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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중 깜짝등장, 한국농구 미래 밝힌다 [FIFA 아시안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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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중 깜짝등장, 한국농구 미래 밝힌다 [FIFA 아시안컵]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6.18 1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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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2021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에 참가 중인 한국 남자 농구 대표팀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 농구의 희망봉이 된 이현중(21·데이비슨대)이 그 중심에 있다. 그토록 갈망했던 스타 탄생 기대감도 키워가고 있다.

조상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FIBA 랭킹 30위)은 17일(한국시간) 필리핀 앙헬레스에서 열린 대회 예선 A조 4차전에서 인도네시아(88위)를 104-81로 잡아냈다.

3승 1패로 상위 2개국에게 주어지는 본선 진출을 확정했지만 어쩌면 뻔한 결과였기에 승리 자체보다는 공격을 이끈 이현중의 활약에 더 관심이 쏠렸다.

이현중이 17일 인도네시아와 FIFA 아시아컵 예선전에서 코트를 휘저으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사진=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여자농구 은메달리스트 성정아 씨와 고려대와 삼성전자에서 선수로 활약한 이윤환 씨의 아들인 이현중은 이번 대회를 통해 처음 성인 대표팀에 합류했다.

농구 팬들 사이에선 이현중의 발탁이 당연하게 느껴졌다. 삼일상고 졸업 후 데이비슨 대학교에 입학한 이현중은 지난해 1학년임에도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디비전1에서 주전급으로 활약했다.

슛의 템포도 빠르고 정확도도 높아 단숨에 주전급으로 성장했다. 평균 21분 8.4득점, 3점슛 성공률은 37.7%였다. 2019~2020시즌 NCAA 애틀랜틱10(A-10) 콘퍼런스 신인 베스트5에 선정될 만큼 인상적인 데뷔 시즌을 보냈다.

더 유명한 대학에서도 러브콜도 있었지만 충분한 출전 시간을 보장을 위해 아시아 최초 장학생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데이비슨대를 택한 이현중은 농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 속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올 시즌엔 더 발전했다. 2020~2021시즌 NCAA 1부리그 애틀랜틱10(A-10) 콘퍼런스에서 유효슛 성공률, 공격 부문 승리기여도, 득점 기대치 등에서 모두 1위에 오르며 남다른 기량을 뽐냈다.

NCAA에서 활약 중인 이현중(왼쪽)은 큰 키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외곽포를 주무기로 대표팀 에이스로 거듭나고 있다. [사진=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더욱 기대감을 키우는 건 201㎝ 이현중의 포지션. 골밑을 주로 파고드는 파워포워드가 아닌 슛에 집중하는 슛팅가드와 스몰포워드 역할을 맡는다는 것. 특히 슛팅가드로 치면 미국프로농구(NBA)에서도 경쟁력이 있는 신장이라는 점에서 이현중이 세계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준다.

지난 16일 필리핀과 1차전 태극마크를 달고 첫 경기에 나선 이현중은 단번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24분간 활약하며 3점슛 3개 포함 15점을 올린 이현중은 김낙현과 이대성의 5반칙 퇴장 후 끌려가던 대표팀을 구했다. 경기 종료 2초 전 극적인 동점 3점슛을 꽂아넣은 것. 막판 필리핀의 역전 버저비터가 아니었다면 이날 경기 가장 인상적일 수 있는 장면이었다.

분통을 터뜨린 이현중은 칼을 갈았다. 인도네시아전 3점슛 4개를 꽂아 넣는 등 21점 9리바운드로 맹활약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그러나 정작 본인에겐 만족스럽지 못한 경기였다. 경기 후 인터뷰에 나선 이현중은 “인도네시아가 비교적 약체인데 수비에서 안 줘도 될 점수를 준 것 같아서 아쉬웠다”며 “더 열정적으로 수비해서 실점을 줄였어야 했다”고 밝혔다.

이어 “처음 성인 대표팀에서 훈련하며 수비에서 더 나아지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많은 팬 분들이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책임감도 생기는 것 같고 형들과 소통도 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필리핀전 맹활약에도 뼈아픈 역전패를 당한 이현중(왼쪽)은 "어떤 핑계도 나오지 않도록 완벽한 경기로 이기고 싶다"고 리턴매치에 대한 각오를 나타냈다. [사진=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아직은 적응 단계라는 그의 말과 달리 동료들은 벌써 그에게 깊은 신뢰를 보이고 있다. 오픈 찬스 때는 물론이고 일부러 수비를 유인한 뒤 이현중에게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다. 단 2경기 만에 스코어러로서 깊은 인상을 남긴 것.

그럼에도 이현중은 “수비가 부족했고 볼 핸들러로 나섰을 때 동료 선수들의 득점 기회를 봐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슛이 안 들어가면 조급해지는 부분도 고쳐야 한다”고 말해 지켜보는 이들을 흐뭇하게 만들었다.

조상현 감독의 말에서 내부에서 어떤 점수를 받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조 감독은 “생각했던 것보다 좋은 선수”라며 “끝까지 플레이하려는 근성이 좋고 슛 외에 패스 능력까지 키운다면 대표팀 공격 옵션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칭찬했다.

오는 8월 17일부터 인도네시아에서 열릴 아시아컵 본선은 이현중의 국제 무대에서 얼마나 통할 수 있는지를 확신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에 앞서 한국은 19일 태국(102위), 20일 필리핀(31위)을 만난다. 특히 필리핀과 리턴매치는 이현중에게도 특별한 경기다. 그는 “어떤 핑계도 나오지 않도록 완벽한 경기로 이기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국 농구는 세계 무대와 큰 격차를 느끼는 것은 물론이고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장담할 수 없는 위치였다. 그러나 이현중의 등장은 반전을 기대케해주고 있다. 남은 예선전과 아시아컵 본선 무대 일정이 더욱 농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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