수는 우편향, 야수는 좌편향 돼 있다는 것. 전체 24명 중 투수 10명, 야수 14명으로 구성됐는데, 투수는 2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우투수였다. 반면 야수는 3분의 1 수준인 5명만이 우타였다. 포지션 특성상 왼손잡이가 드문 포수, 3루수를 제외하면 외야수 박건우 단 하나뿐.

한동안 한국은 좌투수 전성시대였다.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을 필두로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양현종(텍사스 레인저스)이 KBO리그는 물론, 국제대회에서도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했다.

반면 우투수는 마땅한 선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윤석민은 전성기가 짧았고 윤성환(은퇴)은 다소 임팩트가 부족했다. 순간순간 급부상하는 선수들이 있었지만 꾸준함에서 아쉬웠다.

이번엔 다르다. 원태인(삼성 라이온즈), 최원준(두산 베어스), 고영표(KT 위즈) 등 투수 지표 상위권에 오른 선수들 대부분이 우투수였고 이들은 나란히 김경문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

KIA 타이거즈 이의리는 시즌 초에 비해 떨어진 페이스에도 김경문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 16일 SSG 랜더스전 10탈삼진 무실점 승리투수가 되며 김 감독의 선택에 보답했다. [사진=연합뉴스]

 

우투수의 전반적인 성장은 반가웠으나 좌투수 기근은 심각했다. 백정현(삼성 라이온즈)의 성적이 뛰어나기는 했으나 국제대회 경험과 꾸준함 등을 이유로 김경문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지난해 맹활약한 구창모(NC 다이노스)의 부상 회복이 늦어지며 고민은 더 커졌다. 결국 부상을 딛고 돌아와 단 2경기만을 던진 차우찬(LG 트윈스)을 택했다.

이와 함께 신인 이의리(KIA 타이거즈)를 합류시켰다. 차우찬은 몸 상태와 표본이 적다는 우려, 이의리는 시즌 초반에 비해 기세가 크게 꺾였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분명한 건 그만큼 뽑을 좌투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생일을 맞은 이의리가 이날 선발 등판해 삼진 10개를 잡아내며 무실점 승리투수가 됐다는 점은 그나마 위안이 됐다.

김 감독은 “마음 같아서는 좌투수 3명을 뽑고 싶었는데 구창모가 빠진 게 감독으로서 마음이 아프다”며 “이의리는 이번 대회 어느 정도 할지 모르겠지만 차세대 좌완 에이스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올림픽서도 조커로 잘 해줄 것이라 생각해 뽑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감독은 “좌투수 포함한 투수 문제로 가장 많은 고민을 했다. 굵직한 투수들이 생겨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김진욱(롯데), 이승현(삼성)이 1,2년 더 경험을 쌓으면 앞으로 국가대표에 뽑힐 수 있는 기량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안 뽑혀도 실망 안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우타자 기근도 심각하다. 좌투수 문제와 달리 리그 성적만 놓고 보면 좋은 성적을 내는 타자들이 적지 않지만 포지션 별로 안배하다보니 뽑을 만한 우타자가 왼쪽에 비해 적었던 게 사실이다.

대표팀 엔트리에선 우타자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SSG 최정(오른쪽)의 탈락에 더욱 아쉬움이 짙게 남는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야구엔 해외리그에 비해 좌타자가 많지 않았고 상대적으로 왼쪽 타석에 들어서는 게 유리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로 인해 만들어진 좌타자가 많이 생겼다. 태생적 왼손잡이인 좌투좌타가 아니라 송구는 오른손으로 하는 우투좌타가 대세가 되고 있다. 대표팀 좌타자 중 오재일(삼성)을 제외한 강백호(KT), 김현수(LG), 이정후(키움), 최주환(SSG) 등이 모두 그렇다.

그러나 좌타자 대세론을 이것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김경문 감독의 수비 중심 철학으로 인해 최정(SSG)이 탈락한 것이 아쉽지만 리그 전체로 봐도 우타거포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과거 대표팀 중심타선을 도맡았던 이대호(롯데)와 박병호(키움), 김태균(은퇴)과 같은 대형 타자들이 보이지 않는다. 

김경문 감독은 “좋은 왼손투수의 성장도 중요하지만 우타자를 발굴하는 것도 한국야구의 숙제”라고 말했다.

절대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좌우 균형은 팀을 짜임새 있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좌우 불균형 속에 아쉬움을 안고 시작한 대표팀. 올림픽에서 13년 만에 부활한 야구의 디펜딩 챔피언 자리를 지키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점쳐지는 이유다.

도쿄올림픽 최종 엔트리. 타자는 좌타자, 투수는 우투수 중심이라는 게 잘 나타난다. [사진=KB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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