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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우 2군행 논란, 김태형 리더십이라면 [SQ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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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우 2군행 논란, 김태형 리더십이라면 [SQ이슈]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6.23 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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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팀 동료 김명신, NC 다이노스와 KIA 타이거즈 외국인 선수 웨스 파슨스와 프레스턴 터커, 롯데 자이언츠 김대우, LG 트윈스 배제준도 2군행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박건우(31·두산 베어스)의 1군 말소와는 다소 결이 달랐다.

박건우는 2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2021 신한은행 SOL(쏠) KBO리그(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와 홈경기를 앞두고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태형(54) 두산 감독은 “컨디션 저하보다는 피곤해하고 쉬고 싶어해서 2군에 가서 푹 쉬라고 했다”고 말했다.

두산 베어스 박건우(오른쪽)가 22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김태형 감독은 "그 선수로 인해 팀 분위기가 잘못되거나 그럴 상황이 생길 때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단순히 선수의 체력 저하를 우려해 내린 결정이라고 보긴 어려웠다. 이어진 취재진의 질문에 김 감독은 “여기는 팀이다. 그 선수로 인해 팀 분위기가 잘못되거나 그럴 상황이 생길 때 감독은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지금으로선 결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뺐다”고 말했다.

박건우는 올 시즌 두산 타선을 이끌고 있었다. 54경기 타율 0.333 2홈런 32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35를 기록 중이었다.

김경문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우타자가 부족한 상황 속에 박건우에게 외야수 한 자리를 맡겼다. 그만큼 믿고 맡길 만한 선수였다.

최근 2경기 7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던 그다. 그러나 일순간 성적 부진이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한 번 신뢰를 얻은 선수에게 전폭적으로 기회를 주는 김 감독이기 때문.

김 감독과 구단, 박건우 측 누구도 자세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지만 태도와 관련된 것으로 추측해볼 수 있다.

2020 도쿄올림픽 출전 명단에도 선발된 박건우에겐 올 시즌이 커리어의 판도를 바꿀 중요한 시즌이다. 맹활약 중 1군에서 말소된 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쉽게 예상하기 어렵다. [사진=스포츠Q DB]

 

박건우에겐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한 해다. 2009년 입단해 치열한 내부 경쟁 속 2015년부터 두각을 나타낸 그는 이후 꾸준히 리그 정상급 타자로 활약하며 통산 타율 0.326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지난해 FA로 잔류한 동갑내기 정수빈, 허경민에 비해 다소 늦게 주전으로 자리 잡았으나 앞서 국제무대 활약으로 88점을 모았고 이번 대표팀 승선으로 FA 취득 시기를 앞당길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박건우는 대표팀 명단이 발표된 뒤 FA 자격 시기가 걸려 있었기에 태극마크를 달게 된 것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장담할 수 있는 건 없다. 아직 채워야 할 1군 등록일수가 남아 있기 때문. FA 취득자격을 얻기까지 단 4일만 더 채우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감독의 눈 밖에 나고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최악의 경우 올 시즌 1군 콜업을 받지 못하고 FA 자격취득도 한 해 미뤄질 수 있다.

김태형 감독은 선수 시절부터 강력한 카리스마가 강점이었다. 정수근, 강병규, 홍성흔, 타이론 우즈 등 개성이 강하고 실력을 갖춘 선수들 가운데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팀을 이끌었다.

김태형 감독(아래)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던 박건우는 최소 열흘 동안 1군에서 빠져 있게 됐다. 복귀 후 어떻게 달라진 면모를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스포츠Q DB]

 

지휘봉을 잡은 뒤에도 팀을 6년 연속 한국시리즈로 이끌며 지도력을 입증했는데, 배경엔 강력한 카리스마를 앞세운 선수단 장악이 있었다. 선수들을 잘 길러내는 것은 물론이고 부진한 선수에게도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끈질기게 기회를 줘 부활시키기도 했다. 반면 중심 선수라도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거나 잘못된 행동을 할 때는 강력하게 주의를 주거나 2군에 내려보내기도 했다.

두산은 33승 31패로 6위. 리그 타율 5위 박건우의 부재는 뼈아플 수밖에 없다. 당장의 성적보다 단호한 결정을 내리는 게 팀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김태형 감독의 지도 철학을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핵심타자의 부진에도 팀은 힘을 냈다. 정수빈과 김인태는 나란히 안타와 득점에 성공했고 타선은 동반 활약하며 10-3 대승을 이끌었다.

박건우가 어떤 행동으로 김 감독의 눈 밖에 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동안 전폭적인 신뢰를 얻었다는 점에서 돌이키기 어려운 행동일 가능성은 적다. 최소 열흘 동안 핵심타자를 쓰지 못하는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 시간들을 생각해봤을 때 결국엔 팀 분위기를 봉합하고 더욱 단단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해 볼 수 있다. 박건우가 없을 때와 그의 합류 후 두산이 어떻게 달라질지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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