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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타임 놓친 성남, 강등 시계가 돌기 시작했다 [K리그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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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타임 놓친 성남, 강등 시계가 돌기 시작했다 [K리그1]
  • 김준철 명예기자
  • 승인 2021.06.28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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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스포츠Q(큐) 김준철 명예기자] 성남FC가 결정적인 기회들을 스스로 날렸다. 골든타임을 놓친 대가는 크다. 리그 9경기 무승으로 치열한 잔류 경쟁의 장에 던져졌다.

성남은 지난 26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1 하나원큐 K리그1(프로축구 1부) 강원FC와 18라운드 홈경기에서 1-2로 졌다. 전반을 주도했으나 득점하지 못했고, 후반 1분과 22분 실라지와 조재완에게 연속골을 허용했다. 후반 25분 박수일이 만회골을 넣었지만 경기를 뒤집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리그 9경기 무승 부진에 빠진 성남.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리그 9경기 무승 부진에 빠진 성남.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성남은 직전 라운드에서 무서운 저력으로 선두 울산을 위협했다. 승리가 없던 지난 리그 7경기서 보여주지 못한 경기력을 보여주며 2-2 무승부를 거뒀다. 점유율 43-57, 슈팅수 16-12 등, 내용적으로도 밀리는 경기가 아니었다.

반등 실마리를 찾은 성남은 이번 라운드 승리로 중위권 도약에 성공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선수들의 자신감이 그대로 피치 위에 묻어 나왔다. 전반 초반부터 강공에 나섰다. 라인을 끌어올려 전방 압박을 시도했다. 강원 장기인 빌드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도록 공을 잡은 선수들을 강하게 몰아붙였다. 최지묵-리차드-이창용으로 구성된 스리백도 마찬가지로 라인을 올려 상대 공격수가 높은 위치에서 공을 잡는 것을 방해했다.

뮬리치 활약도 인상적이었다. 그는 이날 벤치에서 시작했으나 전반 18분 22세 이하(U-22) 자원인 강재우를 대신해 피치를 밟았다. 큰 키에서 나오는 힘과 유연함으로 최전방에서 싸웠다. 공중볼을 이겨내는 것은 물론 측면과 중앙에서 드리블과 스피드를 앞세워 수비와 경합했다. 강원 센터백 윤석영과 신세계가 큰 체격에 스피드까지 갖춘 뮬리치를 막는 데 애를 먹었다.

뮬리치는 부쉬와 시너지까지 자랑했다. 후방에서 넘어온 공을 뮬리치가 따낼 동안 부쉬는 수비 뒤를 돌아 뛰는 움직임으로 상대의 라인을 무너뜨렸다. 부쉬 역시 공을 잡으면 전방의 뮬리치 동선을 확인하며 양질의 전진패스를 끊임없이 시도했다.

그러나 결정력이 따라주지 않았다. 전반 결정적인 기회들을 수차례 만들고도 이를 살리지 못했다. 전반 29분 부쉬와 유기적인 패스를 주고받은 뮬리치가 강력한 슛을 때렸지만 골키퍼 선방에 걸렸고, 이어진 상황에선 뮬리치가 침투하는 부쉬에게 전진 패스를 넣어 일대일 찬스를 만들었으나 부쉬가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

골든타임을 놓친 꼴이었다. 경기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김남일 성남 감독 또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전반전 골 찬스가 있었을 때 결정지어줬더라면 분위기가 달라졌을 것이다.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게 아쉽다”며 고개를 숙였다.

경기가 풀리지 않자 답답해 하는 성남 김남일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경기가 풀리지 않자 답답해 하는 성남 김남일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성남은 후반 초반에도 아쉬움을 남겼다. 후반 시작 24초 만에 실점을 허용한 것. 수비 지역에서 시도한 패스가 끊겼고, 이창용의 무모한 커트가 실패로 돌아갔다. 뜻밖의 찬스를 잡은 조재완이 뻥 뚫린 측면을 질주했다. 이후 실라지가 크로스를 받아 어렵지 않게 선제골을 넣었다.

무리한 빌드업과 전진이 화를 부른 셈이다. 전반전 주도했기에 무리해서 경기를 운영할 필요는 없었다. 그대로 흐름을 살릴 필요가 있었지만 안일한 대처에 발목이 잡혔다. 리드를 뺏긴 성남은 어쩔 수 없이 공격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결정력 부재는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후반 15분 뮬리치의 강력한 오른발 슛은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고, 후반 17분 결정적인 역습 상황에서 부쉬의 슛은 옆그물에 맞았다.

성남이 골든타임을 놓치는 동안 강원은 공수 밸런스를 회복했다. 경기장을 넓게 사용해 성남 압박을 풀어냈다. 전반과 반대로 주도권을 쥐고 상대를 몰아쳤다. 성남은 후반 25분 박수일의 프리킥 골로 한 점 만회했으나 3분 전 조재완에게 추가골을 허용한 탓에 승부를 뒤집진 못했다. 이날 패배로 성남은 리그 무승 행진 숫자를 9로 늘렸다. 하위권 팀 강원을 제물로 반등에 성공하겠다던 굳은 목표는 물거품이 됐다.

시즌 전체적인 흐름을 놓고 봐도 여러차례 반등 기회를 놓친 게 뼈아프다. 지난 4~5월 다른 구단들이 빡빡한 일정을 처리할 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2주간 휴식했다. 이를 반전 계기로 삼을 수 있었지만 하락세가 이어졌다.

지난 시즌 성남은 부진을 컨트롤하지 못해 강등 문턱까지 몰렸다. 정규 라운드서 5승 7무 10패 성적을 거둬 파이널B로 향했고, 파이널 라운드에서도 초반 3연패로 11위까지 순위가 떨어졌다. 마지막 라운드 드라마 같은 승리가 없었더라면 강등이었다. 시즌 중반 긴 무승 행진을 반복했고, 한 번 처진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따랐다.

이번 시즌 역시 비슷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반환점을 돈 가운데 꼴찌 광주와 승점 차가 3에 불과하다. 물론 후반기 일정이 많이 남아있지만 현 상황을 계속해서 반복한다면 반등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성남의 강등 시계가 다시 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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