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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상 짓던 강원, '감자르' 조재완 덕에 웃었다 [K리그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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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상 짓던 강원, '감자르' 조재완 덕에 웃었다 [K리그1]
  • 김준철 명예기자
  • 승인 2021.06.27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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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스포츠Q(큐) 김준철 명예기자] 강원FC ‘감자르(감자+아자르)’ 조재완(26)이 화려한 복귀를 알렸다. 극심한 부진으로 울상 짓던 강원을 활짝 웃게 만들었다.

강원은 지난 26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1 하나원큐 K리그1(프로축구 1부) 성남FC와 18라운드 원정경기에서 2-1로 이겼다. 후반 1분 실라지 선제골과 후반 22분 조재완 추가골을 묶어 점수 차를 벌렸다. 후반 25분 박수일에 추격골을 허용했으나 수비 집중력을 높여 승점 3을 지켰다.

복귀전에서 1골, 1도움을 올린 강원 조재완(가운데).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복귀전에서 1골, 1도움을 올린 강원 조재완(가운데).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강원 부진에 브레이크는 없었다. 앞서 리그 9경기 동안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중위권을 유지하던 강원은 순식간에 11위까지 떨어졌다. 최하위 광주FC와 승점 차는 단 2. 더 물러날 곳이 없었다.

김병수 감독 특유의 점유율 축구를 일컫는 ‘병수볼’이 간파당했다는 문제도 있었지만 부상자 이슈 역시 항상 그들 발목을 잡았다. 주전 수비수 임채민과 스트라이커 고무열이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한동안 스쿼드에서 이탈하기도 했다. 한국영과 이범수, 임창우 등 여러 선수가 크고 작은 부상에 신음했다.

무엇보다 에이스 조재완 공백이 두드러졌다. 그는 리그 마지막 승리였던 9라운드 대구FC전에서 인대 손상을 입었다. 강원 부진의 시작이었다. 대체 자원 김대우와 황문기를 기용하는가 하면, 김대원을 왼쪽 윙 포워드로 옮겨보기도 했지만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 오히려 조재완 최대 강점인 스피드와 민첩한 라인 브레이킹이 그리워질 뿐이었다.

조재완은 재활에 집중했다. 인고의 시간을 보낸 그는 2개월 반 만에 교체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김병수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온전한 복귀가 아니다. 장기간 부상으로 훈련량이 부족하다. 상황이 안 좋으면 힘을 보탤 것”이라고 밝히며 부상 복귀자를 최대한 아끼겠다는 의중을 드러냈다. 그의 투입을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런데 경기가 상당히 답답하게 흘러갔다. 전반 초반부터 고전했다. 강원은 기본적으로 점유율을 높게 가져가는 팀이다. 이번 라운드 전까지 경기당 평균 점유율 50.2%를 기록하며 리그 4위를 달리고 있었다. 결과에 아쉬움을 남겨 하위권에 처져있지만 주도권을 쥐고 경기를 풀어가는 데 능하다.

그러나 거센 성남 압박에 주춤했다. 수비에서 미드필드까지 패스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스리백은 부쉬와 강재우 전방 압박을 유연하게 풀지 못했고, 한국영과 서민우가 힘겹게 중원에서 공을 받으면 성남 중원 자원 2~3명이 곧장 달라붙었다. 실라지 또한 등지는 플레이를 문제없이 소화했으나 이후 패스 플레이에 약점을 보였다.

문제는 측면 움직임마저 굼떴다. 선발 출전한 양현준과 신창무가 부지런히 뛰는 것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성남이 라인을 올린 틈을 타 배후 공간을 집요하게 노렸는데 세밀함이 부족했다. 두 선수 모두 전진 패스 정확도가 떨어졌으며, 좁은 공간에서 시도하는 패턴 플레이마저 잡음을 냈다. 이대로 흘러간다면 승점 확보는 엄두도 못 낼 상황이었다.

조재완 맹활약 속, 리그 10경기 만에 승리를 따낸 강원.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조재완 맹활약 속, 리그 10경기 만에 승리한 강원.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위기의 순간, 김병수 감독은 조재완 카드를 꺼내들었다. 실력에 대한 의구심은 크지 않았지만 긴 공백 탓에 퍼포먼스가 완벽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따랐다.

하지만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꾼 시간은 단 1분이면 충분했다. 그는 빠르게 시동을 걸었고, 성남 수비 실수를 잡아채 공격권을 따냈다. 특유의 리듬감 있는 드리블을 가져간 뒤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다. 신창무를 통과한 공은 실라지 발 앞에 떨어졌다. 실라지가 침착한 마무리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경기 투입 1분 만에 어시스트를 올린 조재완 활약은 후반 내내 이어졌다. 계속해서 왼쪽 측면을 파고들어 성남 수비 하중을 늘렸다. 그가 분전하자 전반 답답했던 흐름이 강원으로 넘어왔다. 조재완이 측면에서 버티니 성남 수비진은 그를 신경써야 했고, 그제야 강원은 중원과 측면을 가리지 않고 공을 원활하게 돌리기 시작했다.

실라지와 유기적인 플레이 또한 인상적이었다. 실라지를 향해 전진 패스를 찔러 넣고, 본인은 수비 라인 뒤를 돌아 뛰는 움직임으로 성남 스리백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후반 12분 이창용 템포를 완벽하게 무너뜨리고 김영광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를 맞은 장면 역시 비슷한 플레이에서 나왔다.

그리고 후반 22분 조재완은 이날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왜 ‘감자르’라고 불리는지 증명한 대목. 강원도 특산물 감자와 에당 아자르(레알 마드리드) 합성어로 팬들이 조재완에게 붙여준 별명이다. 전성기 아자르가 보여줬던 플레이와 똑닮았다. 페널티 박스 왼쪽을 파고들다 순간적인 방향 전환으로 상대 수비를 벗겨낸 뒤 강력한 슛으로 상대 골망을 갈랐다.

조재완은 후반 막바지 상대 공세를 유연하게 넘길 수 있게 전력을 다했다. 후반 25분 박수일 프리킥 골로 점수 차를 좁힌 성남이 마지막 공세를 퍼부었다. 수비 부담이 늘어날 시점 조재완은 전방에서 볼을 최대한 끌었다. 빠른 역습으로 전진했던 성남의 수비 복귀를 유도하는가 하면, 코너 플래그에서 등지는 플레이로 공 소유권을 지켰다.

김대원과 김동현의 올림픽 대표팀 차출, 공격진 부진으로 골머리를 앓던 강원은 조재완 활약 덕에 77일 만에 승전고를 울렸다. 건강하게 돌아온 조재완이 강원 숨통을 트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후반기 강원 반전을 이끌 해결사로 우뚝 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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